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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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기차는 아름답기만 하다 |아기곰
2009-07-13 17:16
http://blog.drapt.com/sschdm/1241231247472963526 
지난 11월에 귀국하고 가장 먼저한 일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돈을 예금자 보호 한도인 4800만원씩 여러 저축은행에 분산해서 저금을 했습니다. 당시 6개월짜리 정기 예금 금리가 8.3%~8.6%였으니 세금을 떼고 남는 순이자는 7.26% 정도되더군요. 그 당시에는 CD금리는 높은 편이었지만 대출금리에 붙는 가산이자가 그리 높지 않았으므로 대출 금리는 6%대 후반이었지요. 그때도 금리차이는 있었지만, 이익의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CD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리고, 3개월후 대출 금리가 조정되면서 이익의 규모는 상당히 커졌습니다. 정기 예금은 확정 금리이고, 대출 금리는 변동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담보 설정비등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제하더라도 상당액의 이익이 생겼던 것이지요. 남(제1금융권)의 돈을 빌려 남(제2금융권)을 빌려만 주어도 돈이 남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은행에서 서류 몇장에 사인한 것이 전부인 것치고는 대단한 불로소득이지요. 금융 시장의 신용이 흔들리면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현상인 것입니다.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높은 이런 현상은 다시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을 통해 큰돈을 벌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 주위에서 수익을 낼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작년 11월말에 있었던 세미나때도 간략하게 이런 방법에 대해 소개를 드렸고, 그 이후 백화점 강의등을 통해서도 많은 분들에게 권해드렸습니다. 아기곰의 설명을 들을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긴 분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열병처럼 퍼졌던 비관론도 한몫했겠지만, 많은 분들의 걱정이 그러다 저축은행이 망하면 어쩌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이 망할 확율도 높지 않지만, 설사 망한다하더라도 예금자의 원리금은 5천만원까지 국가에서 보호해줍니다. 이런 이유로 이자를 감안하여 원금을 4800만원 정도로 나누어서 각기 다른 은행에 저금을 하는 것입니다. 만의 하나 은행이 파산을 하더라도 예금자가 입을수 있는 피해는 6개월 정도 돈이 잠긴다는 것 이외에는 없지요. 그렇게 낮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않더군요.
이번에 귀국해서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증권회사입니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나서 이 일 저 일 처리하다보니 장마감 시간이 가까이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거의 종가로 주문을 넣었는데 다행히 체결이 되었더군요.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오후 2시 45분, 8년만에 다시 주식 투자를 재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988년부터 주식투자를 하였고 IMF 외환위기나 IT 버블을 모두 경험한 투자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급이지만 지난 8년간 미국에 있을때에는 주식투자를 할 정신적, 시간적 여력이 없었기에 투자 감각은 예전만 못할 것입니다. 예전같으면 이 종목에 이 정도 가격이면 들어가도 된다는 감각이 있었는데, 그 단위가 모두 달라지니 도움이 전혀 안되고 오히려 방해만 되더군요. 이번에 투자한 S전자만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주당 3~5만원에 불과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곰이 주식투자를 재개한 이유는 “투자의 기본 원리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다른 금융상품이든 모두 같다”라는 생각때문입니다.
< 왜 이 시기에 투자를 재개하나? >
지난 몇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그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900달러대 중반을 기록중인 금값에 이어 유가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과 유가는 성격이 다릅니다. 금은 원자재의 성격도 일부 있지만 달러화와 보완 관계가 있기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이 오르게됩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측정지표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유가는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형적인 원자재입니다. 공급에 별 이상이 없다고 가정하면, 소비가 늘면 유가는 오르고, 소비가 줄면 유가는 내리지요.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소비가 늘고 있거나, 최소한 소비가 늘것이라는 예상을 하는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따라 미국 증시도 반등하여 순항중에 있습니다.
물론 제비 한마리가 왔다고 봄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봄은 언제나 제비 한마리로부터 시작되지요. 중간에 꽃샘추위가 있다고 하여도 제비가 날아온후 일정 기간이 흐르면 봄은 찾아오는 법입니다.
작년 이후 한국의 경제 상황을 1997년말 이후의 IMF 외환위기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면도 있겠지요. 그런데 비관론에 빠진 사람은 그 당시의 어려움은 강조하면서 그 시기가 어떤 기회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그 당시를 기회의 시간으로 삼았던 사람은 이번 금융위기도 또 다른 기회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현상을 인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사고 프로세스도 결국 본인의 경험이라는 울타리안에 갇혀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말해 자라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보고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자라보고 놀라면서 떨어트린 돈을 주웠던 사람은 이번에도 또 돈을 줏을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웃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동전의 한쪽면만보고 그것을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IMF 외환위기때 중산층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많지요.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재테크 측면에서 보았을때 IMF 외환위기는 네번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첫번째 기회는 외환입니다. 1997년 중반까지 900원도 되지 않던 원달러 환율은 그해 연말에는 2000원에 까지 다다르면서 단기간에 100%가 넘는 수익을 거둘수 있는 투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달러 투자로 크게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흔치 않더군요. 그 당시에는 외환보유가 지금처럼 자유롭지 않았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 이익을 많이 본 사람들은 해외교포나 주재원등 투자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대부분 1998년도에 1700원대에 원화로 환전하여 다른 곳에 투자한후 몇년뒤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이하로 내려갈때 가지고 나간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기회는 고금리였습니다. IMF가 제시한 고금리 해법을 DJ정부가 받아들이면서 CD금리가 최대 25%까지 올라갈만큼 한동안 고금리가 한국 금융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웬만한 예금 금리는 모두 20%대 이상이었지요. 이 당시 현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불어나는 이자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었지요.
세번째 기회는 주식 시장에서 찾아왔습니다. 1998년 6월말 277.37까지 내려갔던 KOSPI 종합주가 지수는 정확히 1년후인 1999년 6월말에는 883.00포인트로 세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러면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주식 시장은 어떠했을까요? 1997년 6월말 종합주가 지수는 745.40였습니다. 즉, 저점 기준으로 볼때 1년전 대비 63% 정도빠졌던 것입니다. 1997년 6월말에 1천만원 어치 주식을 산 사람이 있었다면 1년이 지난 1998년 6월말에는 370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람이 이때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면 630만원은 영원히 찾지 못했겠지요.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그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그후 1년후인 1999년 6월말에는 1185만원까지 되었을 것입니다. 원금은 모두 되찾았고 약간의 수익도 얻었겠지요. 주식을 전혀하지 않다가 1998년 5월에 1천만원을 투자한 사람이 있었다면 1년후에 3183만원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대단한 기회였지요.
네번째 기회는 부동산 시장에서 찾아왔습니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E아파트 31평형을 부동산뱅크의 시세 기준으로 분석을 해보면, 1997년 5월에 2억2천만원이었던 시세가 1년후인 1998년 5월에는 1억 5천만원까지 하락하여 하락율이 32%나 달했습니다. 그러나 1년후인 1999년 5월에는 1억 9천만원까지 회복하여 상승율이 27%에 이르렀고, 2000년 5월에는 2억 4천만원, 2001년 5월에는 2억 8500만원, 2002년 5월에는 4억 1500만원, 2003년 5월에는 5억 5천만원, 2004년 5월에는 6억 7천만원등 꾸준히 오른 바 있습니다. 1998년 5월 당시 전세가가 7천만원 정도였으니, 자기 돈 8천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했다면 5년후인 2003년 5월에는 4억 8천만원의 차익이 나서 수익율이 무려 600%나 된 셈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첫번째 기회는 ‘어어’하는 사이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에 자산(장부상 가격)이 폭락하는 아픔도 있었지요. 그때 많은 고민을 하였고, 고민만큼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후 당연히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기회는 순서대로 잡을수 있었겠지요.
IMF 외환위기가 터진지 11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잘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교훈을 모두 체득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아기곰인지 모르는 어떤 지인이 있습니다. 이 분은 제가 자산을 형성해온 과정을 잘 알기에 평소에 입버릇처럼 “제2의 IMF가 터지면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오던 사람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작년 하반기에 리먼브러더스 도산을 계기로 금융위기가 닥치자 11년전과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진행되었습니다. 11월에 이르자 전에는 상상할수 없었던 싼 가격에 좋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타나더군요. 이 분에게도 당연히 권해드렸지요. 잠실에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 36평형을 권해드렸습니다. 과거 실거래 최고가가 16억 5천만원까지 갔었던 곳입니다. 작년 12월초에 이르자 매도 호가가 중간층인데도 9억 2천만원까지 나온 것이 있었습니다. 급매중의 급매지요. 그런데 이것을 못사더군요. 더 떨어질 것 같다면서요. 그 이전에 거래된 실거래가 12억원대임을 감안하면 그 가격에 잡아도 충분히 수익율이 날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가격이 나올 것이라고 고집을 부리는데 어쩔수 없더군요.
