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재도입에 따라 시장의 두 세력간의 힘겨루기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 될 소지가 다분해지고 있다.

 

혹자는 위헌적 소지의 법이라고 근본적으로 부정하는가 하면, 혹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야기하는 부정적 요인을 들면서 극구 우려의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주된 논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되면 주택의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공급에 소극적이 되어 주택공급 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그 후폭풍으로 몇 년후 기존주택 가격의 폭등을 우려하는 것이고, 설령 공급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라도 그 수지를 맞추기 위해 주택의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기존보다 20~30% 저렴한 주택의 공급으로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우려와 그로인한 불법적인 전매시장의 기승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 과연 분양가 상한제는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만 있을 것인가?

아무리 미운 정부이고 부동산 폭등을 야기한 정권이라도 내놓는 정책마다 선입견을 가지고 부정적인 면만 보아 단언하는 것은 특히 냉정을 찾아야 할 부동산 시장에서는 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장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시장의 불안요인만 생기면 초조해하는 초보 시장참여자들에게 균형적 시각을 주지 않고 이러한 편향적인 논지로 여론을 호도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정부 정책은 부정적 요인이 있으면 긍정적 요인도 있음을 알려주어야 하고, 설령 부정적 요인이 크게 보이더라도 너무도 쉽게 객관성이 결여된 논리로 단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실거래가 신고제도의 정착은 입에 침이마를 정도로 칭찬해 주어도 아깝지 않은 정책이며, 주택을 소유개념에서 거주개념으로의 균형적인 인식을 주기위한 다주택자의 세금강화 및 보유세 추진 그리고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정책은 성공적이고 긍정적인 정책으로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분양가 상한제도로 인한 시장의 영향력을 쉽게 단언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름대로 예상되는 상황을 한가지 언급해 보면서 보다 균형적인 시장접근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과거에 분양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와 비적용 아파트가 분리됨에 따라 가격 형성이 기존주택의 시세보다 고가로 책정된 비적용 아파트의 가격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었다. 기존주택과 비적용아파트의 무게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무게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이번 상한제가 전국의 분양 아파트에 적용된다면 이제 시장가격은 분양아파트와 기존 아파트로 양분 될 것이며 그 힘의 균형은 팽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기존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지만 실제 거래되는 양만을 놓고 보면 그 차이는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누가 아파트 가격을 주도할 것인지 명백한 답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과거의 논리대로 분양아파트 탈락자들이 대거 기존주택 시장에 몰린다거나, 신규 주택의 가격이 쉽게 기존주택 가격에 수렴할 것이라는 논리는 객관성을 상당히 잃어가는 것이다. 

 

현재 건설회사들은 신규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할 때 아파트 원가에 이익을 더한 가격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시세에 연동하여 새아파트라는 이점을 들어 더 높은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폭발적인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러한 고수익구조가 가능했지만 뒤집어보면 아파트 가격의 상승의 주범이 고가의 분양가에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정치권(여야 모두 암묵적인 찬성으로 가고 있다)이 반시장적 정책이란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이러한 분양가 상한제를 시도하려는 것은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큰 요인 하나를 제거하자는 데 있으며 실제 그러한 분양가 통제로 나타나는 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정책이 시행되고 나면 결론이 나겠지만, 나로서는 이 분양가 상한제가 가져오는 시장의 심리적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매수자는 이젠 두가지 선택으로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저렴한 신규주택을 기다릴 것이냐? 기존주택을 매수할 것이냐? 어디에 줄을 섰느냐에 따라 당분간은 시장의 성공자와 실패자가 극명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분명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는 곳으로 가격은 수렴하게 될 것이다. 기존 주택 시장보다 저렴한 신규분양 시장으로 줄을 많이 서면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가 될 것이고, 이러한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무차별적 매수세가 기존 주택으로 줄을 서면 결국 분양가 상한제도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고 가격안정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과거처럼 기존주택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의 가격은 기존주택 가격으로 상향 수렴될 것이라고 속단은 말아야 한다. 결코 단언할 수 없다. 최근 주택청약저축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사람들이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단편적으로 엿 볼 수 있다.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폄하하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그 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어디가에 균형이 무너지면 봇물 터지듯이 한 줄은 급격히 무너져 버릴 것이고 주택 시장 가격은 다시 방향성을 잡을 것이다.

 

정책의 효과에 대해 속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