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꼴레오네의 유일한 사위 카를로 리치는 난봉꾼입니다. 꼴레오네의 딸 코니와 결혼 후 롱비치 저택 하나쯤 꾀어찰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대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그는 맨해튼 동부 지역에서 패밀리의 조그만 마권영업소를 하나 맡아 운영하는 정도입니다.

 

패밀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카를로는 뚱뚱하고 못생긴 코니를 이탈리아 촌년이라며 대놓고 무시합니다. 어느날 카를로는 코니의 엉덩이를 만지며 '돼지보다 더 크군'이라며 경멸하기도 합니다. 대부로부터 받는 무시와 모멸감을 딸에게 이런 식으로 풀면서 그는 자신이 모든 사람이 겁내는 대부의 딸을 발밑에 두고 산다고 떠들고 다닙니다. 코니가 울고 상처받는 것에서 그는 야릇한 희열과 보상심리를 느낍니다. 급기야 카를로는 코니에게 손지검을 하기 시작합니다.

 

카를로가 처음 코니에게 손을 댔을 때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바로 대부 꼴레오네였으니까요.

 

하지만 대부 꼴레오네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도 딸의 말에 화를 내거나 동정은 커녕 그냥 재미있어합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사위를 한 번 만나보라고 하죠. 대부는 아내의 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군요. 일반인의 예상대로라면 대부 꼴레오네 정도면 딸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위를 당장에 총으로 쏴버린 뒤 맨해튼 뒷 골목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상식을 뒤집는 대부 꼴레오네의 반응에 대해 그 자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애는 내 딸이지만 이제는 남편에게 속해 있어. 제 남편이 알아서 할 일이야. 이탈리아의 왕도 부부관계에 대해선 간섭하지 못하는 법이야.' 그러면서 그는 딸에게 말합니다.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남편이 널 때리지 않을까를 생각해봐'라구요.

 

아버지의 냉정한 태도에 화가난 딸 코니는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린 적이 없잖아요?' 대부는 딸의 말에 '네 엄마는 맞을 일을 한 적이 없어'라고 말합니다.

 

당황한 코니는 '카를로가 결혼식 축의금을 빼앗아 가서는 도박과 창녀들에게 모두 써버리기까지 했다'고 이릅니다.

 

이쯤되면 화가 날만도 한 데 대부는 끝까지 딸의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꼴레오네는 딸에게 '네 엄마가 너 처럼 주제넘게 군다면 나라도 그렇게(카를로가 코니를 때렸듯이) 할 것이다'고 합니다.

 

대부 꼴레오네가 딸을 동정하지 않은 것은 딸이 미워서가 아닙니다. 카를로의 생각엔 코니가 뚱뚱한 이탈리아의 돼지지만 꼴레오네에겐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예쁜 딸입니다.

 

꼴레오네의 이해못할 행동엔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깊은 뜻이 숨어있습니다.

 

꼴레오네는 '남자가 처가를 두려워 하면서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사위의 기를 살려주는 게 한 남자의 사회생활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게 결국 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믿은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딸의 문제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꼴레오네는 걷으론 딸의 편을 들지 않았지만 속으론 달랐습니다. 그는 카를로가 결혼 축의금을 어떻게 날렸는 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하는 한편, 사위의 마권영업소에 있는 직원을 통해 카를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콘실리에리인 헤이건을 통해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 뒤 딸의 임신 소식에 꼴레오네는 자신의 행동이 지혜로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닌 문제에 결코 끼어들지 않는 지혜 말입니다.

 

코니는 그 뒤에도 여러번 카를로에게 맞고 집에 찾아왔지만 꼴레오네는 끝까지 딸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딸의 이혼 얘기가 나왔을 때도 대부 꼴레오네는 '그는 네 아기의 아버지야. 어떻게 애비 없는 아이를 만들려고 하느냐'며 오히려 딸을 나무랍니다.

 

딸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위의 문제 앞에서도 대부 꼴레오네는 끝까지 냉정을 유지합니다. 자신이 그어 놓은 선을 결코 넘지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그의 이런 판단이 딸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문제에 그는 결코 발을 담그지 않았다는 사실이고, 이런 냉정함이 그의 이름 앞에 돈(Don, 대부)란 칭호를 가져다 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