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주가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판교에 대한 예전의 호의적인 분위기보다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불과 3년전에 판교는 부동산 시장의 핵이었다. 2003년 10.29 대책의 후폭풍은 2004년말까지 시장을 꽁꽁 얼게만들었는데 그 돌파구를 열고 주택시장을 폭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주역이 판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도되는 판교의 부정적인 기사들은 두가지면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판교의 조성이 전반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하며 부실하다는 것이다. 성남시의 졸속행정으로 시작된 판교조성의 불안감이 분양시에는 판교프리미엄으로 머리를 들지도 못하다가 여기저기 주택을 짓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동판교와 서판교로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의 모습은 판교가 조성되면 될수록 그다지 보기좋은 모양이 아니다. 여기에 순환고속도로가 판교를 굽어보며 그 위를 달리는 모양과 도심을 관통하며 지나는 도로들 아래로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소위 반지하 아닌 반지하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모습도 판교의 이미지에 마이너스점수를 가져다 준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후유증인지 자재가격의 상승의 원인인지 이전에 주변에 공급되었던 주택에 비해 열악한 내부시설도 입주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 하나는 판교 프리미엄이 자칫 zero이거나 분양가 이하의 하락도 예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이유는 판교의 시세의 바로미터인 분당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각종 대출규제와 세금규제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판교의 중대형은 2011년까지 전매가 금지된 상태여서 향후 분당의 추가하락시 로또는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주택경기가 되살아나면 그 분위기를 가장 민감하게 탈 수 있는 곳이 판교일 수도 있기에 이 문제는 주택경기에 좌우된다고도 볼 수 있으나, 새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가 쉽게 현실화될 상황이 아니어서 판교의 미래는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새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신도시보다는 도심 공급정책인 까닭에 도심의 재개발로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서 판교,분당같은 신도시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도 가격 불안요소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판교가 과연 입주시 또는 입주후에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이러한 급반전이 주는 시사점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다. 즉, 우리의 주택시장이 이제 그 어떤 정형화된 트렌드를 가지고 가는 시장이 아니라 상당히 돌출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추후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시리즈로 게재할 계획이지만 몇가지를 언급한다면 지금 주택시장에서는 신도시라는 부동의 로또 상품이 무너지고 도심으로의 회귀가 일어나고 있으며, 경부축 선호도가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과, 중대형 선호도가 세금부담과 대출규제로 낮아지면서 중소형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고, 아파트 위주의 선호현상이 다세대,다가구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주택의 자산가치가 약화되고 임대가치가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가 급상승으로 인한 주택시장의 급격한 재편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불과 몇년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들이 주택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트렌드들이 과거처럼 그 어떤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지속되어지면서 시장을 오래도록 지배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트렌드들이 시장에 복귀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시장은 복잡하고 비정형화된 혼돈의 상황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 예전처럼 주택을 통한 일반인의 투자수익 극대화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때에 과거의 트렌드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라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의견(예를들면 이제 강남축의 중대형을 매수하라고 하는 것)이나 또 현재의 트렌드를 좇으라고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예를들면 강북 재개발 추격매수하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전이다. 지금 정부로서도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아갈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어서 문제는 더 복잡하다. 지금의 정부 능력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정형화된 틀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두가지 선택밖에 답이 없는 듯 하다.

 

하나는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주택을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혼돈의 시대가 지나가기를 여유있게 기다리며 관망하는 것이다. 실수요 입장에서 과도한 대출과 투기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충분한 자기자금을 확보하여 기존주택 시장에서는 입지가 우월한 곳에 철저히 급매물을 취하고, 분양시장에서는 신도시나 도심위주로 접근하되 기존 주택가격보다 현격히 저렴하게 공급되는 곳에 청약을 한다면 위험보다는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 외에는 지금의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의 변화와 규제완화 속도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 등을 예의주시하며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지금 혼돈의 시장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