지금 그 아파트는 13억 3천만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불과 4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동안 4억원의 시세 차익을 볼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얼마전 통화를 하였더니, 자신은 돈하고는 인연이 없나보다라고 하더군요. 제3의 IMF가 오면 그때는 확실히 잡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설사 제3, 제4의 자산 폭락기가 오더라도 이 사람이 그 기회를 잡을수 있을까요? 그런 기회가 다시오더라도 그 기회를 절대 잡을수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정보가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태도입니다. 작년 10월에 동호회 게시판에 누가 퍼온 미네르바의 글을 읽고, 제가 “이 사람은 집을 사본적이 없는 사람같다”고 단언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모 도움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제외하고)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그 무엇인가가 미네르바 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기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성공하는 사람이 가지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만 똑똑하고 거래하는 상대는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때문에 100% 자기한테만 유리한 거래는 있을수 없지요. 상대는 손해만 보고, 자기는 이익만 보는 거래가 있다면 그것은 거래가 아니라 ‘사기’지요. 가게에서 천원이면 살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속여서 만원에 어린아이에게 판다면 그것을 거래라 할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의 소중한 자산을 헐값에 넘겨받을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시장 상황이 11년전과 꼭 같을수는 없지만, 유사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기회였던 원화가치 폭락의 경우 일부 사람들은 달러를 매집해서 재미를 본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달러당 1천원 정도에 달러를 사두셨던 분들은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최대 50%가 넘는 수익을 거둘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1500원대에 뒤늦게 뛰어들었던 분들은 좌불안석일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 가치가 점점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두번째 기회는 작년말에 있었던 시중 금리 급등기가 있었습니다. 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금이 부족하자 돈을 은행에서 빌려서 금리 차익을 벌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시중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불과 넉달전과 비교해도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절반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시중은행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물가상승율등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단순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수익이 나는 시기가 지나버린 것입니다.
결국 첫번째 기회와 두번째 기회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세번째 기회와 네번째 기회입니다. 다행이 포볼(환차익) 하나와 안타(금리차익) 하나는 거두었지만 아직 점수는 나지 않았지요. 노아웃에 1루, 2루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입니다. 3번 타자(주식)가 이루타나 적어도 안타를 쳐주어야 한점이 나게되고, 4번 타자(부동산)가 확실히 큰 것 한방을 때려주어야 이번 경기에서 이길수 있습니다.
투자를 야구 게임하듯 즐기고는 있지만 물론 위험도 많습니다. 특히 주식의 경우 단기 수익율은 높지만 하락의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가 좋으냐 부동산 투자가 좋으냐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각각이 갖는 특성이 다르기때문에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가 부동산 투자에 비해 변동성은 크지만 그것은 장점도 약점도 아닙니다. 호재이든 악재이든 재료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투자 심리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하루에도 몇번씩 왔다갔다하는 변동성이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매력일수도 있습니다. 부동산만 하시는 분은 주식투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하지만 주식투자만 하시는 분은 부동산은 너무 천천히 움직이므로 단기간에 승부를 낼수 없어서 싫다는 분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특성의 차이라 하겠습니다. 유동성이 확대되면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상승을 시작합니다. 단기적으로 희비가 엇갈릴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때 주식 시장만 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거나, 그 반대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하겠습니다.
주식 시장의 경우 호재가 등장하면 일순간에 시세에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간 급등합니다. 이때문에 주식 투자가 부동산 투자보다 수익이 높다고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간을 장기적으로 놓고 볼때, 부동산 투자의 수익율이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 단기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의 경우는 주식 투자가 좋다고 보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사람은 부동산 투자가 체질에 맞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인에 맞는 투자 유형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수익율을 높이는 지름길이겠지요.
제 경우는 주식 투자도 하지만 직접 투자의 경우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시간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자주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도 일년에 두번 정도만 시장에 들어가곤 했었지요.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얄미운 투자자일 것입니다. 거래 수수료 수입면에는 별 도움이 안되면서 시장에서 수익만 쏙쏙 빼갔으니까요. 증권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투자가는 일임 매매를 하든지, 이에 준하여 증권사 말을 잘 듣는 투자가들이지요. 팔라면 팔고, 사라고 하면 사는 순진한 투자가를 좋아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계좌를 개설하자마자 아무런 고민없이 한건의 거래로 전액을 투자하자, 증권사에서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그 다음날 장이 열리기 전에 전화가 왔더군요. 계좌 개설을 할때 증권사의 투자 자문은 필요없다고 분명히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저를 소팔아서 투자하는 사람으로 알았나 봅니다.
제가 투자한 종목이 장기적으로는 좋으나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하였으므로 조정이 예상되니까 빨리 팔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종목으로 갈아타기 하라는 요지더군요.
그러면 왜 이 시기에 그것도 급등한 S전자 주식을 아기곰은 샀을까요?
S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주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몇개 안되는 기업중 하나이지요. 세계 경기가 회복되어 소비가 다시 늘게되면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늘어나게됩니다. 현재 미국 소비는 침체 일로를 겪고있지만 지난주 목요일에 미국 증시를 끌어올렸던 호재가 베스트바이의 실적이 월가의 예상치를 넘은 것이었습니다. 베스트바이는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판매점입니다. 베스트바이의 실적이 예상치보다 좋았다는 것은 미국 소비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때문에 다우 지수를 2.25%나 끌어 올린 것입니다. 베스트바이에도 S전자 제품이 많습니다. TV나 휴대폰등 자사 제품뿐만이 아니라 LCD 패널이나 메모리등 타사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도 S전자 것이 많지요. 더구나 오는 6월이 되면 미국에서 아나로그 방송이 없어지고, 디지털 방송만이 허용됩니다. 과거에 있었던 아나로그형 TV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자원 낭비나 저소득층의 불이익을 막고자 미국 정부에서는 아나로그형 TV에서도 디지털 방송을 볼수 있는 셋탑 박스를 공급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대형 TV의 추세가 브라운관에서 LCD등 패널형으로 바뀌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6월을 기점으로 디지털 TV의 판매가 늘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마디로 미국 경기 회복의 수혜주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작년도 4/4분기의 대규모 영업적자의 원인이 되었던 메모리 분야나 LCD 패널 분야의 치킨 게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줄어든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줄이지 않아서 업계가 공멸의 길로 갔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한 하위업체들이 속속 백기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실적이 나빠질 일이 없을 것은 물론 S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을 하고 있지요.
이 때문에 그동안 S전자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투자가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과거 50%가 넘던 외국인 지분이 작년 11월말 42.18%까지 떨어졌다가 3월 27일 현재 44.42%까지 회복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6.29포인트(-0.51%)나 밀렸던 3월 27일 장에도 이 회사의 주식은 14,000원( 2.46%)이나 올랐던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현재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이런 상황등은 주가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작년 4/4분기에 무려 9371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시현한 적자 기업의 주가가 50만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 PER로 따지면 -3450이지요. 과거 실적만 놓고 보면 말이되지 않는 주가입니다. 미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됩니다. 현재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래에는 확실하게 흑자를 낼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에 미리 반영이 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S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분기 -5100억원에서 2분기 -971억원으로 적자를 축소한데 3분기 8057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재 S전자에 대해 증권업계에 알려진 예상치입니다. 만약 1/4분기 영업 실적이 이 보다 더 좋게 나오면 주가는 한단계 더 상승할 것이고, 이 보다 더 나쁘게 나오면 하락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아기곰은 투자자나 증권업계에 이미 알려진 예상치보다 실적이 더 좋게 나올것이라는데 베팅을 한것입니다. 일종의 도박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기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아기곰이 남들이 모르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정보에 의한 투자’라는 것에 기본적으로 회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까지 전해 온 정보라는 것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있거나, 심지어 작전 세력이 퍼트린 미끼일수도 있기때문입니다.
본인이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거나 1차로 그 정보를 접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돌고돌아서 증권사에서 알려주거나 심지어는 증권사에 갔더니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알려준 정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그런 정보를 근거로 시장에 들어갔다가는 작전 세력이라는 피라미드의 제일 하단부에나 위치하겠지요.
그러므로 S전자의 고위급 임원을 직접적으로 알지 않는한 정보의 가치는 전혀없다고 단언할수 있습니다. 설사 그런 사람을 한다리 건너 알더라도, 그 사람의 가족보다 우선하여 내게 정보를 줄리가 만무하지요.
제가 한국회사에 근무할때 그 회사의 고급 정보에 접근할수 있는 십여명중의 한명이었습니다. 상장회사의 경우 이런 인원들은 증권감독원에 등록을 하게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라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이런 이유로 S전자의 임직원도 모르는 수준의 정보가 아니고서는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아기곰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바로 이것입니다. ‘S전자의 임직원도 모르는 S전자 내부 정보’ 이런것이 존재할까요? 존재합니다. 바로 미래에 만들어질 정보이기 때문이지요. ^^
1/4분기가 바로 내일인 3월 31일에 마감됩니다. 실적은 한달 정도후에 시장에 공개되겠지요. 그러나 비공식 정보들이 그 이전이라도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하나 둘씩 빠져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3월 31일 이전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정보는 나올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모르기때문이지요.
여기까지 읽어보신분은 아기곰이 말하는 정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정보’가 아니라 ‘추정’입니다.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내부거래자가 아닌 사람이 내부거래자보다 정보에 빨리 접근할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추정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낼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추정은 추정일따름이기 때문에, 일종의 도박일수도 있습니다. 이때문에 아기곰은 betting이라는 단어를 쓴 것입니다.
