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됩니다. 8월 말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11월 말까지 분

양승인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이 됩니다.

분양상한제 실시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것 같습니

다. 시민단체는 당연히 찬성이구요.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찬성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500원짜리 초코파이를 100원에 팔겠다고 얘기하면, (제조업체를 제외하고)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할 경우 전혀 딴판입니다. 반대가 압도적입니다. 전문가

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이들이 '투기꾼'을 옹호하기 때문일까요.


우선 집값이 뛴 배경부터 보지요.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집값 급등의 배경은 1.건설사탓 2.투

기꾼탓 3.언론탓 입니다. 어디에도 '정부정책 실패'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작년 11.15대책 발표로

공급부족을 간접 시인하기는 했지만, 4년간의 정책기조가 가져온 참담한 시장실패에 대해선 반성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건설사가 분양가를 높게 받으면서 아파트값이 올랐다며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만 급급했

지요. 분양가상한제가 나온 배경도 그것입니다. 분양가가 높아서 시장 가격이 올랐으니, 분양가를

 정부 규제로 낮추겠다는 것이지요. 정책실패에 따른 아파트값 급등의 비난을 교묘하게 피해보겠

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 실시 이후 분양가가 '반값'이 될까요. 결론적으로 분양가가 다소 낮아지겠

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서울시가 직접 개발하는 은평뉴타운의 경우에도 평당

평균 1500만원 선입니다. 이유는 땅값에 있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각종 개발계획을 무더기로 쏟아낸데다 토지보상금이 많이 풀려서 땅값을 끌어올렸

습니다. 땅값 건축비 가산비용으로 구성되는 분양가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로 규제할 수 있는 부분

은 건축비와 가산비용 일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청약 경쟁률은 유례없이 치솟을 것입니다. 지금도

 서울이나 수도권 유망지역에선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1순위 경쟁률이 10대 1 안팎에 달하

고 있습니다. 최고 수백대 1에 달합니다. 하물며 분양가가 다소 낮아진다면, 그야말로 '로또 청약'

 붐이 불겠지요.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터에 분양 깃발만 꽂으면 청약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 물량은 청약 희망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게 뻔합니다.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반값아파트'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청약했다가 떨어져서, 또 청약가점이 모자라 신청조차 못할 수많은 청

약 포기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가뜩이나 공급이 점차 줄어

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말이지요.

또 하나의 문제는 품질입니다.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됐던 시절 지었던 상당수 아파트는 재

건축이 불가피할 정도로 엉망입니다.

미국에선 목조로 주택을 짓더라도 수명이 최장 100년을 넘고 또 리모델링을 통해 장기 사용하

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아파트의 수명이 30년도 안됩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아파트의 품질 악화는 불가피합니다. 제가 최근 만났던 한 중

견업체 사장은, 앞으로 1자형 단지배치와 지상주차장이 또다시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얘기하

더군요.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후엔 아파트의 품질 혁신과는 관계없이,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

하니까요.

분양가상한제의 그늘, 뒷수습은 차기 정부의 몫입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기자 X-파일 / 조재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