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대폭락의 시대가 온다'라는 자극적인 책이 재테크 서적 불황기에 그나마 팔린다는 책이라니 지금의 시장분위기가 어떤한지는 모두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제 주택가격 하락도 아닌 폭락에 촛점을 맞추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불과 몇 년전만 돌아보아도 과연 지금과 같은 시대가 올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 되돌아 본 3년의 주택시장

 

2005년 8.31 대책을 정부가 만들면서 헌법보다도 바꿀 수 없는 부동산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집값은 2003년10.29 대책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그 때 지레 겁을 먹은 사람들은 너도 나도 집을 팔면서 2005년 가을!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급냉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집값을 잡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은 늘 집값 잡겠다고 립서비스를 했지만 정작 집값과 경기에 대한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릴 수 없는 정부의 한계를 드러내며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만천하에 공포하였으면서도 최소한의 수요를 창출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작품 중에 하나가 '생애 첫 대출'이라는 상품이었다. 이것은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집을 최초로 사려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저리로 대주겠다는 것으로서 사실상 수요진작책이다. 집값을 내리겠다고 하면서도 지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라고 하는 모순 속에 시장참여자들이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보다는 경기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었다. 다소 집값이 내리더라도 정부가 이렇게 집을 사라고 하는데 잠시 내리다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준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읽은 시장은 가장 강력했던 8.31 대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 2005년말부터 다시 강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정부가 집값을 잡고자 했다면 8.31 대책 때 지금의 강력한 대출규제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2006년의 광풍과 같은 상승은 없었을 것이고, 그 때 너도 나도 과도한 대출을 안고 집을 꼭대기에 매수하여 지금까지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그토록 많이 양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또 다시 집값을 잡는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사후약방문 격으로 집값이 오를데로 오른 후에야 대출규제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6년 11월과 2007년 1월의 대출규제라도 있었기에 지금 위기의 상황에서 그나마 견디고 있다고 현정부도 인정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 수 있지만 이왕에 집값을 잡으려고 했다면 조금 일찍 이러한 조처를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 2006년의 광풍의 주역

 

우리는 2006년 가을의 광풍을 기억하고 있다. 추석 전까지는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상승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술렁거리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시장을 냉정하게 보는 사람들은 서서히 시장을 관망하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 또한 추석전에 추석이후의 시장을 전망하는 글을 쓰면서 추석이후에는 시장이 하향안정화될 것으로 기대(아니 그것은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였다. 그만큼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고 시장분위기는 과열로 치닫고 있었다)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180도 다른 전망을 내놓고 말았다. 어디서 몰려드는지도 모르게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주택을 매수하였다.

 

그 매수 주체는 예전의 다주택자나 주택 투자자들이 아니었다. 그동안 정부정책을 믿고 이젠 좀 집값이 내려가겠지 하면서 인내하며 기다렸던 마지막 내집마련 수요자들이었다. 그들이 계속해서 오르는 주택에 대하여 거의 공포에 가까운 심리로 매수세력으로 돌변하였다. 이들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이들은 주로 인기지역인 경부축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다소 저렴한 주택(입지가 열악한 주택) 또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소형주택까지 저인망으로 매수하면서 드디어 내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대출 또한 적지않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ONLY 매수를 부추키면서 시장에 영웅이 된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매수에 대해 신중하라고 강조하던 난 소위 왕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요즘같은 상황에서 적극 매수를 주장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한 광풍의 시대가 바로 불과 2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한 경부축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그 여진이 강북권과 그동안 소외되었던 수도권 외곽까지 번지면서 무섭게 상승하였고 올 여름부터 소강상태에 진입하면서 한바탕 상승랠리는 이제 마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지금까지 짧은 3년동안의 주택시장을 돌아보았다. 돌아보고 나니 2006년에 정점에 매수하였던 사람들은 후회가 많을 것이고, 특히 참여정부의 어정쩡한 주택 정책의 희생양이 된 듯하여 더욱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기대했던 현 정부에서도 그 해결책은 커녕 이제 폭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까지 왔으니 답답함을 금할 길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 당시 경부축을 매도하고 강북권으로 말을 갈아탄 사람들은 최고의 고수들이다. 또한 여지껏 강북권에 주택을 가지고 그동안 경부축 상승에 비해 소외당하였던 사람들도 이제 그 가격이 회복되어 그동안의 고통을 보상받았을 것이다.

 

이젠 앞으로가 문제다. 경부축을 가진 사람들이나 강북축을 가진 사람들이나 지금은 집값 하락에 대비할 시기인 것이다. 실수요로서 대출부담이 적은 사람들은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얘기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 가족 편안히 살 수 있는 집 한채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면된다. 그러다 보면 그 주택은 그 만족감 이상의 보너스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출부담이 많거나 향후 수입이 불투명하다거나 또는 그동안 현 정부의 규제완화만 믿고 다주택을 가지고 버텼던 사람들은 매도에 나서야 한다. 먼저 나서는 사람은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지역(지금 타지역보다 급매가 많아진 지역이나 하락폭이 큰 지역 그리고 교통/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에는 지금 당장 매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향후 상승반전하더라도 이러한 주택들은 기대했던 상승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주택이 투자상품이 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향후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주택이 투자상품이 되는 시대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매도하기에 늦지는 않았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폭락의 시나리오가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시장에는 아직도 부동산 불패신화의 잔재가 짙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기회만 오면 집을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장에 우호적인 심리가 나타날 때마다 이들은 간헐적으로나마 매수의 유혹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때가 최적의 매도타이밍이다. 가령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한다거나 분양시장이 다시 활성화된다거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안정되거나 금리가 인하되거나 경기침체의 우려가 사라진다거나 환율이 다시 안정된다거나... 이러한 시장의 내외부 악재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때마다 매수심리가 움직이게 되어 있으므로 이 때를 적절히 이용하여 매도에 치중해야 한다. 지금이니까 이러한 매도가 가능하지만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향후 부동산 불패신화가 완전히 무너진 다음에는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매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시장에 심리가 살아있을 때 매도하고 다음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 결(結)

 

지금 안전한 것은 현금과 금뿐이라는 속설이 있다. 사실 금융위기의 상황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보다 더 큰 파급효과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화된 시대에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원인인 미국 주택가격의 반전은 2년 후에나 가능하다고 전망되고 있으니 앞으로 2년까지는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또 그것이 2년안에 그칠지도 미지수이고... 지금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의 침체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세계 경기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하고 그렇다고 내수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지금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환율이 바로 취약한 우리 경제를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좀 아픈 얘기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처분조건부 대출이라든지 일시적 2주택이라든지 하는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1년을 되돌아 보건데 만약 그분들이 집값을 싸게 내놓았다면 분명히 팔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집값 상승에 대한 신념과 미련 때문에 그래도 시세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과감히 급매물로 내놓으려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제 점점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도의 기회는 더욱 더 줄어들 것이다. 정부가 그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어쩌면 이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즉, 매도자들에게 매도의 마음을 더 약화시켜서 1년 후에는 더욱 더 매도가 힘들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이분들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은 상승하겠지 하는 기대감은 과감히 버리고 시장 분위기를 바꿔줄 호재를 찾아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현명한 결단이 향후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