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을 읽어라 :: 닥터아파트 블로그

[김광석의 부동산 ABC]

부동산과 증시 동반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가 총액이 수십 혹은 수백조원 증발했다는 말이 언론에 간간히 등장하곤 한다.

여기서 '증발'이란 용어의 의미는 다시 생각해 볼만하다. '증발'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물건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됨을 이른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가치는 허공으로 날아가 누구의 몫으로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물자산의 가치 하락은 국부의 손실이며 경기 침체 가속화나 장기화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개개인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씀씀이가 줄어들게 되면 상품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세금은 줄이고 공공 부문 재정 지출은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낮추는 등 돈을 풀어 실물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훗날 재정악화 등의 부메랑을 맞을 각오를 하고 단기 경기 부양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물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시장을 조금만 살펴봐도 직접적인 실물자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주식 가격이 조금만 떨어진다 싶으면 개발 청사진, 환율개입, 금리인하 등의 조바심을 쏟아낸다. 번번이 패를 읽고 있는 외국 투자자의 먹잇감이 되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이 어떨 때는 눈물겹다.

그런데 실물시장에서 상대적인 자산 가치 비중이 높은 부동산 부양 노력은 덜하다. 국민 자산의 70~80%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이 성장한다면 실물경기 시장의 회복 시기가 훨씬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부동산이나 증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때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는 비슷하지만 부동산가격이 오를 때와 주식 가격이 오를 때는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정반대다.

주식시장의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기업이 살면 고용이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야기 한다.

반면 부동산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어려워진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다. 여기에는 집 없는 서민들이 내집마련을 꼭 해야만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역전세난으로 요즘 고통 받는 사람들은 집이 없는 서민이 아니라 집주인이다.

장기간 구매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집주인과 주택건설업체 그리고 금융권 모두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고, 부동산시장의 회복도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주택 정책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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