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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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닥터아파트 > 전문가 칼럼

원문출처 : http://www.drapt.com/know/index.htm?page_name=column_view&menu_key=8&uid=27315

정부의 8.31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얼어붙고 있습니다. 아마 작년 가을과 겨울에 그랬듯이 올 가을 이후에도 거래 실종과 아파트값 하락 현상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침체기가 꽤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규제책이 워낙 강력한 까닭이지요. 양도세나 보유세를 높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택 담보 대출을 강력히 제한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1~2년 사이 막바지 투자에 나섰던 분들의 고전이 예상됩니다. 대출을 끼고 아파트 분양권이나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하셨던 경우가 특히 그럴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긴 호흡을 갖고 생각하셔야 할 듯합니다. 자금 조달 계획을 철저히 점검하고, 매도 시기와 전략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를 보면서 다시 한번 세상의 흐름을 앞서 읽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적어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라면 그렇습니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 제가 알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한 분은 2001년 말 첫 집값 폭등기부터 2003년까지 불과 2년 만에 수십 채의 아파트와 분양권을 사고 팔아서 약 20억원의 차익을 남기셨습니다.

당시는 정부의 규제가 느슨하던 시점이었고, 양도세도 무겁게 안 물리던 때였습니다. 이 분의 초기 자금은 1억원도 안 됐습니다. 이 돈으로 대출을 받아 재건축 아파트를 샀고,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뛰자 추가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를 대출끼고 샀습니다.

어떤 때는 계약서를 쓰고 나서 한 달 뒤 잔금을 주려고 하면 집값이 또 다시 몇 천만원씩 뛰어서 잔금을 모조리 대출받아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몇 천 만원으로 몇 억원짜리 집을 손쉽게 샀고 또 그만큼 재빨리 팔아 차익을 남겼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시행되기 전이고 양도세율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으니 이 분이 돈 버는 것은 정말 시간 문제였던 겁니다. (물론 이 분은 ‘’며 세금은 철저하게 계산해서 냈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작년 초 일찌감치 투자했던 재건축 아파트를 정리하고 지금은 입주를 앞둔 대형 평형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정부의 규제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던 2003년 말 수도권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습니다. 주변에서 아파트에 투자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뒤늦게 구미가 당겼던 겁니다. ‘늦었지만 그래도..’라며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자기 집에서 대출을 받은 돈을 바탕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대출 끼고 샀습니다.

한동안은 잘 되는 듯 했습니다. 이 아파트가 10.29조치가 나온 2004년 초 냉각기를 거쳐 작년 말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거죠. 하지만 정부의 8-31조치를 앞둔 지난 7월부터 전반적인 매수세 실종 상태로 접어들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문제는 집값이 떨어지는데만 있지 않습니다. 1년 6개월쯤 남은 입주 전에 매도해야 50% 중과를 피하는데 수도권 외곽이라 그런 지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2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조치로 인해서 완공 후에 아파트 잔금 낼 길도 막막해졌습니다.

‘두 주택 모두 대출로 가져가다가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면 팔아서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이 분의 전략은 최근 나온 2주택자 대출 제한, 양도세! 중과 조치 등으로 인해서 완전 코너로 몰린 것입니다. 여기에 점점 커지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 한 분은 훨씬 적은 돈으로 엄청난 차익을 냈고, 다른 한 분은 그보다 많은 돈을 갖고 시작했지만 아주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의 기준이라면 오히려 첫째 분이 더 큰 피해를 봤을테지만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반대입니다. 첫째분은 돈은 돈대로 벌고 규제는 다 피해갔지만, 두번째분은 돈도 못 벌고 규제로 꽁꽁 묶여있습니다.(물론 두 사람 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지금 정부의 기준으로는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은 동일했습니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전 개인적으로 앞의 경우 분이 그만큼 세상의 변화를 빨리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분은 4년 전 자기 자녀들과 또래 친구들이 대치동의 학원가로 몰려다니는 것을 보고 부동산 시장 변화의 조짐을 읽었다고 합니다. 또 투자의 막바지에는 정부의 규제 폭탄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에, 목표 이익을 실현한 후에는 정리하고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반면 뒤의 경우 분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투자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다들 동시에 관심을 쏟던 시기에 투자에 나섰으니 투자 원금은 더 많이 들었고, 그만큼 거센 정부의 규제를 받았던 겁니다.

이런 사항에 주목하는 것은 제가 두 사람과 관련 도덕적 잣대 또는 규제의 강도나 필요성-완화 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위 경우가 ‘돈을 벌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이루려는 투자자라면 최소한 남들보다 세상의 흐름을 먼저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부동산뿐 아니라 다른 투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999~2000년 벤처거품이 가득하던 주식 시장에서도 거품의 끝에 남들 따라 들어간 투자자들은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적어도 제대로 돈을 벌려면 남들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그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고 깔끔히 물러날 수 있겠죠.

물론 지금 뒤늦게 이런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테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라도 세상의 변화와 틈새를 읽는 내공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부동산은 침체기를 걷지만 다른 산업 영역이 그렇듯 부동산 역시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테니까요. 일전에 부동산 내력이 깊은 어느 부동산 전문가 한 분과 증권사의 고위 간부 한 분을 같이 만난 적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두 분이 입을 모으시더군요.

“돈은 스스로 팽창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 다음 폭풍이 언제쯤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는 모르지만 분명 또 다시 커다란 소용돌이는 올 것이다!.” 모쪼록 여러분도 그 때를 대비해 실탄과 체력을 비축해두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기회를 기다리며 내공을 쌓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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