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자산관리 노하우에 대한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자산관리, 이른바 재테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 달에 100만원씩 주식 펀드에 넣으려고 해요. 어떤 게 좋아요?”
“1억원 정도 여윳돈이 생겼는데 추천해줄 만한 상품 있습니까?”

이럴 때에 내가 하는 질문이 꼭 있다.

“3년 동안 적금처럼 열심히 넣은 돈에서 손실이 일어난다면? 당장 결혼해야 하는데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폭락이 일어나 자금이 반 토막이 난다면? 퇴직 후 소득을 위해 오피스텔 빌딩을 사놨는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져 층마다 텅텅 빈다면?”

이런 질문을 하면 그런 사람들의 얼굴은 흙빛이 된다. “그러면 적립식 펀드에 돈 넣지 말까요?” “오피스텔은 사지 말까요?” “결혼 후 전셋집에 살아야 합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 리스크-고 수익 추구형이었던 질문이 곧바로 리스크 회피형 질문으로 바뀐다.

내가 이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5년 이후에 일어날 경제상황을 미리 감안해 재테크에 나서야 한다는 뜻에서다. 미래를 보는 안목이 없다면 큰 돈을 벌기는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안목이 없으면 적은 돈조차 버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뜻에서 이번 글에서는 국내 재테크 시장을 사실상 좌우하는 미국·중국 경제의 장래 흐름을 정밀하게 짚어보려고 한다.

많은 경제분석가, 투자전략가들이 2010~2015년 사이에 시장에서 큰 변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010년대라고 해야 이제 겨우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멀지 않은 시기다. 이 같은 경고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미국 소비·건설투자는 둔화되는데 미국 기업의 설비투자는 증가하고 있어서다. 즉, 미국 내수시장에 과잉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잉투자 문제는 중국도 비슷하다.

현금 70% 베이비부머 세대가 보유

IT붐 때 그랬듯이 과잉투자가 일어나면 이를 해소시키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잉투자 해소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의 소비자 역할을 이전처럼 해내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나라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럽·일본 같은 다른 거대국의 내수경기가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산시장에서 예상되는 더 큰 리스크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인구구조 변화다.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 금융자산이 31조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고령화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중년층인 전후 베이비부머들이다. 미국만 봐도 전체 가계자산 중 현금의 70%를 베이비부머 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은퇴해 연금 생활자가 되면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를 줄일 것이다. 또 전 세계 주식·부동산·채권의 가장 큰 투자자인 연기금들은 자산을 팔아 그들에게 연금을 지급할 것이다. 반면 연금보험료를 내 연기금의 투자를 이끌 다음 세대의 인구 수는 베이비부머 때보다 적다. 소득, 보유 현금도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적다.

달러가치 역시 큰 변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 같은 아시아 주요 정부는 미국 재무부 채권 즉 달러 자산 비중이 높다. 기축통화로 달러화를 쓰기 때문이다. 유럽처럼 기축통화(유로화)가 따로 없다.
달러가치 하락 언제까지 갈까

가계도 마찬가지지만 국가도 보유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유동성 위축을 겪게 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가치 하락으로 보유한 자산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 비중 조절을 시도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채권을 팔기 시작하면 미국 달러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화가치는 상대적인 것. 달러가치 하락은 곧 원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우리네 수출기업들의 고통은 길고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달러가치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만약 달러가치 하락이 미국인들의 과도한 소비, 미국 기업의 과잉투자 탓이라면 달러가치는 언젠가 바닥을 치고 오를 것이다. 특히 미국이 가진 과학기술력·군사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석가들은 달러가치 하락이 경기순환과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즉,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기술과 군사력을 유지하는 한 미국 중심의 경제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의견도 거세다. 달러가치의 하락은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추세적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시장이 차지하는 위상이 적어지고 있으므로 달러가치는 물결치면서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시장 분석가들은 그 첫 충격이 오는 시기를 2010년에서 2015년 사이로 예상한다. 이 시기엔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에 못잖은 경제적 급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시장 충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인구구조로 다시 돌아가서 보자면 희망은 없지 않다. 최대 인구 보유국인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중국 역시 현재로선 미국 수출 비중이 20%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 중국 경제도 침체되는 구조다. 관건은 중국·인도의 자체적인 소비력·투자력이 언제 높아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국가가 세계의 소비주체로 등장하기까지는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될 수도 있다. 두 나라의 소득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세계경제는 기대 이상으로 빨리 회복될 수 있다.

달러, 인구구조로 인한 시장 변동은 상당히 큰 리스크(Risk)다. 하지만 영어로 리스크는 단순히 위험(Danger)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리스크는 ‘자기책임 하에 무릅쓰는 위험’을 뜻한다. 즉, 위험을 선택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것은 준비 여부에 따라 진짜 위험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를 돌이켜 보자. 만약 우리가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무엇을 했을까? 아마 현금 보유 비중을 높여놓았을 것이다. 자산가격 붕괴는 우량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이는 상식에 속한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현금 비중을 미리 높여놓을 필요는 없다. 미국 경제 위축, 선진국 인구 고령화로 인한 경제 위기가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이르면 2010년, 늦으면 2015년, 혹은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 IT 붐 몰락에 대해 경고했던 학자·전문가들도 위기의 시기를 길게는 2~3년 정도 일찍 예견하는 오류를 범했다. 경제위기의 발생시기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효율 낮은 부동산 자산 줄여야

지금은 발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를 거꾸로 해석하자면 자산을 불릴 기회는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2009년 전후까지는 주식·부동산 투자기회가 남아 있다.

세계의 경제성장률도 아직 높다. 2003년 이후 세계경제는 4%대로 성장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인 3.3%보다 높다. 이 때문에 세계적 금리 인상기가 오기 전까지 전 세계 자산가격이 올랐던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세계의 유동성이 낮아졌지만 실물경제 성장세는 아직 좋다. 투자전략가들은 앞으로 3년은 실적과 가치를 중심으로 주가·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모든’ 주식, 부동산이 오르던 시대는 가고 우량주 등 ‘어떤’ 자산만 선별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따라서 먼 미래의 일 같기는 하지만 임대 수요가 떨어지는 부동산 같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면 이 같은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비중을 줄여놓을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주식·채권만큼 매매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적립식 주식펀드 투자자들이라면 아예 지금부터 2008년, 2009년 전후 주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적립식 투자기법은 주식 같은 자산의 매입 시기를 분산해서 매입가격의 하락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적립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보유한 자산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매입가격의 하락 효과는 작아진다. 이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잘 파는 것도 적립식 투자기법의 노하우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만일 매달 삼성전자 10주를 사들여서 현재 1000주를 평균 주가 60만원에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새로 10주를 50만원에 사도 전체 평균 매입가는 그다지 하락하지 않는다.

앞으로 2~3년까지는 자산투자 전략이 지금보다 다소 공격적인 패턴을 보여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물론 투자대상에 대한 사전 분석은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투자 전략은 지금보다 더욱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중국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재테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서다. 재테크도 이젠 국지적이 아닌, 국제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