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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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9월 자유로가 개통됐다는 소식에 부장 이하 전 부원이 통일 전망대로 행차했다.

1년에 한두번 하는 직장인들의 '땡땡이'였다

점심 식사후 밀려오는 졸음을 쫓으며 한 길을 내달렸다.왕복 4차선이었던가.

도로옆 선홍빛 코스모스가 우리를 반겼다.한참을 달리니 우측에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일산 신도시였다.

저리 먼 곳에서 어떻게 살까.

문득 시린 발 동동 구르며 군대간 친구를 면회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1981년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101여단 깡촌인 금촌 읍내에서 내려 칼날같은 얼은 볏잎을 피해가며 친구를 기다렸었다.

1993년 가을.

일산에 업무차 갔다.스무살 시절의 백마는 사라져 있었다.도로는 거의 완성됐다.일부 아파트는 주인 맞이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지금의 강촌 마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런 데도 잘 만들면 근사하게 보이는구나.

서울 장애인 올림픽이 열리던 가을 일산 홀트복지원을 찾은 날이 떠올랐다.

그 때는 서울에서 너무 멀었는데...

이제 아주 가까워졌네

가을 바람에 일렁이던 누런 벼와 키작은 코스모스 대신 콘크리트 덩어리가 들어서있었다.

도시개발에 밀려 전원의 고즈넉함이 사라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94년 가을.

이미 강촌 백송 마을 쪽은 입주가 진행되고 있었다.아파트 숲 사이로 삐즉이 내민 건물이라고는 5층 상가 하나둘이 전부였다.

황토를 파내고 여기 저기서 상가를 올리고 있었다.일산 서구쪽은 아직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대화역 인근은 광활한 공터였다.

멀리 고봉산 위를 떠 노는 구름이 한가로왔다.몇년후에는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로 바뀌겠구나.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95년 여름과 가을.

일산에 살다시피 했다.아내의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9월의 어느 한주간에는 일산과 파주 일대를 60여차례나 다녀왔다.8일이나 휴가를 냈다.나를 어여삐 본 부장의 배려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마두역 부근인가.상가 분양광고 전단가 이리저리 길위에 나부꼈다.주엽역 인근에도 아파트들이 입주를 했다.후곡마을 백석마을쪽에도 근린 상가가 하나둘 분양됐다.

정발산 자락에는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목조주택 건립 초기 시절인지라 미국에서 현지인을 초청해 짓는 곳도 있었다.

지금의 정발 중학교 앞 단독 택지가 평당 60만원에서 90만원이었다.미분양이 넘쳤다.60평 72평 90평 정도로 분양했던 것 같다.KT뒷편 정발산 기슭에 좋은 공터가 보였다.

탐이 나는구나.저기 저층형 아파트 지으면 돈되겠구나.나중에 그 곳에 청구빌라가 들어섰다.KT 5층 건물이 일산대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상가를 알아보려고 들른 부동산 사장.

여기 상가 부지 나왔는데 사놓으세요.

지금의 국립 암센터 맞은 편 싸릿골 인근 대로가 였다.150평 상가용지 가격이 평당 150만원.

주인이 돈이 없어 등기 분할해주고 절반씩 나눠 판대요.1억이면 75평 상가용지 살 수있던 시절.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당신이 사업해 10년 버는 것보다 거기 땅 사놓는 게 나을지 몰라....

돈은 사업해 버는 것이라고 믿는 아내와,젊은 사람이 부동산에 집착하면 안돼라고 신조를 가졌던 나.

융자 좀 쓰면 6000-7000만원이면 잡을 수있는 것을 보내줬다.

주엽역 인근 48평 아파트가 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었다.뉴스에서는 아무 것도 갖춰지지 않은 도시가 말이 되냐며 주부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 시절 행복했다.아내와 만나 사업 예정지 본뒤 점심 먹고 나들이의 연속이었다.젊음과 건강이 있고,목표가 분명한 나날들이었다.

왕복 4차선의 자유로를 달려 시원하게 달려 광진구 집으로 오곤 했다.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자유로의 석양이 아름다웠다.

96년 여름

일산의 빌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빌라에 입주한 친척이 집들이 초대를 했다.
텅텅 빈 빌라,문만 열면 내부 구조를 맘껏 볼 수있었다.46평 57평 65평 72평 다양했다.

복층 구조가 참 맘에 들었다.친척은 빌라 분양가가 더 비쌌는데 아파트가 더 인기라고 속상해 한다.65평 가격이 1억6-8천 했었나.

그 해 봄 지금의 마두 이마트 자리 근방에 유니코라는 쇼핑몰이 개장했다.일산 신도시내 최초의 쇼핑 몰이었다.제대로 걸음을 뗄 수없었다.

여기서 아는 사람 참 많이 만났다.신혼인 친구들이었다.서울 집 값이 너무 비싸 전세 살바에 여기에 사서 입주했다고 했다.

1년새 자유로에 주행차량 수가 확 늘어나 있었다.


97년 해외에서 귀국한 친척과 형제들이 일산에 이사왔다.

강남에서 오래 살았던 형제는 용산까지 출퇴근에 부담스러워 했다.그새 차량수가또 늘어나 있었다.

주말에는 가끔 형 집에서 자고 직장으로 출퇴근했다.막히기 시작했다.그해 가을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가격이 폭등했다.아마 두배씩 뛴 것으로 기억한다.1억을 조금 웃돌던 40평대가 2억5천-3억이었다.

