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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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재이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필수재인 주택을 매수하는 것 또한 필수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 때문에 우리는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광풍의 시대를 수차례 거쳐오게 된 것이다.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때에는 이 필수재인 주택의 가치가 한없이 올라가니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거의 필수라고 생각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너도 나도 가능한 대출을 껴안고 일단은 주택을 매수하여야 그나마 주택가격 폭등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에 이어 전월세 가격도 동반 급등을 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도한 전월세 부담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주택구입에 그 인생을 걸게 된 것이다. 왜? 주택은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 주거안정이 보장되지 못하면 그 삶조차 안정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도 그러한 상황인지 보아야 한다. 과거와 같은 상황이 지금 우리 주택시장에 그대로 재현된다면 분명히 주택매수는 필수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 이제 주택매수에 인생을 걸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주택을 사용가치에 두고 안정적인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주택매수에 인생까지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주택에 대한 소유가치와 사용가치 두가지를 만족시키려는 사람들은 주택을 매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들 또한 굳이 엄청난 빚을 얻어 주택을 매수할 정도로 주택매수가 필수는 아닌 시대가 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전국의 주택보급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던 시기를 벗어나 서울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100%를 넘어섰다. 물론 보다 넓고 좋은 집의 개념으로 본다면 아직도 주택에 대한 수요는 차고 넘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한 집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그러한 집을 원하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다. 그들을 위한 집은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 신도시들이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서울은 뉴타운과 재건축을 통해 지어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만족치인지는 모르지만 주택보급율 100% 시대에 이 정도의 주택건축이면 그러한 수요는 충분히 커버하고 남음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지 여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년 송파의 역전세난은 한 단면이다. 강남권에 지난해처럼 과도한 입주가 일어난 적은 근래에 없었다. 이제는 정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향후에 강남권 재건축이나 서울 곳곳의 뉴타운이 완성되면 이와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다. 지금 강남권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지역이기에 전월세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향후 재건축이 완성되는 시점에서도 전월세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인지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작년 송파의 역전세난은 강남권의 수요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도시나 위성도시들을 보면 우리의 주택이 이미 차고 넘침을 느낄 수 있다. 10년동안 수도권 아파트는 얼마나 폭등했는가? 거의 모든 아파트들이 2~3배 뛰어 올랐다. 그러나 전월세 가격은 10년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하였다. 이는 이미 살만한 집에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고 있거나 지금의 상황에서 더 나은 집을 찾을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지역에 새 아파트를 지어 수요자들을 유혹하여도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지 않는 것이다. 지금 자신들이 사는 곳도 만족할 수준이거나 만족하면서 살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좋은 곳 새로운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전월세가격은 매매가격 상승율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것이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들의 폭등은 유동성과 부동산 불패신화가 빚어낸 거품의 결과이지 수요/공급 또는 수익가치의 결과는 아닌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주택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꼭 매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한 주택가격은 거품의 요소를 안고 올라갈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는 꺼질 거품이다. 주택매수가 필수라는 관념 속에서 너도 나도 뛰어들어 만든 거품의 희생자는 결국 가장 약한 서민들이 될 것이며 정부가 그 짐을 떠안으면 그것은 곧 모든 국민의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품은 커지기 전에 작을 때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 우리의 주택시장을 냉정히 보면 주택매수가 필수가 아니라고 100% 말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분명히 국지적으로는 필수가 될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매수는 필수가 아니다. 그렇게 시장이 변모해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전월세로도 안정적으로 주택을 사용할 수 있다. 임대주택과 시프트 그리고 증가하고 있는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들이 계속 공급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는 급격히 감소할 것임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아닌가? 갈수록 주거안정은 좋아지면 좋아지지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올라도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선 시점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니 주택가격이 올라 전월세 가격이 불안할 것을 대비하여 주택을 무리하게 매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주택가격 또한 이러한 구조를 시장에서 인식하게 되면 예전과 같은 화려한 상승은 없어질 것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동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상승기대심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거불안 요인이 시장을 장악해야 하고, 또 주택을 통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는 냉정해진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은 상당폭 상승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향후 상승동력은 국지적으로 집중되어 시장이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유입요소가 많은 지역들의 주택이 미래의 주택시장에서 그나마 소유가치를 줄만큼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제 주택매수가 필수라는 생각은 주택을 순수한 사용(실거주)가치에 두는 사람들만이 가져야 될 생각이다. - 사실상 소유가치를 배제하고 이러한 사용가치만을 누리고자 집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 적어도 집을 소유가치와 사용가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매수한다면 이제부터는 정녕 필수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주택이 어느 것인지를 연구해야만 한다. 그저 무작정 주택매수가 필수라는 생각으로 매수하였다가는 소유가치의 붕괴가 사용가치의 만족까지도 깨뜨려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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