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일반 주거단지보다 주거여건 및 투자가치 면에서 앞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신도시 간에도 가격상승률은 큰 차가 난다. <주거의 발전축> 때문이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신도시 투자의 핵심이다.

신도시 중에서도 청약통장을 적극 활용할 곳과, 통장을 쓰지 않고 초기 미계약분을 구입해야 할 곳을 구별하는 눈이 필요하다. 주거축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신도시 투자의 성공에서 남보다 앞설 수 있다.

◇1기 신도시의 사례에서 찾는 주거축의 중요성

1기 신도시를 보면 주거의 발전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는 비슷한 시기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올해로 12∼15년차를 맞는다.

하지만 1기 신도시의 10년간 아파트값 흐름은 모습이 사뭇 다르다. 분당이 단연 앞선다. 분당은 최근에는 판교 신도시 후광효과로 과매수 국면(실제 가치보다 높은 기대감으로 시장이 단기에 과열되는 양상)까지 진행되고 있다.

분당의 아파트 평당가격은 1993년 말 500만원이 채 안됐다. 올해 1월에는 평당 1200만원(20평∼70평대의 평균가격)을 호가한다. 10년동안 평균 130%가 치솟았으니, 해마다 13%씩 오른 셈이다.

평촌이 그 뒤를 이었다. 평촌은 10년간 아파트값이 90% 이상 올랐다. 중동도 같은 기간 평균 상승률이 88%에 달했다. 이에 반해 일산(66%)과 산본(60%)은 상승률이 분당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일산은 초기에는 평당 매매가가 433만원으로 분당 다음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승률이 더뎌지면서 평촌과 중동에 밀렸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현지에 사는 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보면 이런 가격 차가 합리적인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가격 흐름이 다른 것은 주거의 발전축 때문이다.

수도권의 주거축은 전통적으로 경부고속도로축을 토대로 발전돼 왔다. 전국의 물동량이 집중된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인구이동이 발생하고, 주택 수요도 늘어났다. 여기에다 강남의 주거축은 북쪽보다는 남쪽으로 주거의 축을 연장하려는 속성을 지녔다.

강남의 주택수요가 남진하다보니 이에 상응한 주거축을 형성한 분당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 남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인프라, 즉 도로나 전철망이 확충된 것도 남부 주거축 신도시의 가격상승을 촉발한 이유였다.

평촌의 경우 강남권 및 과천과 가깝다는 특성 때문에 주택 수요를 끌어모았다. 다만 분당처럼 새로운 개발재료가 꾸준히 나오지 못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가격탄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이 부각된 것도 주거축의 변화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고, 지하철7호선 연장계획 등이 나오면서 서부권의 개발압력이 거세지자 중동신도시의 주택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중동과 이웃한 곳에 상동택지지구와 인천 삼산지구 등 신흥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선 것도 중동의 주거가치를 높인 적잖은 이유였다.

산본의 경우 남부권에 있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데 불구하고 개발 초기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개발 재료가 소진돼서다. 개발축으로부터 다소 고립된 지역에 있다보니 신규 수요를 대폭적으로 촉발하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게다가 이웃한 안양의 입주물량이 지난 1-2년간 1만가구가 넘어 새 아파트로 수요를 일부 빼앗긴 것도 가격흐름이 둔화된 하나의 요인이다.

이처럼 실제 주거만족도가 높은 신도시라 해도 투자 측면을 감안한다면 돈이 몰리는 주거의 발전축을 따라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1기 신도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2기 신도시도 같은 길을 걸을까

그렇다면 2기 신도시는 어떻게 될까. 2기 신도시는 판교, 동탄, 김포, 파주신도시 등을 말한다. 수원 이의행정신도시와 고양 삼송, 남양주 별내, 양주 덕정 등도 이 부류에 속한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2기 신도시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판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강남-판교-분당-동탄으로 이어지는 주거의 발전축에서 판교는 앞으로 요충지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면 수도권 남부의 교통망도 판교신도시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분당과 동탄은 판교의 연장축에 포함되는데, 이에 따른 판교와 분당의 주도권 재편은 ③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최근 분당과 용인의 아파트값이 들썩인 것은 이런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기대감과 실제의 주거가치 혜택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교신도시 완공 전과 후의 주변 지역에 대한 주택가격 영향은 냉정히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동탄의 경우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서울과의 거리가 다소 멀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그나마 끌고 있는 것은 남부 주거축의 연장선이라는 것 때문이다. 신도시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교통망이 확충된다는 점에서 지금보다는 입주 후의 눈으로 평가하는 이들로부터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포, 파주는 판교처럼 중소형 평형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중소형 평형의 분양가가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

주거의 축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주변의 개발재료가 지속적으로 양산돼 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이들 지역은 다소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획기적인 인프라 확충 여부가 김포나 파주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파주는 일산신도시와 서울 북부권, 김포는 서울 강서권과 일산 및 중동신도시 주택수요자들을 불러 모을만한 매력을 지닌 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