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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부자라면 조그마한 부자일 것이다. 빌딩을 10여 개 이상 소유하고 있고, 관리비가 100만원이 넘는 최고급 강남아파트를 여러 채 소유한 거부는 절대로 자신의 입을 열지 않는다.

서울여대에서 부자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은 학점을 받으려면 필수적으로 최고 부자들을 실제로 만나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를 철저히 캐내야 A학점을 받는다. 대충 듣고 적어내면 C를 받는다. 물론 수천 명의 대한민국 부자를 인터뷰한 수만 장의 리포트는 이 세상에서 필자만 본다.

 

그 리포트 가운데는 상당히 놀랄 만한 사실도 많다. 1970년대에 결혼한 어느 촌부는 생활비를 아낀다고 들어오지 말라는 시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자신은 파출부 일을 하면서 생리대 값을 아끼려고 광목으로 해결하고, 남편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으로 보낸 결과 현찰만 130억원을 가진 큰손이 되었다. 하루에 한끼만 먹고 중학교를 졸업한 어느 분도 마찬가지다.

망해 가는 점포를 인수해 성공시킨 뒤 동생에게 맡기고, 또 숨 넘어 가는 목욕탕을 맡아 처남에게 맡기면서 돈을 벌었다. 재산이 2000억원이라고 학생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제 부자가 되는 엑기스는 입을 열지 않는다. 친구의 딸이 전화해 부자를 인터뷰한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호텔에서 점심을 사주지만 그 비법만큼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80대의 거부도 여대생에게 자서전을 쓰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절대로 돈 되는 비법’은 말하지 않는다.

필자는 미국에서 부자학의 엑기스를 배웠다. 국내에 와서 9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 개가 훨씬 넘는 국내 기업체의 자문 교수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부자도 만났다. 서울 강남구 부녀회의 쟁쟁한 사모님들에게 와인을 하루에 수십 번씩 따라주면서, 부잣집 사모님이 다니는 헤어살롱에 가서 머리를 자르면서 그들과 친해졌다.

수입 자동차의 고객과 밥 먹으면서, 증권회사의 고객과 골프 치면서, 최고급 빌라의 주인과 약간은 야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웠다. 핸디가 100이 훨씬 넘는 생초보 골퍼인 필자는 골프공을 발로 차면서 부자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에게 14번 전화하면 된다.” 그냥 안부 전화를 10번 이상 하면서 부자의 머릿속에 이름을 남기고, 계속해 14번쯤 하면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는 것이 부자다. 부자가 혹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회장님, 휴대전화 값 아끼셔야죠. 제가 바로 드리겠습니다”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신임을 얻는다. 젊은 여성에게 향하는 부자의 눈빛을 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화제로 올리면 허허 하면서 눈을 감으나 열심히 듣는 것이 부자다.

지방대학에 다니는 부자의 자녀를 서울로 편입할 수 있게 실력 있는 편입 선생을 소개해주면 부자는 그 대가로 ‘부자 되는 비법’을 흘린다(파주가 괜찮은데 또는 주가가 2000이 되기 전에 이런 것을 준비하지 등의). 부자가 외로움을 느낄 때 전화를 드리면 100만원짜리 굴비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부자의 재산을 늘려 주면 결혼식 할 때 5000만원짜리 자동차 열쇠를 선물로 그냥 넘겨받을 수 있다.

부자 앞에서 어슬렁거리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통화하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식사하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마작하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운동하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목욕하면 부자가 된다. 부자와 같이 잠을 자면 확실하게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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