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 중반대를 기록한 국내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3%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가 3%대의 성장을 보인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2001년 IT 버블 붕괴로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지면서 한국도 3.8% 성장에 그쳤으며 카드 버블 붕괴에 따라 내수가 마이너스 증가를 보인 2003년에는 성장률이 3.1%에 불과했다. 2001년의 경기침체는 전형적인 ‘외환’에서, 2003년은 ‘내우’에 기인했다면 2009년의 상황은 두 가지가 겹친 ‘내우외환’에서 비롯된다.

2008년부터 시작된 내수의 부진은 2009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부진으로 소비여력이 위축되고 가계 부실 확대, 부동산 및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민간소비는 2%에도 못 미치는 증가율을 보일 것이다. 내수침체와 세계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냉각되어 설비투자의 빠른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로 인해 건설투자도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경제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하락하리라 전망하는 데는 수출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다. 글로벌 실물 경기의 침체와 신흥 개도국 경제의 경기둔화는 개도국 수출 비중이 선진국 수출 비중을 넘어선 한국 수출에 결정적인 충격을 가할 것이다.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내 경제의 침체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환율 상승은 물가부담을 가중시켜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주가 하락은 경제주체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역자산 효과로 소비여력을 약화시킨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2009년에도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자산의 가치도 불안정성을 보이는 가운데 크게 늘지 못할 것으로 보여 금융자산 측면에서의 소비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투자 역시 수출, 내수 산업 모두 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2009년에도 설비투자는 세계경제의 둔화 등으로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불안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투자도 2009년 중 1.0% 증가에 그치면서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반적인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를 걸 만한 희망의 싹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극심한 외화 및 원화 유동성 가뭄 현상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정부는 외화 유동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의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는 2009년에도 유가 하락 및 수입 감소 효과에 따라 소폭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개선되면 달러 수요가 축소되고 외환 보유고를 근본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외화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2008년 말 1400원대에 이르렀던 환율은 과도한 원화 저평가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달러 유동성 완화 등이 진전될 경우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금리인하로 유동성 확대 기대

원화 유동성도 정부 정책 대응의 효과가 가시화되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은행채를 한국은행 공개시장 조작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원화 유동성 비율 기준(100%) 대상을 만기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킨 바 있다. 현 유동성 위기만 극복한다면 국내은행들의 신용평가가 회복되고 자산 건전성도 회복될 수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부실 가능성인데 이것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는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는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 등에 한정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실물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11조원의 공공지출 확대, 3조원의 세제 지원 등 총 14조원의 재정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 등 경기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9년 예산안을 기존 안 대비 10조원 증액된 283.8조원을 새로 편성하였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09년 재정적자 규모는 21.8조원으로 GDP 대비 2.1%가 예상된다.

2009년에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1일 기준금리를 연4.00%에서 연3.00%로 1.00%포인트 내렸다. 기준 금리 사상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11일)보다 0.25%포인트 낮은 것이다. 저금리일 때에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실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