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① 배경과 개념 (2007-05-29)

※ 편집자주 = 아파트 재건축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지은 지 15년 된 아파트까지 확대했다. 이에따라 리모델링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급격히 높아진 상태이지만 정부정책이나, 법제, 공법, 시장 등에 대한 구체 정보는 부족한 상태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① 배경과 개념 ② 정부 정책 있나 없나 ③ 새 집처럼 짓는다 ④ 재건축과의 비교 ⑤ 추진절차 와 현황 ⑥ 문제점 등 6회에 걸쳐 짚어본다.

신축 수요 둔화, 리모델링 수요 증가 예상
'정부, 노후 공동주택 적체 적극 대처해야'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이른바 `재건축'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춤하면서 기존의 낡은 아파트를 수리 개선하는 `리모델링(Remodeling)'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급속히 발달된 건축기술 덕분에 20-30년 된 낡은 아파트들이 새 아파트처럼 변하면서 주거공간도 대폭 넓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한 용어였다. 건설업계에서 리모델링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인 1990년대 후반이다.
현대건설은 1998년 성능개선팀을 만들었고 삼성건설은 1999년 `리폼(Reform)'팀을 발족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리뉴얼(Renewal)'등의 이름으로 기존의 낡은 건물을 개ㆍ보수하는 부서를 서둘러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파트보다 상업용 건물을 염두에 둔 조직이었다.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는 원래 2000년5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와 박용석 박사, 서울대 건축공학과 김광우 교수, 대한주택공사 조미란 박사 등 학자들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의 실무 전문가들이 리모델링 연구회를 만들면서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당시 아파트 개ㆍ보수 시장 규모조사와 사업성 분석 등을 통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을 신규사업 분야의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은 2003년에 주택영업본부에 도시정비사업부를 만들어 재건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담당하게 했고, GS건설 역시 2003년부터 리모델링팀을 운영해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과거 본사에서 리모델링을 담당하다가 최근 각 영업소로 사업을 이관했다. 또 각사가 모두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보강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초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었고, 롯데건설도 요즘들어 리모델링 영업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리모델링이 정작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재건축을 지목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재건축으로 그리 큰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리모델링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으면서 개발이익을 얻는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두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별로 없는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

◇ 리모델링이란 = 리모델링이란 간단히 말해 개조공사다. 발코니를 거실로 편입시키는 간단한 공사에서부터 낡은 아파트의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헐어낸 뒤 거의 새 아파트같은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공사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법적으로 세대수를 증가시킬 수 는 없지만 아파트를 기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증설할 수 있다.
리모델링이라는 용어가 공식화된 것은 2001년이다. 정부는 2001년 건축법에 처음으로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건축법 제2조에는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일부 증축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2003년 개정된 주택법 제21조 13항에 다시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 증축을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나중에 대통령령은 증축 범위를 '각 세대의 주거 전용면적(건축물대장의 전유부분 면적)의 10분의3 이내'로 정했다. 즉, 아파트를 전용면적의 3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도 변화된 주거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 즉, 과거 방 중심에서 최근 거실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한편, 첨단 설계나 시공기술을 적용해 생활 편의성과 구조 안전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이 부상한 것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본다. 한국에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난 것은 1980년대와 90년대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의 수명은 50년-100년 정도인데 지은 지 30년도 되기 전에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행위 즉, 재건축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것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사유재산인 아파트의 재건축을 규제해도 되느냐는 질문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재산이면서 공동주택인데 더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허물면 사회적으로 낭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해 건물 각층의 면적을 합계한 연면적(延面積)의 비율) 제한으로 재건축을 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점점 줄고 있다. 용적률이 큰 고밀도 아파트들은 어차피 재건축의 사업성이 없으므로 리모델링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평수와 편의시설등을 늘려, 아파트 가치도 상승시키고 수명도 연장시킨다.
전문가들이 꼽는 리모델링의 장점으로는 ▲ 건물의 기능과 이미지 개선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 ▲ 공간 재배치를 통한 실용공간 증대 ▲ 건물 수명 연장에 따른 자원 절약 및 건축 폐기물 감소 ▲ 건축시장 확대로 건설경제 활성화 ▲ 새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 건설인의 고용확대 효과 ▲ 단열과 난방 성능 개선에 따른 에너지 소모 감소 등이 있다.

