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니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차이를 주제로 글을 쓴다면 족히 책을 몇 권이나 쓰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많은 차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한 가지, 즉 '5분만 미리 생각하는 것'과 관련된 차이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어느 직종에 있든, 어느 부서에서 일하든 직장인들이 하소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일을 빨리 끝내려고 해도, 또 다른 일이 밀려온다(그래도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은 '능력 있다'는 칭찬을 듣는다). 그렇다면 일을 빨리 끝내거나 늦게 끝내거나 어차피 또 다른 일이 밀려오기 때문에 차라리 일을 천천히 처리하는 것이 나은 것일까? 개인 차원에서 보자면 그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도 좋은 조직이나 부서는 뜻밖에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즈니스 조직(회사)이라면 그 생각만큼 불온한 생각도 없다. 일을 천천히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당장에 쫓겨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을 천천히 하는 것이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는 조직에서는 끝없이 밀려오는 일을 끝없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적당한 수의 일을 적당한 속도로 처리한다. 그런데 그 적당한 수준의 직장인을 가운데 두고, 한쪽 끝에서는 그 적당한 수준에도 이르지 못해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그다지 칭찬을 듣지 못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 끝에서는 일찍 일을 끝내면서도 칭찬을 듣는 부류가 있다.

 

물론 야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듣는 사람들 가운데는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지런함을 최고의 미덕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곳에서는 야근 또한 조직의 발전을 위한 큰 미덕이 된다. 하지만 야근이나 특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더군다나 같이 일하는 사람 가운데 자신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지 않으면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큰 문제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자신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서도 생산성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지 않고 일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홍대리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조그만 출판사의 기획부에 재직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에게 기획부 일이 아닌 관리 업무 하나가 배당됐다. 원래는 관리부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마침 관리부 직원이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했고, 그 일을 대신할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사장은 홍대리에게 일을 시켰다. 일은 간단했다. 회사가 이사을 했기 때문에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에 나와 있는 사업장 주소지를 변경하는 일이었다. 홍대리는 얼마 전 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사업장 주소지 변경은 다른 것 필요없이 인감을 들고 세무서를 찾아가면 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회사 인감과 위임장을 가지고 일단 세무서를 찾아갔다.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세무서에서 물어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막상 세무서를 찾아가 보니 사람들이 예상 외로 북적거렸다.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차례가 와서 세무서 직원과 대면을 하고, 사업자등록증의 주소지를 변경하러 왔다고 했더니, 세무서 직원은 주소지가 변경된 '출판등록증'을 가져왔냐고 되물었다. 당연히 홍대리에게는 주소지가 변경된 출판등록증이 없었다. 게다가 출판등록증 변경업무는 세무서 관할이 아니라 구청 관할이었고, 출판등록증 변경에는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친구에게 들었던 말만을 믿고 세무서를 찾아갔던 홍대리는 결국 아무런 성과없이 반나절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홍대리가 반나절을 그냥 흘려버리고 만 것은 홍대리의 준비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단 5분 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대리가 인터넷으로 출판사 사업자등록증 변경에 필요한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면, 그리고 인터넷의 정보는 부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 세무서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준비 사항을 물어보았다면, 나아가 세무서 담당자에게 세무서가 가장 한가한 시간을 물어보기까지 했다면, 홍대리의 세무서 업무는 30분도 채 안 돼 끝났을 것이다. 5분의 준비로 몇 시간을 절약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인적인 일로든 회사 일로든 우리는 관공서나 은행에 갈 일이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주민등록증을 놓고 왔다거나 도장을 놓고 왔다거나 필요한 서류를 놓고 왔기 때문이다. 또 처음 가보는 거래처를 가면서 대충 주소만 들고 찾아가 거래처 근처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물어 찾아가는 경우도 많은데, 만약 인터넷으로 지도를 찾아 프린트해 갔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전화비도 아낄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예를 들었는지도 모르겠으나, 모든 일의 근본적인 처리방식은 대체로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의 일이 기획이든, 관리든,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5분 정도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의외로 크다. 교통사고예방 표어 중에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일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대부분의 상사분들과 사장님들께서는 일을 빨리빨리 바로바로 처리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무엇보다 '실행력'을 중시하는 게 속성이다. 하지만 그 실행력이라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일을 빨리 처리하라'는 말 속에는 항상 '정확하게'라는 말이 생략돼 있다. 다시 말해 일을 빨리 처리하라는 건 '빨리 (정확하게) 처리하라'는 것이지, 단순하게 '빨리' 하라는 건 아니다. 그리고 상사분들께서는 빨리 하라고 할 뿐,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얘기해 주지는 않는다.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오롯이 담당자의 몫이다. 때문에 정말 아무생각 없이 즉각 처리해도 되는 일이라면 모르되, 조금이라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반드시 5분 동안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부닥치고 보자는 생각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다. 부닥치고 보자는 생각은 정말 그 어떤 대안도 없을 때 가져야 하는 생각이다. 일과 인생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면, 진실로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5분의 차이가 인생의 50년을 좌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