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주부 이모(43)씨는 지난 주말 아파트를 사기 위해 파주시 금촌지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30평형대 아파트 매매 호가가 보름새 최고 3000만원 이상 오른 데다 마땅한 매물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파주신도시로 개발되는 파주 운정지구

아파트 분양가와 단순 비교해 싸다는 이유로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신도시 분양 예정 아파트보다 호가 낮은 아파트 상승세 주도

파주 교하읍과 금촌동 일대 아파트시장이 심상치 않다. 파주신도시내에서 조만간 분양되는 한라비

발디 아파트(40~95평형 937가구) 분양가가 평당 1300만~1700만원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보다 호가가 낮은 인근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 달 새 호가가 5000만원 가량 오른 단지도

있다.

상반기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인근 지역인 분당과 용인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탔던 데 이어

이번에는 파주 교하읍 교하지구와 금촌동 금촌지구 등지에서 파주신도시 뒷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교하읍 윈공인 김현욱 이사는 “교하지구와 금촌지구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부

분 소화되면서 매물이 모자란 마당에 파주신도시의 고분양가 영향까지 겹쳐 호가 상승세가 뚜렷하

다”고 말했다.

파주 아파트 값 8월 한 달간 2.3% 올라…수도권 평균의 3배나 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파주시 아파트 값은 8월 한 달간 2.34%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

권 전체 평균 시세 상승률(0.81%) 의 3배나 된다.

특히 교하지구가 있는 파주 교하읍 아파트 값은 지난달 2.29% 올랐고, 금촌지구가 들어선 금촌동

역시 2.72%나 뛰었다.

실제로 파주 운정지구와 바로 붙어 있는 교하지구 신동아파밀리에 39평형은 3억5000만~4억원으로

 보름새 3000만~5000만원이 올랐다. 중앙공원 조망이 가능한 월드메르디앙센트레빌 35평형의 경우

 한 달 새 5000만원 오른 3억4000만~3억8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귀하다.

교하월드공인 김모 실장은 “파주신도시 고분양가 불똥이 인근 지역으로 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

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가격 상승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운정지구 분양가를

 고려하면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과 함께 파주 분양 이후 이

일대 지역의 집값이 계속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일산ㆍ파주LCD 공장 근무자 입질도 잦아”

매매 수요는 주로 일산 신도시 거주자이거나 LG필립스 LCD공장으로 전근한 지방 출신자들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교하지구 굿모닝힐10단지 상가에 있는 대한공인 관계자는 “최근 많

이 오른 일산 집값에 매입 부담을 느낀 일산신도시 거주자들이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이곳 교하지

구로 평형을 넓혀 이사하려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LCD 공장 근무자들의 입질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하지구 40평형대 이상의 경우 파주신도시 ‘분양가 따라잡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최근 한 달새 최고

 7000만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신동아파밀리에 49평형은 지난 7월말 4억8000만원에서 지금은 최고

 5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신동아공인 관계자는 “파주신도시가 교하지구까지 확대된다는 소문

이 나돌고 있는 데다 제2자유로 개통(2008년말) 등 대형 호재도 넘쳐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고 말했다.

운정지구내 기존 아파트 값도 강세

파주신도시로 편입되는 운정지구에 있는 기존 아파트 값도 덩달아 강세다. 현대3차 32평형은 3억10

00만~3억2000만원으로 한 달새 2000만~3000만원 올랐다. 대형 평형은 오름세가 더 뚜렷하다. 이 아

파트 51평형은 최근 5억원에 실제 거래됐다. 호가는 5억2000만원선이다. 교하읍 뉴월드공인 관계자

는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한두 건 거래가 이뤄지면

호가가 껑충 뛰기 일쑤”라고 전했다.

교하읍 월드메르디앙2차 34평형도 보름새 2000만~3000만원 올라 2억9000만~3억1000만원이다. 이

달 초 평당 800만원선에 머물던 44평형도 지금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1

028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에 매물이 10개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수요는 꾸준한 데 물건이 없어 나

오기만 하면 계약이 곧바로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교하지구도 올라? 우리(금촌)도 올라야지”…담합현상도 나타나

아파트 값 상승세는 운정지구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금촌지구에까지 미치고 있다. 주공뜨

란채4단지 32평형은 2억2200만~2억3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금촌동 파란

공인 이순희 사장은 “교하지구 아파트 값이 뛰자 이곳 집값도 덩달아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1600가

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데도 매물을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선 집값 담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촌지구 S공인 관계자는 “최근 교하지구 아파트

값이 치솟자 ‘우리 동네도 집값이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팔

 생각도 없으면서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았다가 매수자가 나타나면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상승 폭이 더 가파르다. 입주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중앙하이츠 37평형

은 3억~3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한 달새 최고 5000만원 오른 것이다. 풍림아이원 46평형도 5000만

원 정도 올라 4억3000만~4억5000만원이다. 금촌동 그린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파주신도시 효과에

 따른 호가 올리기에 나서면서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 격차가 크게 벌어져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

”고 전했다.

전문가 “거품 장세”…매입 신중해야

아파트 값이 거래를 수반하지 않은 채 호가 위주로 치솟고 있기 때문에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

적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일부 단지 아파트 값에는 파주신도시 재료가 미리 반영돼 있다”며 “분

위기에 휩쓸려 매수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파주신도시 주변 지역 중대형 평형 아파트 값이 평당 1200만원에 달

한 곳도 많아 향후 분양될 파주신도시 내 운정지구 분양가 수준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

 심리로만 추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에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