◇ 배경과 전망 = 한국에서는 1990년대초반 정부의 아파트 200만호 건설 등으로 2002년 12월 이미 전국적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신규 주택건설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리모델링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선진국의 30-50%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큰 것이다.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도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1990년대초 주택 200만호 공급 이후 절대부족이 해소돼 주택 신축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둔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90년대 들어 대량으로 신축된 고밀도, 고층아파트들은 추후 용적률 하향 조정 등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곧 대규모 리모델링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 저층단지 재건축은 향후 5년 이내 일단락 가능성이 크다. 그 밖의 중층 이상 아파트는 고밀도 건축과 용적률, 건폐율 등의 하향조정으로, 노후화될 경우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 도시정비사업1부의 진한무 부장은 '지금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면서 '서울이나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서 남아 있는 노후아파트들은 대부분 중층, 고밀도 아파트들인데 이들은 재건축으로 갔을 때 용적률 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 부장은 '지금 짓는 아파트들도 모두 고밀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열 단국대 교수(건축학)는 19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문제점으로 ▲ 외관 디자인이 낡았고 ▲ 통신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하며 ▲ 내진설계 기준에 미흡하며 ▲ 물리적인 노후화가 진행됐다는 점등을 꼽았다.
전 교수는 '2006년 현재 리모델링이 가능한 20년 이상된 아파트는 19.34%'라면서 '과거 20년 간 공동주택 재고량은 매년 약 4%씩 증가해왔으며, 적어도 향후 20년 간은 매년 약 4%가 리모델링 대상으로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가지 않으면 노후 공동주택의 적체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② 정부 정책 있나 없나 (2007-05-30)

전문가들 '정부에 뚜렷한 리모델링 정책이 없다'
건교부 '재건축만큼 비용 드는 리모델링은 낭비'
'리모델링 확산은 비용 절감이 큰 과제' 목소리

정부의 리모델링에 대한 접근은 지금까지는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리모델링 장려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에 대해 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한국에서 리모델링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2001년이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리모델링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에서 리모델링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나 입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별로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건설교통부의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이와 관련해 '아파트 재건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 아파트 리모델링은 사회적 자원 낭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전용면적 30% 증축을 수반한다 하더라도 재건축 비용의 50% 정도만 드는 `부분 리모델링'은 필요하다면 세제나 건축기준 등에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아파트 값이 뛴다면 현재의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를 재건축 규제처럼 더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고 추가 활성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군구청의 건축위원회가 리모델링에 대해 일부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며 그것을 규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지은 아파트들이 계속 노후화하고 있는데 이런 노후 아파트 적체현상을 해결하는 정부 정책은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에서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 정부 조치 = 정부는 2003년11월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의 80%만 동의하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05년9월에는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고 1개층을 필로티로 할 경우 1개층 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필로티(pilotis)란 '지상층을 일반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자동차의 통행을 위하여 개방하는' 건축형식이다. 즉, 거주나 사무실 공간은 지상을 왕래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동선(動線)에 방해되지 않는 2층 이상에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2004년말 리모델링 아파트 전용면적을 최대 9평까지만 늘릴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리모델링이 별로 활성화되지 않자 1년도 되지 않아 '최대 9평' 규정을 뺐다. 평수에 상관없이 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따라 전용면적 18평은 5.4평, 25.7평은 7.7평, 35평은 10.5평까지 평형을 넓힐 수 있게됐다.
정부는 올해초 다시 리모델링 허용 아파트 기준을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에서 15년 된 아파트로 단축했다. 또 계단, 엘리베이터, 1층 로비 라운지 등의 공용부분은 증축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전용면적의 증가가 없는 경우는 현행대로 사용검사 후 10년만 경과해도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상복합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시 상가 등 주택 외의 시설 소유자도 조합원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그 전에는 아파트 소유주만 조합원으로 인정돼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가 주인과의 마찰을 빚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게 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리모델링 장려책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리모델링이 쉽도록 짓는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건축조례 '를 개정했다. 개정된 건축조례는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 때 20∼30년 후 리모델링이 쉽도록 라멘 구조를 채택하고, 디자인을 독특하게 하면 최대 1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신축 아파트들은 벽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 구조여서 리모델링이 쉽지 않지만 기둥과 보로 건물을 지탱하는 라멘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리모델링이 더욱 쉬워진다. 개정안은 또 이런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층고도 20%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의 김효수 주택국장은 '중앙정부는 집값 안정화 차원에서 재건축을 리모델링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도 장기적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신축아파트를 지을 때 리모델링이 쉽도록 하면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 평가 =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비용절감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동우 교수(아주대ㆍ건축학)는 '지금 정부의 리모델링 정책에는 충분한 인센티브(유인책)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인센티브는 훨씬 더 늘어나야 하며 우리 (리모델링) 연구단의 2차년도 연구가 끝나면 여러가지 리모델링 활성화 조치를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는 노후공동주택 구조 및 설비 성능개선연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신 교수는 '경제적 측면으로 봐서 세대를 추가할 수 있다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경제적 동인이 될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음향, 구조측면과 내진 보강 등을 위한 비용이 급속히 하락하지 않는 한 리모델링 활성화는 어렵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이 사회적 자원 낭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는 20-30년 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자원 낭비가 될 수도 있다'면서 '리모델링도 자원 낭비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비용의 50%만 갖고도 신축 건물의 80% 정도의 설비 편의성과 구조 안전성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모든 건물이 재건축 쪽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정부가) 많이 유도해야 한다'면서 '지금 정부의 조치를 보면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조금씩 물꼬를 터주는 정도이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하라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또 '2년 전에 정부가 리모델링의 증축 면적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할 때에도 일부 당국자들은 리모델링이 혹시 주택가격 상승에 어떤 작용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이런 것을 보면 아직도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철학이 별로 강력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50-70년은 견딘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면 집을 100년 정도는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재건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을 낭비라고 보는 건교부 측의 입장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그런 리모델링을 낭비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면 재건축도 이미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쌓이는 노후 아파트들에 대한 정부 정책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재산가치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보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높은, 그래서 공사비가 비싼 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자체도 역시 하나의 시장흐름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정부도 그런 것을 억지로 틀어막으려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리모델링이 서울등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다른 지역들로 확산하려면 그런 고가의 리모델링이 리모델링의 주 방향이 되면 안된다'면서 '기업들도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③ 새 집처럼 짓는다 (2007-05-31)