그러면 아기곰이 S전자의 영업 이익이나 당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추정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환율입니다.
기업에서 수출 단가를 책정할때 어떤 방법론을 쓸까요? 제품의 원가에다 적정 이윤을 붙여서 책정할 것입니다. 원가에는 그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 가격과 노무비, 장비의 감가 상각, 전기세등 제조 원가와 그 물건을 파는데 들어가는 영업인력이나 관리 인력의 인건비, 출장경비등 제경비등을 모두 산정해서 넣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원가로 들어가는 것이 모두 달러화로 지불이 될수 있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출대금을 달러화로 받아서 달러로 비용을 지급하면 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내기업중에서 임금을 달러화로 주는 기업을 보았습니까? 그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전기세를 한전에 달러화로 내나요?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이라고 예상하고 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면 15억원이 들어올테니까 부품값이나 비용으로 14억원을 이미 지불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회사는 1억원의 영업이익이 날것으로 생각하고 수출을 했겠지만, 막상 환율이 달러당 1300원으로 하락했다면 같은 백만달러를 받아도 13억원 밖에 되지 않으므로 1억원의 적자가 나게되는 것입니다. 수출을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것이지요. 이렇기 때문에 수출업체에서는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아야하는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수출 대금을 미리 받을수 있다면 이러한 위험은 적어질테니 보다 정교하게 원가를 책정할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공격적으로 환율을 책정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D/A라는 일종의 외상 거래를 주로합니다. D/A 90일이라고 하면 선적을 하거나 물건을 인도한후 90일후에 대금을 회수한다는 의미이지요.
왜 이런 불공평한 계약에 응해야 하냐하면 그 끝에는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음식물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매일로부터 30일 안에는 반품이 가능합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본인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반품이 가능한 소비자 천국이 바로 미국입니다. 예로 TV를 사서 월드컵 기간 동안 실컷보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반품을 할수도 있습니다. 대학생중에는 방학이 시작되면 컴퓨터를 사서 숙제를 다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품하는 사람도 있고, 놀러 간 곳에서 그릇을 사서 잘 쓰다가 나중에 반품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곳에서는 그 이유를 묻지도 않지만 만약 물어보면 “I don’t like it.”하면 끝입니다.
이러한 소비 문화와 소비자 보호법이 있는 나라에서 그 손실을 유통업체가 그대로 떠안는다면 버텨낼 기업은 없습니다. 당연히 제조업체에 그 손실을 떠 넘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출 대금을 미리 준다면 그 손실을 보전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통업체들은 대금을 늦게주는 것입니다. 유통업체가 아니라 제조업체에 부품 단위로 수출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제조업체 자체도 유통회사에서 대금을 늦게받는데, 부품회사에 대금을 미리 줄 이유가 없겠지요. 이런 이유로 수출을 하더라도 그 대금이 들어와서 원화로 환전될때까지는 최소한 몇달이 걸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건비나 전기세는 그달 그달 나가야 하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수출 기업을 운영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기준 환율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기준 환율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면 수출 단가를 내리기 어렵기때문에 영업부서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수 있지만 적자 수출로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낫기때문입니다. 이래서 기업마다 약간은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1/4분기를 지나고 보니까 3월 위기설도 한몫을 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았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1200원 정도로 예상하고 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는데 정작 환전을 했을때는 1400원 정도라 했다면 생각치도 못했던 이익이 2억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S전자의 영업 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S전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요. 모든 수출기업에 적용되는 가설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S전자는 가장 보수적으로 환율을 정했을것이라는 것이 아기곰의 판단입니다. 여러 기관에서 환율을 예측하지만 S전자와 관련이 있는 S경제연구소의 환율 전망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기때문입니다. S경제연구소의 환율 전망은 그냥 립서비스고 S전자에서 원가를 책정할때는 환율 전망을 높게한 다른 경제 연구소의 환율 전망을 따른다고 하면 아기곰의 판단은 첫단추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비싼 비용을 들여서 경제연구소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S전자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중 가장 낮은 환율을 기준으로 수출원가를 책정했을 것이고, 예상치와 실적치가 가장 맞지 않지만 이런 이유로 생각치 못햇던 추가 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것이 아기곰의 가설입니다.
둘째, 아기곰이S전자의 당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추정한 두번째 근거는 기업의 회계 전략입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기업 회계라는 것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회계시스템이 기계적으로 딱 떨어진다면 SAP등 ERP를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경리팀이나 기획팀은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ERP를 도입한 후에도 이런 팀을 없앤 회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회계법에서도 명확치 않은 회색지대가 있기때문이지요. 같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당해년도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과 이연자산으로 처리하여 5년에 걸쳐서 상각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5억원의 매출을 거둔 기업에 6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이 비용을 당해년도에 처리할수도 있고, 이연자산으로 처리하여 60개월간 감가 상각해도 된다고 했을때, 전자를 채택하면 그해는 1억원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후자를 채택하면 그해에는 20%인 1억 2천만원만 비용에 반영되므로 3억 8천만원의 흑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면 분식회계라고 해서 처벌 대상이 되지만 법이 세상의 모든것을 정해놓지는 않기때문에 약간의 융통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재고의 처리때문에 이익 구조가 달라질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는 재고 관리가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경영층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입니다. 여러 부품을 사용하는 제조업의 경우 불용자재는 언제든 발생할수 밖에 없습니다. 제조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필요한 수량만큼만 부품을 사서 쓰면 될것 아니냐고 할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가내수공업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마다 포장단위도 다르고, 생산 모델이 여러개 일때 여러 모델에서 같이 쓰는 공용 부품과 특정 모델에서만 쓰는 전용 부품이 따로 있기에 그 수량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자투리 부품이 남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얼마나 되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생산 모델이 많을수록, 그 모델에 들어가는 부품수가 많을수록, 그 모델의 라이프 싸이클이 짧을수록 자투리 부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문제는 그 부품의 매입가가 장부상 가격으로 그대로 남아서 재고 자산으로 잡힌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자투리 부품은 실제 활용할 계획도 없고, 이미 단종된 제품에 쓰는 것이기때문에 내다 팔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A/S자재로 활용하고는 하지요. 가끔 A/S를 받았는데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부품 가격이 최근 것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자투리 부품의 재고가 늘게되면, 기업의 자금 흐름에 타격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앞으로는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손해가 나는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60원의 부품을 사서 20원의 제조 경비를 들여서 제품을 만들고 이것을 100원에 팔면 분명 20원이 남아야 하는데 나중에 흑자 도산을 하는 이유가 다 재고 관리의 실패에 있습니다. 60원짜리 부품하나가 자재 창고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면 실제 들어간 비용은 140원인데 100원에 팔았으니 망할수 밖에요. 이러한 자투리 부품 재고, 즉 잉여 재고를 그쪽 은어로는 ‘X.덩.어.리’라고 부릅니다. 고상한 글에 그대로 표현할수는 없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첼리스트에게 붙였던 별명이지요. ^^
기업에서는 가끔씩 이런 잉여 재고를 처분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소각해 버리거나 근으로 달아 땡처리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장부상으론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으므로 손실이 발생됩니다. 그러므로 매분기마다 이를 처리할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대규모의 흑자가 날것으로 예상되는 해에 집중적으로 이를 처분하게되지요. 흑자 규모를 줄여서 세금도 적게내고 기업 체질도 강화시키는 이중 효과가 있기때문입니다.
아기곰이 S전자 직원이 아니기때문에 작년 4/4분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S전자 경영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부실 자산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4/4분기에 모두 노출시킴으로서 당해 분기는 적자 폭이 커지더라도 다음 분기부터는 모양을 좋게 가져가는 전략이 있고, 당해 분기에는 최대한 손실을 줄여서 발표를 하고 다음 분기에나 가서 부실을 털어버리는 전략이 있을수 있습니다. 만약 작년 4/4분기의 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이고, 올해 1/4분기에는 급격히 시장 상황이 좋아져서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면 후자의 전략을 택했을 것입니다. 시장 상황이 V자형 반등이 예상될때 쓸수있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거나 U자형 반등이 예상될때는 전자의 전략을 쓰는 것이 유리합니다. 매도 한꺼번에 맞는것이 유리하기때문입니다. 더구나 작년 3/4분기까지는 흑자 규모가 컸기때문에 세금을 줄이는 입장에서라도 부실 덩어리는 작년 4/4분기에 모두 처분했을 것이라고 아기곰은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작년 4/4분기의 9371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는 실제보다 어느정도 부풀려진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 올해 1/4분기는 원달러 환율 예상치보다 환율 실적치가 높았고, 기업의 회계 전략상 올해는 처분해야할 부실 자산이 없을것으로 보이므로 1/4분기의 영업이익은 시장에서 예상한 수치보다 좋은 실적이 될것이라는 것이 아기곰의 ‘추측’입니다.
