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3 01:40

http://blog.drapt.com/delpiona/3164531233592823707

     본객은 군생활을 야전포병으로 생활했다.
     서부전선의 철책사단에서 3년여간 복무하다 중위로 전역했는데..
     대학때 병영체험을 동부전선 양구의 철책사단에서.. 소대장 실습을
     중부철책 백골사단에서..그리고 복무를 서부에서 지냈는데...
     결국은 비무장지대 철책선을따라 짧은 기간동안 유랑을 했던 셈이다.

     야전포병을 지원하여 서부전선에서 지낼무렵..
     본객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비무장지대 내의 초소 GP에서 3개월여..
     그리고 중위때에 포병여단에서 작전상황실 브리핑 장교로 차출되어
     3개월여를 지낸바 있다.
     중위말엽 대대 정보참모를 지내기 전까지 여정중 위 두가지 경험이
     많은 기억과 감흥을 선사해 주었는데 그중 GP에서의 생활은 지금도
     간혹 문득문득 홀로 감흥에 빠지곤한다.

     GP에는 1개 보병소대와 포병(관측)장교와 병들로 인원이 구성
     되었는데.. 따라서 장교는 보병 소대장과 포병 관측장교 두명이고
     보병 선임하사(통상 경험많은 중사-중요역할) 한명 그리고 병사들로 
     이루어졌다..(요즘에도 아마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당시 보병 소대장과 본객은 늘 새벽이면 기상점호를 좁은 벙커에서
     나와 취했는데 당시는 공교롭게도 늦가을이라 밤날씨가 상당히 추웠다.
     철모를 쓰는대신 갈색과 검은 벙거지(털모자)를 안으로 말아서 머리에
     살짝 올려쓰거나 귀까지 덮어 쓰기도 하여는데..당시 병사들 앞에서
     귀감이라기보다 규정위반에 가까운 복장불량을 스스로들 만든 셈이다.
     철모를 써야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본객이 선임하사와 함께 병사 몇명과 정찰을 나갔던적이 있었다.
     당시 GP벙커 주위에 몇가지 채소를 길러서 먹기도 했는데 늦가을 뽑다
     남은 무등을 찿아 먹으러 오소리나 야생 돼지들이 간혹 밤마다 몰려
     파헤치는 통에 열감지기에 떼로 감지된 정보망에 의해 수시로 비상체계
     로 전환하는 횟수가 빈번했다.
     낮에는 역시 먹을것을 찿아 경계 울타리까지 찿아온 노루새끼등이
     철책에 걸려 죽어가면서 위험(?)시그널을 초소에 주기때문에 자주 정찰
     을 나가기도했다.

     일교차로인해 낮에는 철책넘어 북한군 병사들이 아직 반팔로 낮등을
     들고 나무등을 쳐내고있는 모습들이 멀리 실루엣처럼 보였다.
     그러한 서로간의 거리에 비추어지는 모습은 하루이틀만의 모습이 아니
     라서 마치 옆동에 일꾼들의 모습을 방불케했는데.. 친근하기조차 했다.
     어느때는 서로 스피커를 통해 잡다한 대화까지 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여기저기 사방에 매설된 지뢰밭이 바로 적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찰시건 이동시건 늘 신경을 곧추 세워야 했던것은 바로 '길' 이었다.
     선임하사는 장기간 그러한 지역에 복무한탓에 정글 숲속 어느반경까지가
     안전하고 어느 경로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으며 어느 길로 가야 안전한지
     마치 신처럼 신병들이나 새로운 멤버들에게 가르치곤했다.

     당시 선임하사가 마침 커다란 등나무(?-구부러진)로 그럴싸하게 직접
     만들어준 지팡이가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을 무의식적으로 한번씩 헤치며
     가고 있었는데 먼저 나아가던 쌍도끼(별명-어느 상병)가 급하게 되돌아
     오면서 선임하사에게 말했다.
     "선임하사님.., 길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번 그길이 아닌것 같습니다.."
     약간 당황스런 기색이었는데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취지의 메세지로 보였다.
     그러자 선임하사가 웃으며 한마디 내뱉았다..

     "네가 가는게 곧 길이다..., 보병이 가는게 길이지.. 길이 어디 따로 있나..."

     약간 건조하고 시니컬하게 내어뱉은 그말에 당시 나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밀려왔었다. 그 한마디는 우습게도 이상하게 무슨 삶의 경종처럼 
     간혹 기억되어졌는데.. 아마 지금도..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본객은 
     그 선임하사가 상병에게 웃으며 했던 그 한마디가 때때로 떠올려질것을
     알고있다.

     삶은 끊임없는 항해의 연속이고 길의 연속이다.
     비록 수레바퀴같은 직업의 생활속에서도..그리고 매일아침과 매일밤을 
     반복하는 생활의 패턴속에서도 우리는 늘 그 내용면에서 방법 혹은 길을
     선택하거나 결단하게되고 나아가 궤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곳 부동산에 관한 정보와 조언의 바다속에서도 우리는 늘 길에
     관하여 묻기도 하며 탐색하고 그 길이 최적의 길인지 혹은 최선의 길인지
     를 확인받고자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러한 말은 적절한 답을 주지 않을까...

     "주저앉아 어느 길이건 가지 않기를 바라는것이 적어도 아니라면...
     네가 의지대로 가고자 하는 그 길이 바로 곧 길이다..., 
     어느 길이건 가시덤불과 자갈은 있다. 어느 길이건 오로지 반듯한 길은 없다"


                                               ----------- maximus // Che Guev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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