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강남, 강북은 부동산시장의 비교 지표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강북에서 또다시 편이 갈리는 동네가 있다. 바로 용산의 중심, 동부이촌동(이촌1동)과 서부이촌동(이촌2동)이다.

지금까지 승자는 줄곧 동부이촌동이었다. 50년대부터 ‘한강변 부촌’으로 성장하면서 80년대 들어 강남 압구정동에 ‘최고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자동네였다. 이에 비해 서부이촌동은 동부이촌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뒀지만 철도가 관통하는 주거환경 탓에 항상 2인자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불황 속에도 서부이촌동 집값이 동부이촌동을 앞지른 것.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2937만원으로 2828만원인 동부이촌동보다 100만원 이상 높았다. 서부이촌동 인기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김정용 투모컨설팅 본부장과 궁금증을 해결해봤다.

▶ 최근 부동산시장 불황 속에도 서부이촌동 집값이 동부이촌동을 앞질렀는데요. 배경은 무엇일까요.

김 본부장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서부이촌동에 몰린 각종 호재가 주효했다고 봅니다. 철도정비창 용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에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 등 개발호재가 집값에 꾸준히 반영됐기 때문이지요. 국제업무지구는 철도정비창 안에 620m 높이(150여층)의 빌딩을 비롯해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이 들어서는 등 총 사업비만 28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입니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도 맥을 같이하지요.

▶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김 본부장 : 서부이촌동의 변신을 동부이촌동 역시 가만히 지켜보진 않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리모델링, 재건축 등 개발호재로 대규모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는 매력이 있지요. 다만 두 지역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단기간 가격이 급등했을 뿐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매수세가 쉽게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 용산의 투자가치가 계속 좋아질지 의문입니다.

김 본부장 : 용산은 한강르네상스와 연계된 국제업무지구와 인근 한남뉴타운, 경의선 복선전철, 신분당선 연장선 등 개발호재가 집중된 곳이지요. 다만 낙관만 하기엔 이릅니다. 이런 호재들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업무지구만 보더라도 2011년 착공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 반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어려움 등 여러 변수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데요. 용산민족공원도 2015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30년 완공 예정이지만 미군 이전 시기나 비용 분담 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용산 중심지보다는 후광효과를 볼 수 있는 인근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오히려 좋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마포 신공덕동, 공덕동이 유망하지요. 여의도, 종로 등의 도심과 5km 인접거리라는 지리적 입지조건에 경의선 지상부 녹지공원 조성, 아현뉴타운 개발 등의 호재가 겹쳐 있습니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88호(09.01.0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