이상으로 아기곰이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최근 250일간 최고가로 S전자 주식을 매입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추측이 맞으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것이고, 추측이 틀리면 주가는 떨어지겠지요. 아기곰의 의사 결정 방법은 주식을 많이 하는 분들이 쓰는 전통(?)적인 방법은 아니지요. 챠트도 그리고 그래야 그럴듯 할텐데.. 아기곰은 챠트 분석 방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거든요. ‘60일선이 지지선이다’라고 그랬다가 그것이 깨지면 ‘90일 선이 지지선이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그 60일선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왜 59일선이나 61일선이 아니라 60일선일까요? 그것은 가상의 선입니다. 일종의 가상의 선을 그어놓고 투자자끼리 일종의 ‘담합’을 하자는 암묵적 약속입니다. “60일선에 가면 사야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선이 지지선이 되는 것이고, “웃기지 마라. 나는 61일선에 가야 산다.”라는 사람이 많으면 61일선이 지지선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챠트 분석 방법은 그것을 역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깨질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가 말처럼 쉬우면 재벌 되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요.
미국에 할머니 투자 클럽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저도 만나보지 않았지만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 이 할머니들은 투자 이론은 거의 모르는데, 수익율은 웬만한 전문가들보다 높답니다. 그 비결은 그 할머니들이 기업의 가치를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지요. 새로나온 케찹을 먹어보았는데 맛이 형편없었다고 하면, 그 회사 주식을 팔아버립니다. 새로나온 주방용품이 너무 편리하다면 그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지요. 할머니들이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다보니, 결국 소비자들의 평가와 진배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 회사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자신들이 먼저 알고 대응하는 것이지요. 가장 단순한 방법 같지만 이 보다 원론적인 투자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여년의 직장 생활을 통해 아기곰은 기업이 돌아가는 원리(기업 운영)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합니다. (혹시 컨설팅을 받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 할머니 투자 클럽의 할머니들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듯이, 아기곰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한것이지요.
그런데 장황하게 200자 원고지 90매에 달하는 이렇게 긴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설명드리는 이유는 여러분도 똑같이 주식투자에 나서라는 것은 아니고, S전자 주식을 사라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주식 투자는 변수가 많으므로 제가 말씀드린 변수외에도 고려해야 할것이 많지요. 예를 들어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았는데 그것이 하필 일본에 떨어졌다’ 이러면 주식 시장은 폭락입니다.
더구나 아기곰은 주식전문가는 아닙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수는 있겠지만,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주식 애널리스트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아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아는 수준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주식으로 수익을 내야하냐 부동산으로 수익을 내야하냐는 것은 지엽적인 방법론상의 문제입니다. 본인이 잘알고 있고, 자신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이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 자체에 대한 마인드입니다. 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여, 남이 제공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려는 사람은 남이 파놓은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 “어느 주식이 좋다더라”라는 막연한 정보만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백전백패입니다. 본인이 자신의 경험등을 바탕으로 그 정보를 분석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남보다 앞서갈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지름길과 쉬운 길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투자에서도 성공할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실을 두려워해서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재와 같이 불투명한 경제 상황하에서는 자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너무 이것 저것 재다 기차가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떠나 버린 기차를 회상하며, “그때 그 기차를 탓다면 지금쯤 어찌되었을텐데..”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떠나간 기차는 아릅답기만 합니다.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의미도 아니지요.
주식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움직이지 않으면 손실도 없지만 기회도 잡을수 없습니다. 다만 움직여야할 때가 언제인가가 고민거리겠지요. 그 시기가 언제이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준비를 하면 이번 기회는 당신의 것이 될것입니다.
은행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출의 모든것 |아기곰
2009-07-13 17:14
http://blog.drapt.com/sschdm/1241231247472895511
예로 우리 동호회원의 평균 연령을 추정하기 위하여 설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죠. 지문을 (1) 20세 미만, (2) 20~29세, (3) 30세 이상으로 했다고 하면 1번은 거의 0%에 가깝게 나오고, 2번은 10% 이하, 그리고 90% 이상의 응답이 3번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한쪽 끝으로 치우친 모양을 보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잘못된 설문 지문인 것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바로 잡으려면 (1) 20세 미만, (2) 20~29세, (3) 30~39세, (4) 40~49세, (5) 50~59세, (6) 60세 이상 정도로 잡으면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오고 양가 쪽이 날씬한 서양 종 모양이 될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설문&투표’방에서 실시하고 있는 설문의 지문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마지막 지문인 ‘1.51% 이상’을 선택하신 분이 20%나 되기때문입니다. 제가 설문을 준비했을때는 대부분 설문에 응답하는 분들이 1.5% 이하로 대답을 할것으로 기대를 했기때문에 이런 오차가 나왔던 것이지요. 그러면 아기곰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요?
가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4/4분기 이후입니다. 그러므로 작년 4/4분기 이후에 대출을 받은 분들을 제외하고, 예전부터(예: 2006년) 대출을 받은 분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가산 금리가 그다지 높지않을것이라고 예단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산금리와 대출 금리가 정해지는 절차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삼아 설명을 드릴테니 차후 대출을 받으려는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대출 금리에는 크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있습니다. 고정금리는 약정 기간중에 시중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은행과 차주가 약정한 금리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있기때문에 보통 변동 금리보다 금리 수준이 높습니다. 반대로 말해 차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될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고정 금리가 불리한 방식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고정 금리는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약정한 금리만 내면되기때문에 봉급 생활자등 수입이 일정한 사람들에게 유리합니다. 미래를 설계하기가 쉽다는 것이지요. 대출 금리를 모두 고정 금리 방식으로만 채택했다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변동 금리 방식은 시중 금리에 연동합니다. 정확히는 CD라 불리우는 양도성 예금증서의 이자율에 연동되는 것입니다. CD금리는 매일 변하며, 포털등 여러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2009년 3월 4일 현재 CD금리는 2.49%입니다.
여기에 가산 금리를 더하면 그것이 변동 대출 금리가 되는 것입니다. 가산 금리는 쉽게 말하자면 은행의 이익 부분입니다. 가게에서 파는 라면을 예로 들면 라면 값이 500원이라고 한다면, 가게 주인은 도매상에서 라면을 500원에 사지는 않을 것입니다. 400원 정도에 사오고 여기에 이윤을 100원 정도 붙여서 500원에 파는 것이지요. 이때 원가 400원을 CD금리, 이윤 100원을 가산금리라고 보면됩니다.
그러나 일반 상품과 금융 상품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라면의 경우 남자가 사거나 여자가 사거나 가격은 같습니다. 만약 다르다고 한다면 싸움이 나겠지요. 그러나 가산 금리의 경우는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 평균 잔고, 직업, 연소득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또한 라면을 한박스로 사면 가격을 깎아주는 것과 같이 아파트 단지에서 집단 대출이라는 형태를 취하면 가산금리도 상당히 내려가지요.
이때문에 어떤 사람은 가산 금리를 0.5% 이하에도 빌리지만 다른 사람은 2%가 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설문 조사의 목적중 하나는 남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가를 서로 알게하자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대출 금리 = CD금리 가산 금리’라 하겠습니다. 이때 CD금리는 매일 변하지만 가산 금리는 약정을 새로 맺지 않는한 변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면 가산 금리는 어떻게 알수 있을까요? 은행에 물어보면 정확히 알수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은행에 따라 가산 금리를 정확히 알려주는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마다 정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S은행의 경우는 정확히 가산 금리를 알려줍니다. 은행과 차주가 체결한 대출 계약서에 가산 금리가 명확히 적혀있습니다. S은행 방식을 따르는 은행이 여러군데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K은행의 경우는 가산금리가 약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주 금요일을 기준으로 그 다음 주에 적용할 가산 금리를 내부 기준에 따라 정한다고 합니다. “은행이 알아서 잘 해줄테니 고객은 가만히 기다리세요”라는 이야기지만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가 나지 않는 방식이지요.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투명성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 S은행 방식을 따릅니다. 하지만 S은행 방식을 따를 경우 요즘같이 CD금리가 계속 하락할때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조달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싸게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S은행등도 명분만 있으면 K은행 방식으로 바꾸려 할것입니다. 그렇다고 K은행 대출 금리가 S은행보다 비싸다는 것은 아닙니다.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 가산 금리 추정하는 방법 >
그러므로 K은행 방식을 따르는 은행에서 대출을 하신 분들은 본인의 가산 금리를 정확히 알수 없으므로 설문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가산 금리를 추정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대출 금리 = CD금리 가산 금리’라고 했으므로, ‘가산 금리 = 대출 금리 – CD 금리’라고 할수 있습니다. 현재 대출 금리를 알고 있고, CD금리도 알수 있으므로 가산 금리를 계산해 낼수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어느 정도 추정할수는 있지만 방법이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현재 대출금리가 4.96%이라면 현재 CD금리가 2.49%니까 가산금리는 2.47%(= 4.96% - 2.49%)라고 계산하면 안됩니다.
