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국민들은 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에 왜 등을 돌린 것인가>

지난 몇 년간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과잉 유동성의 탓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산 가치의 폭등이 있었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 거의 전지역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은 몇 배나 뛰어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자산 대폭락을 경험하였고, 그 이후 회복기간 동안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은 폭등을 거듭한 바 있다. 어떤 형태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가와 어느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특히 주택 값의 폭등은 많은 도시 근로자들을 실의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열심히 땀 흘려 벌어드린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이라고 불리는 자본 이득(Capital Gain)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주위에 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 대해서는 정부나 국민이나 이견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 원인 분석과 해법에 대해서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 정권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오류는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폭등 현상을 경제 현상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일부 투기꾼의 발호쯤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세금 위주의 징벌적’ 대책으로 일관하게 만든다. 몇 명의 투기꾼만 잡거나 그들에게 손해를 입히면 부동산 값은 자연히 내릴 것이라는 다소 순진한( ?) 발상을 하였던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현 정권에서는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의 치유’에 부동산 대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에 세금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폄으로써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 영합적 대책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가지고 있던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심을 잘못 읽었던 것이다. 그러면 도시 근로자들의 ‘실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등 여러나라의 집값도 지난 몇 년간 폭등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집값이 지난 수 년간 몇 배가 뛰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와는 상관 없는 먼나라 일에 불과하다. 그곳 집값이 오르건 또는 내리건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 등 ‘블루칩’ 지역의 경우는 다르다. 교육이나 교통 등 현재까지는 주거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이 이들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대기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들어갈 형편이 못 되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이들 지역을 손꼽았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다. 작년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현재는 소형 아파트에 살지만 미래에는 중대형 아파트로 가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재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지만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보다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저축도 하는 것이고 차곡차곡 늘어가는 저축액을 보면서 희망도 가져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값의 폭등은 많은 근로자들을 실의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해도 블루칩 지역의 집값 상승은 그 저축액보다 훨씬 더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렇다 해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상대적 박탈감의 치유’만은 아니다. 집값이 점점 올라가서 ‘언젠가는 나도 좋은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꿈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국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일반 국민에게 투기꾼은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면서 단기 거래를 일삼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것에는 어느 정도 심정적인 동조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강도면에선 현 정권의 인식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투기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어떠할까. 다음의 경우를 보자.
1. 투기꾼이 어떤 이익을 보는지는 몰라도 내게 한푼이라도 손해가 와서는 안 된다.
2. 나한테는 이익이 오지 않더라도 투기꾼이 손해를 보면 나는 만족한다.
3. 나한테는 다소 손해가 되더라도 투기꾼이 더 큰 손해를 보면 나는 행복하다.

일반 국민이 바라는 바는 1번 또는 2번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는 국민들이 3번까지 인내를 할 것이라고 가정을 한 듯하다. 그래서 일반 국민이 자신에게 다소 손해가 나더라도 국가의 시책에 적극 호응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민심은 다르게 반응했다. 추상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투기꾼이라는 범주에 바로 자신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 정권 들어서 ‘투기’라는 단어는 아주 일반화되었다. 그리하여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이 주택 투기지역이나 토지 투기지역으로 묶이게 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랑구나 강북구까지도 ‘토지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역’으로 묶여져 있다. 그리고 은평구나 금천구, 구로구는 ‘토지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역’에 한술 더 떠서 ‘주택 투기지역’으로 묶여져 있다.

즉, 중랑구나 강북구, 은평구나 금천구, 구로구와 같이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거의 오르지 못했던 곳에 집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도매금으로 투기꾼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에는 집을 팔 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되었던 것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불이익이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현 정권과 국민들 간의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현 정권에서는 ‘투기 수요에 대한 징벌적 세금부과로 수요를 잠재움으로써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가져가자’라는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다 좋은데 결론은 내가 앞으로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달라’는 것과 ‘그러면서도 나에게는 손해가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희망과는 반대로 지난해 8.31 조치가 발효된 후 5.31 지방선거 직전까지 서울 및 신도시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13%나 올랐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목동이 있는 양천구의 ‘빅4’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23%나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금액으로는 평당 매매가가 430만 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는 8.31 조치 직전인 지난해 8월말에 이들 지역에 30평대 아파트를 샀더라면 올해 5월말보다는 평균 1억4천만 원 정도 싸게 살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8.31 조치를 준비했던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의 거주지가 공개되면서 그 진정성에 대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높아갔던 것이다. 본인들은 아무리 실수요라고 강변을 하지만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지역에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사두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하냐’는 의심도 있다.

이렇게 되니 세금 폭탄의 실질적인 피해자인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대로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 서민들조차 결국은 부동산 값은 부동산 값대로 오르면서도, 세금 폭탄의 여파가 자신에게도 몰려오는 것을 보고 현 정권에 등을 돌렸던 것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몰라서 그렇지 매년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세금은 많이 걷히니까 8.31은 성공이 아니냐'는 일부 당국자의 경솔한 발언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집값 잡으랬더니 집값은 못 잡으면서 세금이라도 많이 거두어서 좋다고 하네’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를 해 왔고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람직한 주택 정책이 ‘투기꾼을 몰아내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수단이고 전술일 따름이다. 세계 어느나라도 그 나라 주택 정책의 목표를 ‘투기꾼을 몰아내는 것’으로 삼는 나라는 없다. 이것을 국가 어젠다(agenda, 의제)로 올려 놓는다면 해외 토픽감이다.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주택 정책은 ‘많은 국민들이 지금보다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명제를 놓고 현재의 주택정책을 바라보면 상당히 잘못된 것을 알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이 ‘투기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왜 올랐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