'기술발전, 신축아파트와 차이 좁혀 '
'내진 보강에 평당 100만원까지 든다'

20-30년 된 낡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 무엇이 다를까.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주민들이 한 번쯤 가져봤음직한 의문이다. 리모델링은 물론 신축 아파트보다는 평면 설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건축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구조안전성과 생활편의성 면에서 신축과 리모델링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따라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새 건물을 짓는 것과 리모델링은 100%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수요가 있으니까 자꾸 기술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의 기술적 측면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본다. 수요만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삼성건설 주택사업본부의 권혁우 차장은 '리모델링을 하면 새 집이 되고, 평수가 증가하며, 브랜드가치가 상승하는 세 가지 효과가 있다'면서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건물에 새 건물을 붙여 확장하는 공사가 쉬워지고 내진 강도를 보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리모델링과 관련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기술적인 측면은 ▲ 지하주차장 건설 ▲ 평면설계 기술 ▲ 내진 강도 보강 등 세 가지다.

◇ 지하주차장 = 리모델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이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의 대부분은 주차장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건축법에 따라 1980년까지는 세대당 0.21대, 1990년까지는 세대당 0.4대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주차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리모델링 후 주차공간이 대폭 늘기를 원한다.
서울 강남구의 S아파트는 지난해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현장에 5분 만에 도착했으나 2,3중으로 주차된 차량때문에 화재 현장에 접근을 못해 주민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따라 주차 공간 확보는 단순히 불편이 아닌 안전에 관계된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 1980년대 중반 지어진 잠실의 한 아파트는 세대에 따라 전용 주차장이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1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주차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최근에 지어진 새 아파트들 중에는 지하3층까지 주차장을 판 경우도 있다. 신축은 지하 몇 층을 내려가도 별로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려면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비용이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아직까지 리모델링 공사에서 지하주차장을 만든 경우는 방배동 궁전아파트(쌍용 예가)가 유일하다. 이촌동의 로얄아파트는 실내수영장을 지하주차장으로 만든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기술적으로는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주차장 건설 비용으로 지하 2층을 팠을 때 기술에 따라 자동차 주차공간 1대당 1천700만원에서 2천100만원 정도까지 든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모두 이주한 상태에서 공사할 때에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공사를 하려면 안전성을 중시해야 하기때문에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때 지하2층까지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지하 3층 공사부터는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주차장 건설 방법은 지상과 지하 주차장을 혼합한 형태다. 건물 사이의 땅을 파서 지하 주차장을 만들고, 1층을 필로티로 만들 경우에는 그 필로티 부분을 지상 주차장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 공간이 좁을 경우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어렵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땅을 파서 지하주차장을 만들려면 동간 거리가 최소 35m 이상 돼야 한다. 법규상 자동차 1대당 주차 길이가 5m, 주차장의 통로 폭이 6m가 돼야 하기 때문에 4열 주차를 하려면 통로 폭 12m, 주차공간 길이 20m를 포함해 그정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 평면설계 기술 = 아파트 평면배치 기술도 발전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물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물론 신축 아파트처럼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설계할 수는 없다.
요즘의 아파트는 전면에 방이나 거실이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배치되는 추세다. 즉, 거실이나 방이 2개가 햇볕보는 전면에 배치되면 2-베이(bay), 3개가 배치되면 3-베이다. 과거에는 2-베이가 주류였지만 요즘은 3-베이 또는 4-베이가 대세다.