대출 금리가 매일 바뀌는 것이 아니라 3개월에 한번씩 바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CD금리도 3개월에 한번씩 바뀝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CD금리가 언제 기준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본인의 대출 주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의 대출 이자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로 매월 27일이 이자 지급일이라고 한다면 2월 27일, 1월 27일과 작년 12월 27일의 이자를 비교해 보면 됩니다. 만약 세개가 같다면 새로운 이자율은 3월 27일부터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12월 것과 1월 것이 같고 2월 것이 다르다면, 2월, 3월, 4월이 같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5월에 가서야 새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만약 2월 27일에 이자율이 바뀌었다고 가정해보죠. 이럴 경우 2월 27일자 CD 금리를 알아내서 대출 금리에서 빼면 안됩니다. 그 달에 적용하는 이자는 전달에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은행에 전화보시면 “다음달부터는 얼마로 내립니다”라고 은행원에게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다음달에 부과될 이자를 그 전달에 정하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2월 27일자로 이자율이 바뀌었다면 그로부터 한달 전인 1월 27일 부근의 금리를 알아야 합니다. K은행 방식에 따르면 직전 금요일인 1월 23일의 CD금리가 기준 CD금리가 되는 것이고, S은행 방식에 따르면 직전 3일간의 평균 CD금리가 기준 CD금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대출금리가 4.96%이라면 1월 23일의 CD금리가 2.96%니까 가산금리는 2.00%(= 4.96% - 2.96%)가 되는 것입니다. 가산 금리를 추정하는데 현재 CD금리를 쓰게되면 2.47%라는 엉뚱한 수치가 나오게되는 것입니다.
< CD금리는 내리는데 나의 대출 금리는 왜 안내리나? >
앞에서 설명드린 것을 꼼꼼히 따져보면 CD금리는 내리지만 내 금리는 왜 따라서 내리지 않는지를 쉽게 알수 있습니다. 변동 대출 금리는 통상 3개월 단위로 조정되며, 조정되더라도 전월 CD금리를 기준으로 하기때문입니다. K은행 방식은 전주 금요일 CD금리를 기준으로 다음주에 적용할 금리를 계산하기때문에 1주일 단위로는 같습니다. 반면 S은행 방식은 대출일 3일전 평균 CD금리를 적용하기때문에 매일 달라지는 차이는 있습니다.
김나와씨라는 사람은 매월 10일이 대출금 이자 지급일이고 가산 금리가 1.0%라고 합시다. 2008년 9월 10일의 전주 금요일인 9월 5일의 CD금리가 5.79%였기때문에 김나와씨는 10월 10일, 11월 10일, 12월 10일에 6.79%의 대출 이자를 지급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12월 10일의 전주 금요일인 12월 5일의 CD금리가 5.45%였기때문에 2009년 1월 10일, 2월 10일에는 6.45%의 대출 이자가 적용되었을 것이고, 오는 3월 10일에도 같은 대출 이자가 적용될 것입니다. CD금리가 떨어져서 2%대 중반이라고 하는데, 본인의 대출 금리는 6% 중반이니 가산 금리가 3%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싱글벙글하면서 잘 대해주던 거래 은행의 박대리가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로는 바가지를 씌웠나’하고조금 얄밉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가산 금리는 1%로 변한 것이 없습니다. 금리 하락기에 적용 시점에 따라 한마디로 재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 때문에 CD금리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주위에 둘러봐도 대부분 6%대에 이자를 물고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나와씨도 가산 금리와 CD금리 수준이 3월 6일까지 변한지 않는다면 4월 10일부터는 3.49%의 환상적인 대출 금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한달 사이에 무려 3%포인트에 가까운 인하가 이루어 지는 것이지요.
김나와씨의 친구 조아라씨는 매월 15일이 대출금 이자 지급일이고 가산 금리가 1.0%라고 합시다. 2008년 10월 15일의 전주 금요일인 10월 10일의 CD금리가 5.98%였기때문에 조아라씨는 11월 15일, 12월 15일 그리고 2009년 1월 15일에 6.98%의 대출 이자를 지급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9년 1월 15일의 전주 금요일인 1월 9일의 CD금리가 3.18%였기때문에 2009년 2월 15일에는 4.18%의 대출 이자가 적용되었을 것이고, 오는 3월 15일과 4월 15일에도 같은 대출 이자가 적용될 것입니다.
김나와씨와 조아라씨의 대출 조건은 같습니다. 만약 두 친구가 2월 15일 이후에 대출 금리를 비교했더라면 김나와씨는 너무 놀랐을 것입니다. 친구인 조아라씨는 4.18%의 대출 이자를 적용받는데, 본인은 6.45%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3월 10일에도 대출 이자가 떨어지지 않을테니 그 실망감은 더 하겠지요.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출 금리가 정해지는 시기와 절차를 모르기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고 급격한 금리 변동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만약 1주일간과 같이 짧은 특정 기간중에 금리가 급상승하였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다면 가산금리가 고정된 S은행 방식은 그 피해가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될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은 이익이지요.) 이런 측면에서는 매번 가산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K은행 방식이 충격 완화에는 효과적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금리가 급등한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대출 금리가 정해지는 ‘재수가 없는’ 몇몇 사람에게는 가산 금리를 낮게 적용해주고, 반대로 나머지 기간을 기준으로 대출 금리가 정해지는 ‘재수가 좋은’ 대부분의 사람의 가산 금리를 조금 더 올릴수 있기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특정 기간중 급락을 하게되면 S은행 방식은 그 이익이 100% 그대로 대출자에게 돌아가지만, K은행 방식은 그렇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금리의 추세에 따라 어떤 방식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어떤 방식은 불리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CD금리가 2%대라고 하지만 본인의 대출 금리가 훨씬 높은 이유를 아셨을 것입니다.
< 신규 대출의 가산 금리가 오르는 이유 >
이런 측면에서 보면 3월 말 늦어도 4월 이후에는 6.0% 이상 대출 금리를 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2008년 3/4분기 이전에 대출을 받은 사람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높은 가산 금리를 적용받아야 했습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도산 사태가 전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되자 은행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 BIS비율을 12% 선으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리자, 각 은행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BIS 자기자본 비율이란 은행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지표로서 자기자본을 총위험 가중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입니다. 이에따라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BIS비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대출등 위험자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BIS 비율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에 은행마다 후순위 채권을 경쟁적으로 발행하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의 유동성이 고갈되어가고 있던 시기에 남아있던 시중 자금마저 대형은행에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여 흡수해버리자 저축은행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 문제로 고객들의 심리가 불안해하는 와중에서 시중은행에서 높은 금리를 쳐준다니 자금이 빠져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에서는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울며겨자먹기로 정기예금 금리를 8%대로 올렸던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시중 은행의 후순위채권은 7%대의 높은 금리를 보장하게되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금융당국의 BIS비율 12% 확충 지시가 시중의 자금 확보 경쟁을 촉발시켜, 시중 금리를 끌어 올렸던 것이지요.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이익을 극대화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하려는 사람은 이 시기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습니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출이 적으면 적을수록 유리했기때문에 은행으로선 좋은 조건을 내걸 이유가 없었기때문입니다. 대출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기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산금리는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은행의 원가 구조에 있습니다. 은행의 사업 모델은 기본적으로 예금을 예치하고 이것을 대출하여 그 차익을 보는것입니다. 그러므로 예금(수신) 금리는 낮을수록 좋고, 대출(여신) 금리는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후순위 채권 발생으로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난데다 작년 4/4분기에는 정기예금 금리마저 높았었습니다. 하지만 시중 금리 즉, CD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출해준 사람으로 부터 은행이 받는 이자는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든것과 같이 불과 몇달전에는 6% 이상의 이자를 받던 것이 이제는 3~4%대의 이자만 들어오게 생겼기때문입니다.
더구나 시중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후순위채권이나 정기예금은 만기시까지 그 이자율을 보장해주어야 하므로 적어도 1년 정도는 예대 금리가 역전된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까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은행에서 과거와 같이 낮은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한다면 대출을 해줄수록 적자 폭만 키울뿐입니다. 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지만 정작 은행에서는 대출 자금의 절반 이하만 CD로 충당하기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은행에서 취할수 있는 선택은 기존 대출자는 계약때문에 할수 없다하더라도 신규 대출자에게는 가산 금리를 더 올려서 이익을 보전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같은 은행에서 빌렸더라도 2008년 9월 이전에 빌렸던 사람과 그 이후에 대출 받은 사람의 대출 금리 수준이 다른 것입니다.
< 앞으로 가산 금리는 올라갈까? >
금리를 결정하는데도 시장의 원리 즉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주택 경기가 활성화되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게되면, 즉 대출 수요가 늘게되면 가산 금리는 점점 올라갈 것입니다. 반대로 주택 시장이 침체되어 신규 대출 수요가 적게되면 가산 금리는 내려가겠지요. 이 때문에 수요측면에서는 주택 시장의 향방에 따라 대출 이자 영향을 받겠지요.
