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자 도입을 골자로 한 서울시 혁신안의 첫 시험대로 성수지구가 선정됐다. 성동구는 공공관리자 제도 개요, 정비업체 선정과 업무범위 등의 내용을 담은 ‘성수구역 지구단위계획(정비예정구역 지정) 열람 공고안’을 지난 8일 공고했다. 공고안에 따르면 성수구역은 총 65만9천190㎡ 면적으로 약 7천여 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추진위 구성 때까지 공공관리자인 성동구청장이 정비사업 프로세스 관리와 정비업체 선정부터 추진위 승인까지 주도적으로 관리하되, 이후 지속 여부는 추진위가 선택하게 된다. 첫 단추는 구청장이 공개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대상은 현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기간은 추진위 구성때까지다. 선정된 정비업체는 권리관계 조사나 토지등소유자 명부 작성, 주민총회 개최 및 각종 안내문 제작 발송, 추진위원장 선출 후 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하게 된다. 추진위원장 선출은 주민총회에서 선출할 예정이다.

 

시는 추진위원장 선출 및 정비업체 선정기준, 공공관리 매뉴얼 및 각종 시스템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기준마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추진위 구성 때까지 활동할 정비업체 선정 기준 및 방법, 공정한 입찰방법 및 비용산출, 추진위원장 선출 및 동의서 징구방법 등을 마련 중”이라며 “일단 시범사업은 추진위 구성 때까지만 실시하기 때문에 추진위 구성 이후에는 현행법령에 따라 추진위가 정비업체를 다시 선정할 수 있지만 법령이 개정되면 공공관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와 성동구는 정비업체 선정기준이 마련되는 7월중에 정비업체 선정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8월에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9월에는 주민동의서를 받기 시작해 추진위원회 승인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혁신안의 실행과정에서 지금까지 과도한 이득을 취하던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면서도 “이익집단의 저항이 있어도 개혁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담금 1억원 인하” 공방=“분담금 1억원을 낮추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으로 일단 공공관리자 제도도입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1억원 분담금 인하”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는 화살로 되돌아 와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시가 밝힌 분담금 1억원 인하의 주장요지는 이렇다. 공공이 관리하게 되면 조경이나 마감 등 특화공사비로 지출되던 예비비나, 공공융자로 대체되면서 줄게 되는 대여금이자, 공사비 등을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가 조합원이 660명이고 신축세대수가 1천230세대인 A구역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재는 △추진위 및 조합운영비 39억원 △설계 감리비 79억원 △기타 용역비 43억원 △보상비 527억원 △철거 공사비 54억원 △본공사비 2천637억원 △기타 경비 76억원 △대여금 이자 140억원 △예비비 122억원 등 총 3천71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추진위 및 조합운영비 33억원(6억원 감소) △설계 감리비 87억원(8억원 증가) △기타 용역비 42억원(1억원 감소) △보상비 527억원(동일) △철거 공사비 42억원(12억원 감소) △본공사비 2천92억원(545억원 감소) △기타 경비 107억원(31억원 증가) △대여금 이자 65억원(75억원 감소) △예비비 37억원(85억원 감소) 등 총 3천32억원으로 685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의 18%를 절감시키는 것으로 세대당 1억원의 분담금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 자료의 신뢰성인데, △공사비 낙찰율 80% △설계변경율 5% △물가연동율 3% △대여금 이자율 7.5%→4.3% △사업기간 8년→6년 △예비비 공사비의 6%→공사비의 2% 등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이번 혁신안을 보면 자문위원들의 수준이 의심스럽다”면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특성을 배제하고 단순히 주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숫자놀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문제점은 뭔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SH공사의 독점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SH공사가 공공관리자로서 사업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SH공사는 조직을 대폭 정비했다. 특히 도시재생본부가 신설됐는데 30명으로 꾸려진 신생 조직이지만 서울시의 보살핌(?) 속에 앞으로 SH공사의 중추부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공공관리자 제도는 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부분인데도 법 개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SH공사 인사까지 단행한 서울시의 독단적인 행태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SH공사에게 공공관리자라는 날개를 달아줘 덩치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에 일감을 주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공공역할을 강화한 것처럼 SH공사의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혁신안을 내놓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추진위 승인 이전부터 주민들에게 공공시행 동의서를 걷을 수 있는 구조여서 SH공사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주민들에게 돌아갈 개발이익을 나눠 갖는 돈벌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비사업 혁신안 내용
서울시는 서울시내 484곳의 재건축·재개발 구역 중 추진위가 구성된 154곳과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175곳 등 329곳에 대해 서울시의 혁신안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안에 클린업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각종 관리매뉴얼과 추정사업비 산정 프로그램도 연내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지난 1일 확정한 서울시 혁신안의 주요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공공관리자인 구청장이 정비업체 선정=서울시의 프로세스 혁신안의 핵심은 공공관리자 제도도입이다. 특히 공공관리자인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시는 현재 정비구역 지정단계 이전부터 정비업체가 난립해 주민동의서 매매가 이뤄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고 보고 있다.

 

▲클린업 홈페이지 연내 오픈=25개 자치구와 시의 재개발 관련 모든 정보와 진행과정을 열람할 수 있는 ‘재개발 클린업 홈페이지’가 연내 오픈된다.

 

클린업 시스템에서는 사업계획서와 회계감사 보고서, 계약관련 서류, 월별 조합비 지출결과와 설계변경 내역 등 총 15개 항목에 대한 세부내용이 공개된다. 비리 신고, 세입자 상담, 정책 제안, 전문가 상담코너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재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추진위와 조합은 법규상 정보공개 가능항목 중 일부 정보만 공개해 주민의 알권리 침해가 심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주요결정 또한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주민분쟁의 원인이 돼 왔다”고 말했다.

 

시는 클린업 시스템이 운영되면 재개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재개발사업과도 간접비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담금 산정프로그램 개발·보급=조합원 분담금을 사업초기에 알려주는 산정프로그램도 개발·보급된다. 이를 위해 시는 대지조성비와 건설공사비를 포함해 관리처분단계에서 요구되는 40~50개 항목을 포함한 추정사업비 산정프로그램 개발을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시범적용을 거쳐 개별 사업장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내 484개 구역 중 329개 전면 적용=시는 서울시내 484개 재건축·재개발 구역 중에서 추진위가 구성됐거나 구성 중인 329개 구역에 대해 전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구역은 주민이 도입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주거이전비 등 자금융자와 연계해 최대한 도입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미도입 구역에 대해서도 추정사업비 산정프로그램 도입, 현재 개발중인 공공관리 운영 매뉴얼에 의한 관리, 설계업체·시공자 선정 절차 개선, 조합임원 선출사무의 선거관리위원회 의뢰 등의 방안을 부분 적용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