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자 동아일보 황호택 수석논설위원이 쓴 칼럼 <블루칩 아파트의 착륙>에 대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과 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이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황 위원은 지난달 31일자 칼럼에서 서울에서 제일 비싸다는 강남구 삼성동 I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황 위원은 "(그 지인의) 작년 종합부동산세를 2000만 원 가량 납부했다"면서 "그가 사는 65평형 아파트는 시가 40억 원. 집값의 기회비용에 종부세 재산세 관리비를 합하면 한 달에 1620만 원, 하루 54만 원의 거주비가 든다"고 언급했다.

	▲ 동아일보 1월31일자 31면

황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더 올라가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더 올라가면 더 강력한 것을 준비해서 내놓겠다'고 말했다"면서 "강남에 오래 살아온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것이 징벌을 당해야 할 죄악은 아니다. 집 값은 세금폭탄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맞는 공급 친화적인 정책으로 잡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황호택 위원 "세금폭탄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맞는 공급 친화적인 정책으로 가야"

황 위원은 "어느 나라에서나 집값과 좋은 학교는 상관관계가 높다"면서 "강남에서 멀리 떨어진 양천구 목동의 집 값이 오르는 것도 학교 요인이 크다. 정부가 강북 뉴타운에 좋은 학교를 많이 세우고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 여건을 조성한다면 강남 인근 신도시 건설 이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은 "연초에 버블 세븐 집값이 오랜만에 조금 하락세를 보였지만 수도권 집 값이 자칫 경착륙하면 국가적 재앙을 부를 수 있다"면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집 값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1일 성명을 내어 황 위원의 칼럼을 비판했다. 이들은 <'강남서민'만을 위한 동아일보의 짜깁기 궤변>에서 "이러한 칼럼의 인식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면서 "하나는 강남의 40억 원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의 '표준적인 국민'으로 설정한 것이며 또 한 가지는 좋은 곳에 살아도 비싼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 40억 원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표준적인 국민인가"

이들은 "강남의 40억 원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한 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동아가 그토록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삶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강남 아파트 주민'들의 처지만 생각하고 쓴 칼럼을 과연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칼럼의 주장대로 시가 40억 원대의 아파트를 팔면 세금폭탄을 맞아(?) 17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니 겨우 23억 원 밖에 남지 않아 이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주장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23억 원을 가지고도 힘들다면 평범한 중산층과 서민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칼럼은 왜 이들이 하루에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강남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면서 "비싼 곳에 살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칼럼은 비싼 곳에 살아도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고,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아왔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도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칼럼이 제시하는 부동산 안정 해결책이란 한결 같이 공급을 확대하는 것뿐"이라면서 "하지만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공급확대론은 매우 위험한 것이고, 현실을 무시한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급이 부족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하지만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인 가수요에 대해서까지도 무작정 공급을 계속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