공급적인 측면에서 보았을때 가산금리는 내릴 요인이 더 많습니다. 금융당국에서 작년에 BIS비율을 12%까지 맞추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BIS 비율을 무리하게 높이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에 대출을 해주지 못하는 사태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주택 담보 대출보다는 중소기업등 기업 대출 시장이 바로 그것이지요.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은 담보라도 있기때문에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대출 분야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담보 능력이 부족하기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가급적 대출을 해주고 싶지 않아합니다. 기업 살리기라는 명분은 좋지만 그것은 윗사람의 몫이고, 대출을 해준 기업이 부실해지기라도 하면 그 책임은 지점장이나 대출 담당자에게 돌아오기때문입니다. “잘되는 기업은 놔두고 왜 하필 망할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었는지”, “당신은 그리 안목이 없냐”는등 질책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에서 BIS 비율을 높이라고 하자 울고싶은데 뺨맞은 격이 된것이지요. 금융당국을 핑계로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줄였던 것입니다. 자금이 남아 도는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꾸지 않지요. 자금이 부족한 기업, 특히 요즘과 같이 누구나 신규 투자에 몸을 사리는 때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기업은 신규투자때문이 아니라 운영 자금면에서 어려운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자금을 빌려주지 않으니 이들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비오는 날 우산 뺏는 격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에서는 살짝 꼬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책에서 나오는 이론 경제학과 현실 세계의 길거리 경제학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지요. 2009년 2월부터는 BIS 비율을 10% 정도만 맞추어도 된다는 조치를 내리게됩니다. BIS비유을 12%에서 10%만 낮추더라도 30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300조원이 얼마나 큰 돈이냐 하면, 우리나라 주택 담보 대출의 규모가 250조원 정도이니, 지금 빌려준 돈만큼 한번 더 빌려줘도 되는 액수입니다. 물론 이 자금이 모두 주택 담보 대출 시장으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을 못해주는 일은 적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금융권이 몸을 사리고 있지만, 은행의 주 수익원은 대출입니다. 대출 이자를 받지 않고서는 예금 이자를 지급하거나 운영경비를 충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언젠가는 대출 경쟁이 다시 벌어지게 될것이라는 것이 아기곰의 판단입니다. 그것이 2/4분기부터 시작될지 아니면 3/4분기부터 시작될지는 몰라도 나중으로 갈수록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출받을 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추는 것이 좋다고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나 세미나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 저축 은행 대출 금리는 언제 내리나? >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CD 금리 인하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 결정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 은행의 경우 직접적(S은행 방식)이든 간접적(K은행 방식)이든 CD금리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CD금리가 아니라 자기 은행의 조달 금리에 연동이 됩니다. 즉, 정기예금 금리와 밀접하다 하겠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시중은행에서 후순위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8%로 올렸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에따라 앞으로 1년간은 8%대의 이자를 고객에게 보장해야 하므로 대출 금리도 쉽게 떨어질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행이 최근 들어 저축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가 대폭 떨어지고 있습니다. 3월 4일 기준으로 1년 정기예금의 경우 4.98% 정도이며, 6개월물의 경우 4.27%에 불과합니다. 불과 석달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입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대출 금리도 앞으로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과거의 시중 은행 대출 금리 인하 속도보다는 느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만약에 기존 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산 금리가 1.5% 이하일 것입니다. 앞으로 당분간 (적어도 1년간) 이 정도 가산 금리를 조건으로 신규 대출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기존 대출을 갚고 신규 대출을 얻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다시말해 지금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고 나중에 같은 가격으로 그 집을 사더라도 지금과 같은 조건의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갈아타기를 할때도 이런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신규 대출자의 경우는 가능한 대출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재의 가산 금리의 수준은 2.7%에서 3.0% 정도로서 너무 높기때문입니다. 3월 4일 현재 CD금리가 2.49%이니 가산 금리를 이 정도로 적용받더라도 대출 금리는 5.2%~5.5% 정도가 될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출금리만 보면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 되지요. 하지만 대출 계약은 한번 되고 나면 대출금을 상환할때까지 조건을 변경할수가 없습니다. 다시말해 CD 금리가 오른다면 속수무책이라는 말입니다. 지난 5년간 평균 CD금리는 4.5% 정도입니다. 다시말해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자금 수요가 많게되어 자연스럽게 금리는 오르게 될텐데 5년 평균 수준까지만 오르더라도 대출 금리는 7.2~7.5% 수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CD 금리는 본인이 조절할수 없는 문제기때문에 올라도 할수없지만 가산 금리는 계약 당시에 정해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낮아질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남3구를 제외한 곳에 6억원 이상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작년 11월 3일 이후로 LTV를 40%에서 60%로 확대 적용해주기때문에 추가 대출 여력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저축은행의 대출이 있다면 시중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서 저축은행 대출을 갚는 것이 순서겠지요.
시장에서 물건을 하나사는데도 여기 저기서 가격을 비교하면서 심지어는 깎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몇억원대의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비교하지 않는 경우는 흔합니다. 최종 대출 금리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는 초등학교 산수만 할수 있으면 쉽게 계산할수 있지요. 진짜 중요한 것은 가산 금리를 얼마나 낮출수 있느냐인 것입니다.
기존 대출자라면 대출 갈아타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기곰이 이 글에서 설명한 내용을 100% 소화해서 다음 대출에는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시기 바랍니다. 그 첫번째 단추는 지금 당장 자신의 대출 계약서를 꺼내서 꼼꼼히 읽어보는 것부터 겠지요. 신규 대출자라면 모든 은행의 조건이 다르니만큼 최대한 여러 경로를 통해 조건이 좋은 은행이나 지점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백화점 물건을 고르는데 투자하는 시간의 일부만 대출 상품을 고르는데 투자한다면 평소 사고 싶었으나 비싸서 사지 못했던 물건값 정도는 쉽게 절약할수 있습니다.
부자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안쓰고 절약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하수의 방법입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효율적으로 써야 고수겠지요. 매달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씩을 은행에 더 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P.S) 현재 게시판 왼쪽 하단에 있는 '설문 & 투표'방에서 대출 가산 금리에 대해 재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설문에 응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오는가 |아기곰
2009-07-13 17:13
http://blog.drapt.com/sschdm/1241231247472826110
< 경기 침체의 원인과 전망 >
세계 경제가 이렇게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려면 2000년대 초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0년대초 IT 버블이 꺼지고 아시아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자, 그린스펀이 이끄는 미국 금융당국(FRB)에서는 금리 인하를 강력히 추진하게됩니다. 2000년말 6.50%였던 연방 기준 금리를 2001년 12월 11일까지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1.75%까지 급속히 내렸을뿐 아니라 이후 2004년 6월 30일까지 1%라는 초저금리를 2년 반동안 유지하게됩니다. 그린스펀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때가 자산의 버블을 일으켜서 현재의 문제를 잉태했다고 지적하지만, 그 당시에는 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불황의 신호로 해석되어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했던때입니다. 한마디로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이지요. 이때 그린스펀은 금리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인하하므로써 이 위기를 극복했던 것입니다.
금리가 인하되자 주택 보유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금 1천 달러와 모기지 이자 2천 달러를 내던 사람이 있다고 할때, 이자율이 종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원금 1천 달러와 이자 1천달러만 내게되어 종전보다 매월 1천 달러를 절약되게 됩니다. 가처분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기때문에 소비도 따라서 늘게됩니다. 여기에 주택보유 비용이 하락하게 되자 기존에 임대 주택에 살던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집 마련에 나서게 됩니다. 주택 보유 비용이 임대료보다 싸졌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자 집값이 오르게 되었으며, 신규 건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건설 경기가 활황을 맞게되었습니다. 또한 주택소유주의 입장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에퀴티(순자산)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 돈 10만 달러와 은행 대출금 40만 달러를 합하여 샀던 집이 70만 달러로 올랐다면, 집값에서 대출금을 뺀 차액인 에퀴티는 종전의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크게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른 에퀴티를 담보로 재융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어 이 돈으로 집을 고치거나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가구나 가전 제품등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를 하게됩니다. 집을 팔지 않아도 집값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에 힘입어 2002년도에는2.3%에 그쳤던 소비증가율은 2003년도에는 4.2%, 2004년도에는 6.1%, 2005년도에는 6.4%, 2006년도에는 5.8%로 크게 증가하게되며, 2002년도에 1.9%에 그쳤던 수입 증가율도2003년도에는 8.2%, 2004년도에는 16.7%, 2005년도에는 13.7%, 2006년도에는 11.0%로 크게 증가하게됩니다. 결국 2003년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세계적인 호황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소비 증가에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IMF의 외환위기에서 빨리 벗어날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빼를 깍는 구조조정의 효과도 있었지만 유래없는 호경기의 산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호황이 계속되자 거품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주택을 소유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가수요자들이 단순한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사기 시작한 것입니다. 크레딧 점수가 620점 미만인 신용불량자들에게 일부 은행에서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주어 집을 사게되자 주택 시장이 과열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신용도를 제3의 평가기관에서 집계를 하고 있습니다. 점수는 400점에서 850점 사이에 분포하며, 보통 네가지 등급으로 나뉩니다. 750점 이상의 점수를 Excellent Credit이라고 해서 최상의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합니다. 평생을 살면서 한번도 공과금의 납기를 어겨본적이 없는 사람들이죠. 두번째 등급은 660점에서 749점 사이로 Good Credit급으로 과거에는 이 등급 이상만 주택 담보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프라임 대출이라고 하면 Good Credit이나 Excellent Credit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을 말합니다. 620점~659점사이를 Fair Credit라고 하고 한국말로는 그저 그런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가끔 납기에 늦기도 하고 연체도 한두번 하게되면 이 정도 신용도를 가지게 됩니다. 알트 A급이 이 정도 신용도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입니다. 최하의 신용도가 400점~619점 사이의 Poor Credit입니다. 연체도 자주하기 때문에 대출 상품의 이자가 아주 높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은 바로 이들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한 모기지 상품입니다. 그러면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왜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었을까요? 아무리 이자가 높더라도 원금을 떼이면 손해라는 것을 이들이 모를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자고나면 집값이 오르는 시기였기때문에 최악의 경우 집을 압류하면 대출 잔액은 쉽게 회수할수 있을것이라고 판단했었던 것입니다. 이들 신용불량자까지 주택시장의 매수세력으로 등장하자 주택 시장은 과열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미국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진정시키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2004년 6월 1.00%였던 금리를 2년간의 단기간 동안 5.25%까지 인상하였으며, 그 이후 2007년 9월까지 1년 3개월간 고금리를 유지하였습니다. 이것은 후에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주택보유 비용이 상승하자 가처분 소득이 줄게되므로 소비지출이 감소하게되며, 실수요자들은 주택을 사는 것보다 임대로 사는 것이 싸게되므로 주택을 구입하지 않게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하락 하자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택 시장에 들어왔던 신용불량자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게되었습니다. 이는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져서 일부는 도산을 하게되었으며, 일부는 도산을 피하고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들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문에 증시가 폭락을 하게되었으며, 한국등 이머징 마켓은 그 피해가 더 극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것이 1차 위기라 부를수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입니다.
