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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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부동산이 폭등한 원인으로 조중동에서는 한결같이
노무현 정부가 엄청나게 뿌려댄 토지보상비를 들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사때 한 말은 토지보상비로
뿌린 돈을 추적해 보았을 때 실제로 부동산 투기로 흘러 간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의 그렇겠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한마디로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나는 왜 그가 그런 소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소리를 하면 십중팔구 여론의 포화가 쏟아질 것이
뻔한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고민을 해 보았다.
없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문득 머리 속에
시중에 풀린 자금의 출처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나 마나 그 출처는 은행일 것이고 그러면 은행은 그 돈을 전부
어디에서 끌어다 쓰는 것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비즈니스 위크 지에서 엔 캐리에 대한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그 에세이에서는 엔 캐리 자금의 용도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언급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흘러간 곳은 국채였다.
나머지는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그리고 부동산으로 흘러 간 돈의 중간 경유지는 은행이었다.
나는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은행은 거의 제로 금리 수준인 엔 캐리를 끌어다
대출을 해주면 엔저에 따른 환차익과 국경간 금리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이자소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내 생각일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가 우리 나라 경제신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
은행들이 엔 캐리를 끌어다가 주택담보대출 용도로 뿌려댄 돈이 엄청나다고 하였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동산을 폭등시킨 주범이 오직 건설사와 정부정책의 실패에만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제금 생각해보건대, 엔 캐리를 이용하여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은행의 장사거리에 우리가 놀아남에 다름이 아니었다.
작년 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은 바로 우리의 피를 빨아 먹으면서 챙긴 대가인 것이다.
최근의 폭락장 이전은 물론이고 그 폭락장에서도 모든 애널들은 하나같이
은행주를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은행주의 실적 모멘텀을 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투증권의 김영익 부사장이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그는 일찌감치 엔 캐리 청산의 가능성에 대해서 경고를 줄기차게 해왔다.
이제 은행은 지난 해와 달리 줄어드는 금리차뿐만 아니라 엔고로 인해
금리차익이나 환차익 등을 챙길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은행의 대출이 가계대출보다는 중소기업대출이 더 많다고
하여 실적 모멘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기억나는가? IMF 체제를 계기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고 줄기차게 가계대출을 늘려왔다는 것을. 그리고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려면 얼마나 더러운 꼴을 많이 봐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황에서 그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러고도 그가 진정 자신을
전문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학 졸업하고 투자상담사 1급 혹은 2급을 따서
증권사에 취직하여 실무에서 배워서 키운 안목이 고작 그것이란 말인가?
지금 엔고 현상이 기조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은행들이 예전만큼 아무런 걱정없이 엔 캐리를 끌어다가 마구잡이로
부동산에 내다 뿌릴 수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DTI 규제를 비롯해 엔 캐리 청산의 가능성과
일본과 제3국간의 금리차의 감소 등이 바로 그러한 환경이다.
따라서 애널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 은행주를 추천하면 안된다. 그것도 실적 운운하면서 말이다.
은행의 주가는 지난 해의 뛰어난 실적부분이 이미 반영된 상태이다.
더 이상의 상승이나 실적을 운운해서는 안된다.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하여 있을 수 있는 반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 중 하나가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해 추가로 올리더라도
여전히 제3국 간의 금리차는 크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다.
국경간 자본이동에는 마찰적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즉, 자본이 국경을 넘어갈 때 그 자본의 이동에 관여하고 있는 각 나라로부터
어떠한 세금도 징수당하지 않는가 라는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서 그렇다 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마찰적 요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엔저일 때 들여온
엔 캐리가 지금과 같이 엔고일 때 청산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답할 수 있는가 라는 사실이다. 아울러, 쓰고자 하는 용도에 쓰여서
청산된 자본이 다시 원래의 국가로 넘어올 때 그 자본과 관련하여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 어떠한 세금도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 라는 점도 앞서의 반박에 대한
또 다른 반증의 하나로 들 수 있다.
이렇듯 금리차로 발생한 수익을 야금야금 갉아 먹을 수 있는 여지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은행주의 실적모멘텀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한 946원 정도로서 작년 10월 이후로 최대로 상승한
상태이고 엔달러 환율도 117엔을 약간 넘어선 상태이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을 원엔 환율로
나누어서 산출한 재정환율은 800엔이 넘어선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 아닌가?
거듭말하지만 엔고 현상이 기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것인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이러한 현상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기사에서 엔고는 수출주한테 대형 호재라고 하였다.
내 솔직한 심정은 이제라도 엔고의 수혜가 수출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자료 정리를 하면서 엔고일 때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서로 어떤 패턴으로
주고 받고 하는가를 볼려고 한다. 상관계수가 1에 근접하였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삼성전자의 최근의 움직임 같아서는 삼성전자와 시장포트폴리오와의 베타가
얼마나 될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시장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상승해도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하락하였고, 시장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하락해도 삼성전자의 그것은
여전히 하락하였다. 우리 개미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난 이 글을 마치고 제출하지 않은 강의계획서를 작성해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벌써 새벽 4시 반이다. 너무 피곤하다.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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