98년 겨울 어느 주말 가족 전부가 일산 형집에서 주말을 지낸뒤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산에 사는 동료에게 차량 동승을 부탁했다.동료가 6시45분에 만나자고 했다.

6시45분이라니.

겨울 6시45분은 새벽이다.그래야 8시 이전에 여의도에 도착한다고 했다.7시 넘으면 한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다.

호수공원 백화점 병원 등 웬만한 것이 1-2년새 모두 들어섰다. 아직도 군데군데 빈 땅이 많았다.

한 5-10년 되면 여기도 완성이 되겠구나.

혹독한 IMF 시절 일산 집값이 추락을 거듭했다.

40평대가 1억4-5천에 나왔다.호수 현대 32평이 1억에도 거래되던 시절이었다.

IMF의 혹독함 만큼 일산의 겨울은 매섭게 추웠다.서울보다 보통 2-3도 낮았다.



99년 IMF의 끝자락이던 시절.

일산에 집을 둔 동료들이 힘들어했다.

IMF끝나면 반등할 것이라고 위로했다.5년만 참으면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했다.

어느 새 회사에서는 내게 부동산 상담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 때 집중 추천한 곳이 목동과 과천이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산에 활기가 넘쳤다.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허허롭기만하던 대화역 인근에도 건물이 하나둘 들어섰다.

고양 운동장 공사가 들어가고 그 맞은 편쪽으로 대화마을이 건설됐다.평당 500선이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돈이 많이 도는구나.무얼로 이 경제위기를 탈피하고 있는 것일까.주식과 카드였다.



2000년 봄

반포에 오래 살았던 친척이 일산을 떴다.

출퇴근에 너무 힘들다고 했다.

기사가 출퇴근 시켜주는데 뭐가 힘들까.

하여간 힘들다고 간 곳이 송파였다.





2002년 가을

대화마을에 아파트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평당 1000만원을 호가했다.

아니 이 곳이 평당 1000인데 일산 신도시는 500도 안돼

사람들이 미쳤구나.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 곳과 일산 신도시를 구별 못하나.

아내의 사업장 문제 때문에 부동산에 들렀다.

부동산업소 사장님이 입에 거품을 물며 대화마을 모 아파트를 사라고 했다.

파주 모 아파트 분양권을 사라고 했다.

저는 상가 문제로 왔습니다.그리고 저라면 일산 신도시에 사겠는데요.

한심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나오는 길에 사장님을 다시 한번 봤더니 입 주위에 하얀 테가 끼어있었다.

정말 거품 물고 추천해준 것 같았다.

송파로 간 친척은 그 해 여름 잠실 장미 55평을 4억5천에 샀다.

결과적으로 이 친척은 반포에서 돈 벌고 잠실에 돈 벌고 그런 것 같다.

부동산도 모른다.그냥 지 편한대로 산다.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있다.

저지르면 오른다.

어쩌면 부동산에 대한 연구나 지식이 필요없는 게 돈버는 길인지도 모른다.




2006년 봄

아이들이 하도 졸라대서 호수공원 나들이를 했다.휴일에는 북새통이었다.

호수공원은 외지인들의 놀이터였다.평일에나 일산 사람들 몫이겠구나.

나중에 용산 공원도 평일에는 인근 주민,주말에는 서울 시민 것이 되겠구나 싶었다.

날좋은 휴일이면 북새통이 되는 것을 아는 큰 아이.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효창공원 등으로 희망 놀이터를 변경했다.

이 해 여름 일산 집 값은 서울의 옐로칩을 뛰어 넘어 블루칩 바로 아래로 가있었다.

지인중 한 사람이 일산 40평대가 11억에 거래됐다고 자랑스럽게 전화한다.

여기 부동산 아저씨가 일산 40평대는 1년후에는 10억 이하로는 구하기 힘들다고 그래요.

너무 올랐다.

나라면 구리나 이런 곳 사겠다.40평대가 4억이니 얼마나 실한가.전세가는 일산에 비해 더 높고.그러나 속 마음 뿐이었다.

남의 가슴에 염장 지를 일 무엇이 있을까.

앞으로 일산은 어떻게 될까.



2007년 초

잠시 귀국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일산 나들이를 갔다.

놀랐다.

일산 신도시 어디서든 보이던 고봉산이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봉우리 끝자락만 볼 수있었다.

건물이 너무 많이 들어섰다.후곡마을을 지나니 고봉산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너무 많이 들어섰다.

아 여기도 용인도 닮아가는구나.

나쁜 놈들 이 곳에 택지개발허가 내주고 20-30층 고층으로 올린 놈들은 다 짤라야 하는데.

예전 2003년 봄 일산을 생각한다라고 닥터에 글을 쓰며 일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었는데.

단아하면서도 시원했던 일산 스스로 무너지는구나.

주변을 돌아보니 풍동은 물론이고 식사동에도 택지개발이 진행중이었다.

규모의 신도시는 이런 것이 아닐진대....

대곡역 주위도 삼송리도 은평 뉴타운도 파주도 문산도 행신2지구도 아파트일뿐인데.

한국 건설족의 힘은 위대하구나.

아파트는 물론이고 상가마저 과공급돼 텅텅 빈 모습.

신도시 기획단과 지자체는 무슨 심보로 이 많은 건물과 상가 신축을 지정하고 허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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