차압 매물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집값이 더 떨어지자, 대부분 집의 에퀴티가 감소하게되었고 이에따라 주택은 목돈을 만들수 있는 ATM (현금지급기)의 역할을 더이상 수행할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침체되자 기업의 실적이 악화가 되고 대규모 실업 사태를 불러왔으며, 실업자의 양산은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2차 위기입니다.
내수 시장이 축소되면 작아진 파이를 놓고 현지 기업과 (그들의 입장에서) 외국 기업간에 경쟁이 치열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현지 기업이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대규모의 실업 사태를 유발할 것이며, 이는 반외국 기업 정서를 불러오게되어 보호무역주의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것이 3차 위기입니다.
< 미국 현지 사정 >
이런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이 되었습니다. 미국 부동산 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에 역대 최고가가, 26만 8200달러 였던 미국 평균 집값이 올해 10월말에는 22만 4700달러로 16%나 하락을 하였습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16%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보다 적게 떨어졌다고 느낄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언론에 단편적으로 보도된 내용만으로 추정해보면 반의 반 가격 정도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을것입니다. 그것은 극단적인 사례만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6%의 하락도 사실상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고 있는 것입니다. 2006년도에 평균적으로 $268,200짜리 집을 샀을 경우 자신의 돈은 5%인 $13,410 정도만 투자를 하고 95%인 $254,790의 대출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2008년 10월 현재 $224,700로 떨어졌다는 의미는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며, 자기돈 $30,090을 더 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기때문에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어도 갚지않는 자발적 채무 불이행자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신용이 경색되면서 신규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에게도 대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신용도가 좋더라도 15%는 자기 돈이 있어야 합니다. 집값이 비쌌던 2006년도에는 자기돈 $13,410만 있으면 집을 마련할수 있었던 것이 집값이 16%나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장만하려면 $33,705의 자기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동차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는 신용점수가 620점 이상이면 대출이 가능했으나 올해는 700점대 이상이어야 대출이 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경기 침체로 실수요자도 줄어들고 있는데 대출까지 막혔기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가장 타격이 극심한 것입니다. 9월의 경우는 작년 동기 대비 27%나 판매가 줄었습니다. 매년 판매 대수가 증가했던 것에 비교하면 현재의 경제 사정이 얼마나 안좋은가를 알수 있습니다.
< 바닥은 가까워지고 있다 >
이런 암울한 소식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위기의 실체를 모를때 그것이 위기이지, 모든 위험이 노출된 후에는 회복이 기다리고 있기때문입니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부실화가 급격히 이루어진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리금 지불 능력 부족과 집값 하락에 따라 집의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자 원리금 상환을 거부하는 모럴해저드에 있습니다.
이중 원리금 지불 능력 부족 사태는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서서히 잡혀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두가지 기준이 있는데, 변동 금리는 연방기금금리에 연동되며, 고정 금리는 10년짜리 미국 국채 수익율에 연동됩니다. 보통 변동 금리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다가 3년 또는 5년후에 그 당시의 시중 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2002년~2004년에는 연방기금금리가 미국 국채보다 훨씬 쌌기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변동 금리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3년후인 2005년부터 2007년에 이르자 연방기금금리가 올라서 변동 금리가 애초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높아졌던 것입니다. 예로 집을 살때 한달에 2천 달러 정도를 지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샀는데, 막상 변동 금리로 바뀌자 3천 달러를 내야하는 사태가 온것입니다. 이 때문에 채무불이행이 늘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2005년도 2/4기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의 경우 3년후인 2008년도에 이르자 금리가 그 이하로 떨어졌기때문에 예상했던 예산 범위내에서 원리금을 갚아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졌기때문에 집의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모두 갚을수 없게되자 원리금 납부 자체를 포기하는 모럴해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횡행하게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전체 모기지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프라임 모기지 시장으로의 전이 속도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시장의 경우 대상자가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신용도를 지키기 보다는 몇푼의 실익을 더 중요시하지만 프라임 시장의 경우 신용도(Credit)를 돈(Cash)보다 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같은 돈을 꾸더라도 미국은 신용도에 따라 3% 정도 이자율의 차이가 납니다. 만약 50만달러를 빌린다 하면 매년 1만 5천달러의 이자 차이가 난다는 의미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얻은 사람에게는 3만 달러가 커보일수가 있지만,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는 2년치 이자 차액에 불과합니다. 3만 달러때문에 평생을 쌓아올린 신용도를 무너트리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프라임 시장으로의 전이 속도가 느린 것입니다.
또한 주택보유 비용은 낮아지고 임대 비용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말은 실수요자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금리 인하 효과 시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리가 인하되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 1~2년의 시차를 두고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현재 상황에 대입하여 보면 저금리 정책으로 회귀한 2008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보면 빠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2010년 상반기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칠것입니다. 그린스펀이 내년 상반기라고 주장을 했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지요.
<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
미국의 대출 환경과 우리나라 대출 환경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2006년도에 평균 LTV를 94% 적용하였습니다. 주택값이 6%만 내려가면 집값보다 대출잔액이 많아지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1금융, 제2금융 모두 합하더라도 48.8%로 절반 가량 폭락을 하더라도 은행의 손실이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그건으로만 해당되며, 7년후에는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돈을 갚지 않을 경우 평생을 추심에 시달리거나 다시는 은행 거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쉽게 채무불이행을 결정할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이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리나라에 까지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자체의 부동산 담보 대출 심사를 강화한다든지 글로벌 유동성 감소로 인한 시중 금리 상승등의 영향은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수출 침체로 인한 유동성 감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주택담보 대출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입니다. 올해 6월 현재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7%로서 작년의 0.4%보다 약간 상승한 수준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일부 언론에서는 난리가 난것처럼 기사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좋았던 2004년도에도 연체율은 1.8%였던 것을 비롯, 과거의 예를 보았을때 0.7%는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시장이 활황이었을 경우에도 연체율은 2%가 넘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는 연체율이 10% 이내로 떨어진적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2004년의 10.3%에서 2007년에는 16.3%로 높아졌기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1%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아주 다른 것입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LTV를 94%나 적용했기때문에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따라 주택 시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구조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비중이 절반도 되지 않기때문에 금융기관의 유동성 축소가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게되면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강력한 내수 부양이 필요한 것입니다. 수출 시장이 줄어든 만큼 내수를 부양하여 경기를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GDP대비 수출액이 40%에 달하는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세계 15대 경제 대국중 우리나라 수준의 수출 비중을 갖는 나라는 독일(41%)과 중국(38%)뿐입니다. 그동안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수출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자원 부족국가인 일본의 경우도 수출 비중은 15%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내수 시장 확대를 통하여 이번 사태를 극복해야 할것입니다.
< 유동성 증가와 부동산 시장 >
그러면 내년도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것인가? 시세는 유동성의 추이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 값이 급등한 원인중 하나가 유동성의 증가에 있습니다. 1997년도 482조원이었던 통화량(M2)은 10년만인 2007년에는 1197조원으로 148%나 증가한바 있습니다. 이런 통화량의 증가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어 10월말 현재 작년 동기대비 14.2%나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결과치를 볼때 통화량 증가율과 집값 상승율은 정비례합니다. 통화량 증가율이 많았던 해에는 집값 상승율이 높았고, 낮았던 해에는 상승율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조화(coupling)현상은 2007년 이후로 무너지고 맙니다. 통화량 증가율이 예전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율은 이에 비례하여 상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비동조화(decoupling)의 원인은 금융 규제에 있습니다. 2006년 말부터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잠가버렸기때문에 유동성이 확대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는 들어올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11.3 조치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1.3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는 금융권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결국 과거에는 금융 규제때문에, 현재는 유동성 부족때문에 주택 시장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비슷해 보여도 그 근본 원인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언젠가 금융권의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올수 있기때문에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수 있습니다.
