부동산시장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본격적인 시장 변화는 부동산 거래가 시작되는 설 이후가 될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 상승 후 2007년부터 4년간의 하락조정을 거쳐 지난해 10월경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바닥론의 근거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주택거래량이 5만3500여가구를 돌파한 데다 수도권의 전세가·매매가 동반상승 현상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된 것을 들 수 있다.

중장기 부동산경기 예측모델인 벌집모형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상황은 거래량-가격보합이라는 회복 초기의 6단계 상태로 향후 거래량이 평균 거래량(약 4만6000가구)을 밑돌지 않는 한 조만간 거래량증가-가격상승의 제1국면(호황국면)으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도 대세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많다.

전세난이 1년 10개월째 지속 중인데 비해 매매시장은 여전히 보합세에 머물러 있다. 올해 3월 말로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의 연장 여부에 대한 정책 방향도 명확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정체, 은퇴대란, 고용불안, 금리인상, 가계부채 증가, 유럽재정위기, 환율급등락, 물가상승 우려 등 여러 가지 변수요인이 겹쳐서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 이후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 또는 핵심요인은 무엇일까?

전세난 심화, 금리인상·물가상승의 가시화, 인구구조 변화 및 은퇴대란의 3가지 요인을 꼽는다.

변수1 전세난 심화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인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약 7.1%, 서울은 약 6.4%, 수도권은 6.3%였다. 올해 들어서도 한 달 만에 약 1~2% 정도 상승률을 기록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해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에서 촉발된 전세가격 급등세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도심권에서 외곽으로, 중소형에서 대형으로,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주택으로 그리고 대학가의 원룸주택까지 도미노처럼 확산 중이다.

2~3년 전의 역전세난과는 반대되는 시장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떠돈다는 전세난민 얘기마저 언론에 등장했다.

이에 놀란 정부는 ‘1·13 전월세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정부 대책만 기다릴 수 없는 참담한 형편이다.

집 없는 무주택자는 과연 어떤 대응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까.

첫째, 전세난에서 영구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내집마련을 통해 유주택자가 되는 길이다.

이때 문제되는 것은 자금력과 청약자격 유무 그리고 부동산 경기전망에 대한 확신 등이다.

주택은 고가내구재다. 때문에 초기자금이 적을 경우 구매의사만으로 구입을 실행하기 어렵고 또한 과도한 대출은 금리인상기에 위험부담이 높아진다.

하지만 집값의 50~60% 정도의 전세자금이 준비돼 있는 무주택자라면 올 상반기 중에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과 역세권 소형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주택 등의 매입은 적극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지난 10년간 국내 주택가격의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거품도 많이 빠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통계를 봐도 지난 10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OECD 국가 18개국 중 12위에 불과했다.

특히, 2007년 이후 4년여의 하락조정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시 급락으로 15~20% 내외의 부동산버블은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연구기관은 지난 하반기 중에 주택경기는 바닥을 찍었다고 분석하고 경기, 수급, 인구요인 등을 종합 고려할 때 향후 2~3년간의 완만한 상승추세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주택 구입은 부동산 특성상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투자원칙이 있다.

시기, 지역, 상품 등 3가지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내집마련을 위한 매입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매입 지역은 인구가 유입되는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 역세권, 한강변, 뉴타운 지역이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새로 개통되는 더블역세권이 압권이다. 매입주택은 저가·소형·임대수익형 주택이 단연 유리하다.

두 번째는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이 많은 인천, 김포, 용인, 수원, 남양주, 고양, 파주 지역 대단지의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방법이다. 올 상반기 중에만 수도권에 입주하는 단지가 5만6000여가구에 이른다.

이 경우 전세자금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자녀교육, 교통여건, 쇼핑시설등이 관건이다. 즉, 장기거주에 적합한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췄는지가 선택기준이 된다.

변수2 금리인상·물가상승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24일부터 CD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 4.75~6.05%로 올렸다. 주택대출금리가 6%를 넘어선 데다 금리 추가인상이 예고돼 있다.

주택시장과 금리는 ‘역의 관계’로 금리 인상은 주택가격에 악재로 작용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국제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중부동자금이 600조원을 넘으면서 유가, 곡물가격, 원자재가격 앙등 등으로 인플레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불안심리가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은 인플레 방어기능이 뛰어난 자산에 속한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실물자산이 상승하는 인플레 시대에 부동산은 상승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인플레 방어자산이다. 경기상승기의 금리인상은 부동산시장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금리인상과 인플레 여파로 가치가 상승하는 부동산은 무엇일까. 건축비용이 상승하는 오피스빌딩, 신규 입주아파트, 신축주택과 재건축·재개발 대지지분, 수도권 규제완화로 개발이 예정된 용지, 역세권 상업용 토지, 4대강 친수공간 개발토지 등이다.

국토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토지가격은 상승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지난 고점이었던 2008년 10월의 땅값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수도권이 0.12% 상승한 가운데 하남, 용인, 남양주, 여주, 고양, 안양 등 경기 지역과 강남, 양천, 용산 등 도심권 토지가격이 상승했다.

올해는 인플레 심리가 팽배하면서 토지 등 실물자산으로의 자금유입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예컨대 제2외곽순환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의 나들목(IC) 인근 지역인 용인 원삼면, 양지면 일대가 관심대상이다.

변수3 인구구조 변화·은퇴대란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2019년부터는 절대적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그리고 1차 베이비부머세대(55~63년생) 약 712만명이 은퇴를 시작했다. 인구감소, 은퇴대란에 따른 수요감소로 주택시장은 장기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가구분할, 핵가족화 등으로 가구 수는 2030년까지 증가하고 역모기지론제도로 인해 은퇴 후에 연금용 주택을 구매하는 실버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실례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2009년에 비해 약 73% 이상 급증했다. 주택의 실구매층도 종전의 35~54세에서 65세까지 연장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는 주택수요를 감소시키는 위기요인임은 분명하지만 주택산업에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1~2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노년층 증가로 주택면적의 소형화, 고급화와 더불어 임대형 주택, 호텔형 고급실버주택, 그린홈, 전원주택, 생태주택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미래 주거트렌드와 관련해 파주 헤이리마을과 분당 더해리티지실버타운, 용인 발트하우스 등의 개발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젊은 직장인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원룸형 주택과 도심형 실버레지던스,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식 고급실버타운, 세컨드하우스, 연금용 농지 등이 인구감소와 고령화, 은퇴대란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투자유망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3호(11.02.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