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부자가 양심상 아무리 생각을 해보더라도 그 어느 부인보다 가장 무관심했고 사랑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마지막 기대를 갖고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내가 비록 당신을 등한시하고 제대로 아껴주지 않고서 살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부부의 인연으로 만난 건 사실 아니오?. 그 조그만 정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따라가 주지 않겠소?”

“나는 당신이 잘났든 못났든 많이 살았든 적게 살았든 내 남편이라고 하는 사실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오. 내가 당신을 쫓아가지 누가 따라 가겠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첫째 부인이란 우리가 지닌 육신(肉身)을 가리킵니다.

더우면 시원하게 해주고 추우면 따뜻하게 옷 입혀주고 배고프면 먹여주며 피곤하면 쉬게 해 줍니다. 우리는 이 육신을 위해서 아낌없는 배려를 해 줍니다. 치장하고 보신해주는 이 몸은 결국 죽을 때가되면 영원히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코 저승까지 따라 갈래야 따라 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몸이 영원한 것처럼 이 몸의 노예가 되어 있습니다.


둘째 부인이란 권력과 재물, 명예를 의미합니다.

이 예쁜 부인을 위하여 수많은 굴욕과 자존심을 다 바치고 양심마저 버리는 고생을 하지만 이 부인은 언제나 우리를 떠날 준비를 항상 해 놓고 있습니다. 

병들고 죽음이 다가왔다는 것을 눈치채는 그순간 이들은 금새 짐을 싸서 떠나버립니다. 한 점 미련도 없이…….


셋째 부인이란 자식들을 말합니다.

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부모는 먹을 것 안 먹어 가며 그들의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로 헌신합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대상이 이 자식일 것입니다.
불교에서 “부모은중경”이란 경전이 나올 정도로 부모의 정성은 가없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무덤까지밖에 마중 나오지 못합니다.


넷째 부인은 바로 우리들의 ‘업장(業藏)’입니다.

몸을 벗어나도 이 업장은 끝까지 우리를 따라붙습니다.  모른다고 잡아떼고 살아 생전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관계가 이 업장의  넷째 부인입니다. 육신이 붙어있을 때 이 도리를 알지 못하면 육신을 버리고 나면 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저승까지 가져갈 것은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산 그 흔적입니다.

우리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