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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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를 선택하는 기준 중 교통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요소이고, 교육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관련된 요소라고 한다면 환경은 삶의 질과 관련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또 소득이 높을수록 집을 선택할 때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주택을 고를 때 고려하는 요소로서 현재는 교통이나 교육이라는 요소보다는 우선순위가 뒤처지고 있지만, 점점 그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사회가 점점 고령화 사회로 돼가면서 높은 연령층이 선호하는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고, 국민 소득이 점점 커지면서 중산층에서도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강을 비롯한 조망권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강으로의 접근성도 없으면서 먼발치라도 한강이 보이면 환경이 우수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앞뒤 꽉 막힌 아파트 숲보다는 탁 트인 전망이 보이는 아파트가 훨씬 좋은 것은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필자가 사는 미국의 경우도 해안에 있는 주택의 가격이 내륙에 있는 주택가격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지역이라도 바다가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집값의 차이가 천지차이다. 이런 면에서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우리나라의 조망권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신선한 공기의 통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보다 자동차 대수가 많기 때문에 미국도 공기 오염 문제는 있다. 그나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내륙으로 밀어내서 바닷가에 가까운 지역은 공기가 신선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다가 보인다는 의미는 바다로부터 신선한 공기가 불어오는데 막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강 관심 높아질수록 ‘환경’ 부각

우리나라에는 남가주대학이라고 알려져 있는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가 13년 동안 36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500m 이내에 사는 어린이가 성인이 됐을 때 천식 등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비율이 고속도로에서 1500m 떨어진 곳에서 자란 사람보다 3% 정도 더 많았다고 한다. 폐활량 측면에서도 고속도로 가까이에서 자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나 폐활량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극미세먼지가 허파 등 호흡기에 장기적으로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또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공기 1㎥ 중 극미세먼지가 10㎛(마이크로미터) 증가하면 사망 위험률은 8~18% 증가한다고도 한다.

이렇듯 환경이라는 요소는 건강과 직결되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수록 주택을 선택할 때 환경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이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가격 차이도 점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주택 수가 가구 수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시대였으므로, 일단 아파트라고 하면 고속도로 옆이든 철도 옆이든 어느 곳에 지어도 분양이 잘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이 점차 올라갈수록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지어진 주택은 외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이라는 입장에서 환경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교통이나 교육이라는 요소보다 그 영향력이 작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추세여서 장기 보유를 염두에 두는 실수요자로서는 환경이라는 요소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비싸다는 것이다. 이런 곳을 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실수요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두 가지 소개하겠다.

첫째, 소득이 높은 지역은 이미 좋은 환경을 갖춘 주택과 그렇지 않은 주택 간에 가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을 것이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소득이 높을수록 환경이라는 요소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한강 조망권을 예로 든다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 사는 지역은 다른 집들과의 차별화 때문에라도 환경에 대한 프리미엄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부촌일수록 한강이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집값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살기에 바쁜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한강 조망권을 이유로 집값 차이가 그다지 많이 나지 않는다. 이 점을 착안하면 앞으로의 방향이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프리미엄이 아직 적은 동네의 주택을 선점하고 국민 소득이 오름에 따라 그 프리미엄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두 번째 전략은 변화하는 곳을 찾으라는 것이다. 한강이 물줄기를 바꾸는 것도 아닌데 환경이 어찌 변한다고 하는 것일까. 한강 조망권만 환경 요소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선호하는 조망권은 한강 등 하천보다는 산이나 공원 등 녹지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집 앞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던 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선다고 상상해 보자. 트럭들이 드나들던 곳에는 잔디가 깔리고 연기를 내뿜던 굴뚝 자리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들어선다고 하면 그 인근 주택 값은 오를까, 내릴까. 서울 등 수도권에는 현재도 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이 섞여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공장 입장에서도 굳이 땅값이 비싼 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여건만 된다면 교외로 이전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이 반반 섞여 있는 지역이 있다면 현재는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집값이 낮을 수밖에 없겠지만 공장이 하나 둘 이전하게 됨에 따라 주거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이에 따라 땅값도 급속히 오르게 된다. 이러한 땅값 상승은 공장의 이전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비싼 땅을 깔고 있는 것보다 현금화해 생산 시설 등 다른 곳에 재투자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는 열악한 지역이라도 일단 공장 이전이 시작되면 그 지역은 도미노처럼 공장 이전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

문제는 첫 번째 전략이나 두 번째 전략 모두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실수요자나 지금 사놓고 나중에라도 그 지역에서 살 예정인 예비 수요자라면 이런 지역을 노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현재는 핸디캡이 있는 지역이지만 언젠가는 그 핸디캡이 사라지고 오히려 프리미엄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자라는 측면에서 환경이라는 요소는 언제나 플러스 요소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투자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다른 요소보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즉, 경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프리미엄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라면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자동차의 매출액이 더 떨어지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둘째, 환경 하나만 보고 다른 요소를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공기나 풍광이 좋다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혼자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교통, 교육 등 다른 요소와 적절히 어우러져야 그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효용체감의 법칙도 고려해야 한다. 조망권의 경우 처음에는 멋진 조망에 비해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사겠지만 그 조망이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이라고 하면 현재는 조망권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점점 무감각해질 수 있는 조망권만 있는 곳보다 그곳에 접근해 운동이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체험권이 있는 곳이 앞으로는 더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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