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촌 동진론`이라는 게 있다. 70년대 대표적 아파트 부촌이던 용산 동부이촌동에서 70년대 말~80년대 초 여의도, 방배동으로 부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표 부촌은 90년대 압구정동을 거쳐 2000년대 청담동, 도곡동에 이어 잠실로 동진하고 있다. 그동안 동진론은 부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촌 순환론`이 힘을 얻고 있다. 동쪽으로 뻗어가던 부촌 맥이 큰 원을 그리며 다시 강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종착역은 뚝섬과 용산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북 유턴 프로젝트의 한 축이자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 중 각종 개발계획으로 가득한 뚝섬은 강남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기에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환경과 강남 접근성 모두 빼어난 뚝섬을 `서울의 맨해튼`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를 뚝섬 개발이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 상업용지엔 최고급 주상복합

= 뚝섬 일대에는 최고급 수준의 복합 주거타운이 이곳저곳에 조성된다. 그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뚝섬 심장부에 자리잡은 상업용지다. 이곳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 빌딩과 호텔, 국내 최대 규모 멀티플렉스를 비롯해 공연시설, 갤러리, 고급 쇼핑센터, 컨벤션센터 등이 함께 갖춰질 4세대 직주근접형 복합타운이 될 전망이다. 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시공하는 1ㆍ3구역은 이달 중 분양승인을 얻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분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1구역에서 초고층 주상복합을 분양할 계획이다. 1만7491㎡에 45층 아파트 230가구와 공연ㆍ전시장, 쇼핑센터, 스포츠시설 등을 짓는다. 231~376㎡(70~114평) 대형으로만 채워진다.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대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이 분양할 51층 아파트ㆍ오피스 조감도.

대림산업도 3구역에 지상 51층 아파트 2개동과 35층 오피스 빌딩 1개동을 짓는다. 세계적 건축설계회사인 NBBJ 등이 참여하고 고층 아파트로는 드물게 건물 외관을 유선형으로 디자인해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330㎡(100평형)대 단일 규모로만 구성된다. 모두 196가구. 이곳 분양가 역시 3.3㎡당 4000만원 선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4구역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사업자인 피앤디홀딩스와 서울시 간 소송 문제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기 때문이다. 피앤디 측은 이달 중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용지 매입 잔금을 납부해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이 분양할 주상복합 조감도.

◆ 개발 청사진 가득한 뚝섬

= 상업지구 외에도 뚝섬에는 각종 개발계획이 풍부하다. 두산중공업은 다음달 성수동에 `서울숲 두산 위브`를 분양할 계획이다.

지상 49층 아파트 4개동 총 546가구 중 200가구가 일반분양된다. 198㎡(60평형) 이상 중대형으로 구성된다. 한강과 서울숲 모두 조망이 가능하고 성수대교가 가까워 강남 접근성도 뛰어나다.

뚝섬 상업용지 옆 저밀도 단독주택지역은 3종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돼 최고 높이 130m짜리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표레미콘 공장 용지에는 성동구와 현대자동차가 110층짜리 초고층 빌딩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서울 포레스트 워터프런트 타워`(가칭)로 불리는 이 초고층 빌딩은 연면적 26만4000㎡에 컨벤션센터와 전자ㆍIT 관련 기업 연구개발센터, 대형 호텔과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숲 동쪽 준공업지대 436만㎡에는 2015년까지 자동차 관련 첨단 산업단지와 주거지가 공존하는 도심형 신도시가 조성된다.

성동구는 이를 위해 지난 7월 도시설계용역을 맡겼으며, 대한주택공사는 올해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뚝섬의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상업용지 주상복합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분양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분양시장 침체와 맞물려 고급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돼 공동화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완철 한화건설 상무는 "뚝섬 일대 개발계획이 가시화하면 다양한 초고층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멋진 스카이라인이 서울숲ㆍ한강과 어우러져 맨해튼 못지않은 고급 주거단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