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를 반복해 공부상 결함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른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미리 실수할 걸 알면서도 그대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실수는 누구나 하는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물론 좋은 결과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투자와 관련된 실수는 특히 괴롭다. 가슴 한켠이 통째로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낄 때도 있다. 고수든 하수든 실수를 반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초보자에게 실수는 무엇보다 위험하다.

경매시장을 보면 최고수가 최하수보다 100배 정도 입찰을 더 한다. 똑같은 실수라도 수많은 물건에 입찰하는 고수에게는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지만, 그다지 많은 물건에 입찰하지 않는 초보 경매꾼에게는 그동안의 투자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많은 물건에 입찰하는 고수는 한 번의 실수로 손해를 보면 다른 곳에서 좋은 결과를 내 실수가 가져온 손실을 희석시킨다. 하지만 초보자가 한 번의 실수를 메우려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노력해야 한다. 하수는 단 한 번에 모든 걸 날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수, 하수 모두 유념해야 할 실수의 유형을 살펴보자.

실수 1 이론만으로 권리분석 했다

이런저런 강의도 들었고 나름대로 책도 많이 읽었으며 입찰 전에 꼼꼼히 권리분석을 마쳤는데도 이 과정에서 실수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권리분석이란 경매 물건을 낙찰 받기 전 낙찰자가 낙찰대금 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권리분석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처럼 딱 떨어지는 수학 공식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자신이 배운 혹은 혼자 터득한 이론에만 꿰맞춰 권리분석을 한다. 95% 정도는 이론에 맞춰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드물게 다양한 변수를 포함해 응용력이 필요한 권리분석이 나올 수 있다. 이때는 경험 부족이 실수의 원인이다. 95%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5%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실수 2 인터넷 시세표 100% 믿었다

고수들은 인터넷이나 부동산에서 얻은 일반적인 시세표를 그리 믿지 않는다. 대신 주어진 정보를 응용, 가공, 재검토하는 등 최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시세 정보를 만들고 그에 대해 확신한다. 반면 초보자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시세 정보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고민 없이 받아들인 정보는 자기만의 정보가 될 수 없다. 쉽게 얻은 만큼 손실도 쉽게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수 3 공부상 결함만 살폈다

주거용 건축물은 토지대장, 건축물 관리대장 같은 공부상에 극히 일부의 정보만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갈라짐부터 감당할 수 없는 누수 문제에서 심하면 불법 건축물로 인한 행정적 문제까지, 건물이 일으킬 수 있는 결함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결함을 일일이 볼 수 있는 안목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주변 경험자들에게 꾸준히 정보를 얻도록 한다.

실수 4 좋은 게 좋은 거다

낙찰 받은 뒤 명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전 주인(점유자)에게 시달리거나 이사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상해 주는 등 정신적,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곤 한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경매시장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몰라서다. 대부분 점유자는 일정 부분 손해를 본 임차인이거나 망해서 감정의 골이 깊은 소유자나 채무자다.

그들은 언제나 낙찰자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다. 하지만 초보 낙찰자들은 낙찰 받은 기쁨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이들을 대한다. 처음부터 마음을 써주면 좋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속에서 유순하게 접근하다가 상대방의 강한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이 ‘바닥’에서 도덕 교과서는 아주 가끔만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