< 대출 규모 문제 >
우리나라는 LTV의 적용 기준이 엄격했기때문에 미국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누누히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폭락론자들은 저축은행등 제2금융권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1금융권 = 프라임 모기지, 제2금융권 =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는 등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것이라고 주장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6조 8700억원 규모로서 이는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인 500조원에 비하면 1.4%에 불과한 적은 규모이며, 대출액 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문제삼으려면 8조 3200억원이나 되었던 2005년도부터 문제를 삼았어야지 금융 규제때문에 대출 규모가 줄어든 지금에 문제를 삼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않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가 시작되지 않았던 2006년 3월 이전에 LTV의 80%까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31%의 집값 상승이 있었기때문에 당시에 80%였을지라도 현재는 61.1%에 불과합니다. 전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67.6%에 이르러서 집값이 1/3이 떨어지기전까지는 안전하다 하겠습니다.
< 대출 규제 완화의 영향 >
11.3 조치에 따라 강남3구를 제외한 전지역에 대출규제가 완화되었습니다. LTV를 60%까지 적용할수 있을뿐더러 DTI 적용을 받지 않기때문에 과거보다는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 4500만원 정도의 평균적인 샐러리맨이 9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종전에는 LTV 40%를 적용하여 3억 6천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되더라도 DTI 규제때문에 1억 8천만원 정도밖에 대출이 되지 않았는데 비해 앞으로는 LTV 60%를 적용하여 5억 4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대출 규제 완화가 바로 시장에서 효과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대출이 쉽게 나오기 어렵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언젠가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때는 주택 시장에도 유동성이 넘치게 될것입니다.
< 수급의 문제 >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역전세란이 우려되기도 하는 시점입니다. 올해들어와서 9월까지 3.1% 올랐던 전세금은 두달 사이에 1.5%나 하락을 하였으며 이런 추세는 봄 이사철 까지는 당분간 계속될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집 매매와 전세는 대체재 성격을 띱니다. 집매매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임대 수요가 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은 매매가나 전세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가 무엇일까요? 잠실 1단지, 2단지, 시영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의 영향도 상당합니다. 대형단지가 잇달아 입주를 하니 시장에 전세 물량이 넘치게되고, 이곳으로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전세를 동시에 빼기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남3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전세값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수요 즉, 가구수가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쉽게 해체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20%에 달하는 1인 가구의 경우는 다르지요. 경기가 좋을때는 이들 1인 가구들은 주택 수요로 작용을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때는 수요에서 사라지게됩니다. 이것이 바로 명목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은 현재도 주택이 모자라는 원인이 되는 것이며, 불황때는 전세나 집값을 내리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경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1인 가구 수요는 줄어들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의 12.7%에서 2005년에 20.0%로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자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우면 일시적으로 이 비율이 줄어들게되며, 이 때문에 주택 시장 수요에 변동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12월부터는 주택 매매 수요를 늘이는 계기도 생깁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의 중복 보유기간이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처분 기간이 1년이라면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으니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2주택자가 되어버리는 불상사가 많이 발생하게되어 예전과 같이 2년으로 다시 갈아타기 기간을 늘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되면 급하게 집을 팔 이유가 없으므로 보유기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5년에 한번씩 집을 갈아타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보다 1년 정도 더 중복 기간을 가질수 있으므로 수급 상황이 20%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의 매물이 20% 정도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 >
시중에 자금이 많이 넘쳐나면 돈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며, 반대로 시중에 돈이 마르면 자신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진행됩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나락으로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가장 큰 증거가 금값입니다. 올해 2월 온스당 974달러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값은 그 이후 슬금슬금 내려앉아 10월말에는 717달러까지 내려앉더니, 11월말 현재 816달러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돈이 시중에서 사라지자 현금을 확보하려는 투자가들이 금을 시중에 내놓으면서 금값조차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11월의 반등이 디플레이션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것입니다. (12월 11일 현재 808.8 달러 기록중)
이렇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내릴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널리 퍼지고 있는 비관론의 주된 논리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맞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생각을 해보았을때 그 말이 맞다고는 볼수없습니다. 현재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마르고 있는 것은 돈이 유통되지 않고 꼭꼭 숨어버렸기때문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돈을 회수하면서 일부 투자은행은 도산을 하였고,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은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세계에 투자해놓은 자산들을 현금화하여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200억 달러에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올 가을에 빠져나갔지요. 이런 이유로 실물경제를 돌리기 위한 유동성이 부족하게 된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런 사정을 각국 정부가 잘알기에 극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족한 유동성을 금리 인하나 더 나아가 발권력을 동원하여 공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유동성이 넘쳐나던 때 만큼은 아닐지라도 실물 경제가 돌아갈 만큼의 유동성 공급은 각국 정부가 경쟁을 하듯 공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질 것입니다. 애초에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금을 회수한 것은 세계 경제를 무너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수익도 좋지만 그보다는 원금에 손실이 날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실물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원할히 돌아간다는 확신이 서게되면 회수했던 자금을 재투자 하게 될것입니다. 이때 과잉 유동성 공급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실물경제에 필요한 자금은 이미 정부에서 공급을 한 상태이므로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은 실물경제에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만 이들 자금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면서 자산 값은 폭등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가면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등을 통해 유동성을 다시 흡수할수도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몸을 움츠렸던 투자자들이 언제 얼마만한 규모로 다시 시장에 돈을 풀지는 아무도 알수 없기때문에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흡수 할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상당히 인플레이션이 진행된후에야 정부에서 조치를 취할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2004년도 하반기부터 시작한 극격한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빠트렸던 것을 잘 알고 있는 각국 정부로서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할수 밖에 없습니다.
< 언제 투자를 해야하나? >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이들 투자자들이 실물 경제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시점, 정확히는 그 직전이 투자의 가장 적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투자자가 모두 같은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정확한 투자 시점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몇가지 조짐으로 그 투자 시기를 가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첫째, 자금조달 측면에서 볼때 은행의 대출금리가 6% 이하로 떨어지면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금 조달 원가가 낮아지므로 내집마련에 그만큼 부담이 줄기때문입니다. (12월 11일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에 연동되는 91일짜리 CD 금리가 4.75%까지 떨어진바 있습니다.) 둘째, 현재 8%가 넘는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가 6%대로 낮아지는 것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시중 자금 사정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고, 저축은행 예금을 대체 투자처로 생각했던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갈수 있는 계기가 될것입니다. 셋째,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도 투자 신호입니다. 가장 중요한 실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주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여 지수 1400 이상 돌파하거나, 미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신호를 보일때등이 부동산 투자에 임할 적기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신호가 모두 시장에 나올때는 투자에 이미 늦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질것이라고 알려졌는데, 자신의 매물을 싼값에 팔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여러 신호중 한두가지라도 나타난다면 그때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조차 알기가 어렵다면 단순하게 시점별로 투자를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하의 효과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후에 소비 시장에 반영된다고 했습니다. 이를 현시장에 대비하면 2008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늦어도 2년후인 2010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유동성의 증가는 미국보다 빠르게 시장에 반응하는 편이지요. 이런것을 감안해서 볼때 실물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은 내년도에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을것이라는 것은 너무 희망 사항이 섞인 이야기이고, 2010년에 반등을 시작하여 2011년에는 유동성 과잉의 효과를 톡톡히 볼것이라는 예측이 좀더 현실적입니다.
부동산 투자, 좁게는 주택에 대한 투자는 주식과 다릅니다. 주식에서도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택에 대한 투자는 장기투자가 필수 요건입니다. 3년을 보유해야 양도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1년안에 팔면 양도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하기때문에 실익은 별로 없습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3년을 보유해야하기때문에 주택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3년후 시장 상황을 내다보는 능력인 것입니다. 1~2년 반짝 오르다 3년이 넘어서 막살 팔려고 하는 시점에는 집값이 매입가보다 떨어졌다면 그보다 허망한 것은 없습니다. 1~2년 차에는 조금 적게 오르더라도 3년차에 많이 올라주는 것이 투자수익율면에서는 유리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지금 주택을 사게되면 2012년에나 팔수 있는 시기가 될것입니다.
< 떨어지는 칼날인가, 떨어지는 감인가 >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라’ 라는 투자 격언이 있습니다. 대세 하락기에는 매수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경우 거래량이 많기때문에 시세가 반등을 하는 시기에도 주식을 살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경우 거래량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세 반등의 조짐이 시장에 알려지는 순간 그 많던 매물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를 잡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는 것일수 있습니다. 지금 잡는 것이 떨어지는 칼이 될지 아니면 떨어지는 감이 될지는 나중에 알수 있겠지만, 거래량을 수반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반등시에도 매물벽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떨어지는 칼날’이지만, 거래량을 수반하지 않는 가격하락, 즉 사연이 있는 매물때문에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떨어지는 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세 변동뿐 아니라 거래량 변동도 눈여겨 보면 떨어지는 감을 잡을수 있는 눈이 열릴 것입니다. 누구든 가장 쌀때 사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바닥은 그 시점을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바닥을 지날때는 고통과 공포가 시장을 휩쓸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과 공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희망이 그 자리를 채우기 마련입니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봄이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겠습니다. 먼훗날 우리는 2008년 가을과 겨울을 기억하며, 그런때도 있었다고 이야기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추운 시기를 이야기꺼리로만 만들것인지, 자산 증대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P.S) 이 글은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연속으로 열렸던 세미나에서 말씀드린 내용중 일부입니다. 이 글은 우리 아기곰 동호회원만을 위한 글로서, 다른 곳으론 퍼나르지 말것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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