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동산 투자 격언 중에 '3승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개발 호재가 생긴 지역에서 부동산값이 개발계획 등의 호재 발표 시점과 호재 시행(착공)단계, 마무리(완공)단계 등 3차례에 걸쳐 오른다는 뜻이다. 이는 부동산투자자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의 투자경험을 통해 굳어진 격언이다. 수도권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이나 지하철 및 도로 건설 정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그동안 이같은 '투자 법칙'이 대부분 성립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동산 시장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그동안의 '투자법칙'이 깨지고 있는 것. 더구나 부동산의 내재가치 판단 기준도 바뀌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종전에는 학군과 조망권, 대단지 등이 투자가치를 좌우했지만 이들 요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대신 가격이 최우선시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도 패러다임이 확 바뀌고 있다.

■'3승의 법칙' 깨진다
부동산 투자에서 '3승의 법칙'이 깨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가 꼽힌다. 판교신도시는 2002년 조성계획이 발표되고 2006년 첫 분양을 시작하면서 당시 인근의 성남 분당신도시와 용인지역 집값이 '후광효과'로 집값이 치솟았다.그러나 지난해 말 판교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영향이 크지만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오히려 기존 신도시가 소외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3억원대 초반이던 분당신도시 수내동 양지한양 109㎡는 2002년 판교신도시 조성 계획 발표와 동시 순식간에 4000만원이 뛰면서 3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이어 2006년 판교신도시 첫 분양이 시작되면서 이 아파트는 7억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말 이 아파트값은 6억30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7년 6월 정부가 동탄신도시 바로 옆에 동탄2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존 동탄신도시의 집값은 되레 꺾였다. 신도시 규모가 커지는 것은 호재였지만 이로 인한 공급과잉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값싼 주택이 나온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동탄신도시 반송동 시범다은포스코 111㎡는 2007년 3월 웃돈만 2억원이 붙어 4억3000만원대에 입주가 시작됐지만 동탄2신도시 발표 후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금은 3억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호재 물결처럼 퍼진다'도 옛말
요즘에는 '호재가 발생하면 인근지역에 돈을 묻어두라'는 과거 격언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호재가 과거와 다르게 국지적으로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 한강변 5개 아파트지구에 최대 50층 안팎의 초고층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의 '한강공공성회복 선언을 발표한 뒤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집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 호재의 약발은 해당지역 밖으로는 뻗어나가지 못했다. 성동구 성수동2가 강변임광 115㎡는 4억8500만원에서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반면 응봉동 신동아 105㎡는 발표 전의 시세(4억2500만원)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역시 인접한 광진구 자양동 광진한화꿈에그린 105㎡도 발표 전과 별 차이가 없다.

■투자가치,'학군·조망권 지고 가격 뜨고'
그동안 투자가치 판단의 주요변수로 작용했던 학군, 조망, 대단지 등의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분양가격이 비싸면 입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분양에 성공할 수 없다. 부동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입지나 학군, 조망권 등이 좋다면 기꺼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경쟁적으로 사들이던 그동안의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대명종합건설이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분양했던 '대명루첸'이 좋은 예다.이 아파트는 뚝섬 서울숲 바로 옆에 위치해 숲과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등 입지와 모든 여건이 좋았다. 그러나 청약결과는 총 87가구 중 순위내 청약자가 고작 9명에 그쳤다.이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3.3㎡당 2000만원대 중반에 달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유로 참여정부 당시의 규제폭탄과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는다. 참여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로 집값이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까지 침체하면서 시장에서는 부동산이 과거처럼 급등세를 연출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분양시장의 경우 이젠 입지가 아닌 가격이 가장 중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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