또 현대의 아파트 문화는 20-30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인 안방의 아랫목 윗목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TV가 안방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한편 문이 닫혀 있던 주방 공간이 고급화되고 보조주방의 개념도 생겼다. 거실은 피아노와 그림, 조각 등이 들어서면서 그 가정의 문화공간으로 변화했다. 이에따라 거실은 점점 넓어지고 방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리모델링을 할 경우 대부분 2-베이 상태에서 앞뒤로 평면이 길어지는 형태의 아파트가 만들어진다. 이때 가운데 배치되는 주방에는 빛이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크게 높아진 아파트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리모델링이 충족시킬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평면 설계상 한계는 있지만 얼마든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의 진한무 부장은 '옆에 있는 세대를 벽을 터서 하나로 합치는 것만 불가능할 뿐이지 계단실을 기존 아파트 몸체 밖으로 빼거나 가장자리에 있는 세대를 옆으로 길게 확장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고 말했다.

윤영선 박사는 '리모델링 아파트는 신축 아파트처럼 평면배치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이 같은 한계는 있지만 수요가 있으면 디자인도 자꾸 발전하기 때문이 기술적 측면에서는 제약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비용'이라면서 '리모델링의 관건은 비용을 절감해 적게 들이면서도 어지간한 아파트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내진 강도 보강 = 한국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이른바 `내진설계'를 하도록 법제화된 것은 1989년이다. 이때부터 6층 이상 신축 건물은 모두 내진 설계를 하도록 했다. 그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아 지어진 아파트 등 건물은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2000년부터 더욱 강화된 내진설계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3층 이상 건물은 모두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다. 지금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모두 건축법상 내진설계 대상인 경우 건축구조설계 기준에 따라 설계하면 리히터 규모 7.0 이상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198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을 리모델링을 한다면 10분의1 이상을 증축할 때에는 반드시 현행 내진규정을 반영해야 한다. 즉, 콘크리트 강도를 보강하고 약한 부분을 보강하는 한편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힘을 적절히 흩뜨려 약화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같은 내진보강에 드는 비용은 적지않다. 단국대 정란(내진공학) 교수는 '리모델링을 할 때 내진보강에 드는 비용은 전체 리모델링 비용을 평당 300만-350만원으로 볼 때 한 평에 80만원-100만원 정도'라면서 '비용이 문제이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진 강도 보강에는 일부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의 한 실무자는 '1980년대와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설계도면은 있지만 구조도면이 없다'면서 '구조도면이 없으면 콘크리트 속에 철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어 내진 강도를 보강할 때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1989년 이전에 설계 시공된 건축물들은 지진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최근 발생한 평창 지진 정도가 수도권에서 발생된다면 수도권의 많은 건축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70년대 8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리히터규모 6.0이나 7.0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위험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전문가가 아파트를 정밀 검사해 일정 강도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건물의 연한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그 위험정도에 따라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등을 통해 구조 보강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④ 재건축과의 비교 (2007-06-01) 
현재 용적률 작고 허용 용적률 크면 재건축 유리
전문가들 '고층고밀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좋아'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재건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다.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것이므로 설계나 증축 등에서 리모델링보다 자유롭지만 여러가지 규제가 많다는 점이 걸린다. 반면 리모델링은 설계나 증축면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재건축보다 규제가 적고 평수를 꽤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延面積)의 비율)이 작지만 허용 용적률이 큰 아파트는 재건축이 유리하며, 원래 용적률이 크게 지어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서울시내 일부 아파트에서는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어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 제약조건 = 우선 아파트 준공연도를 기준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연도를 살펴보자. 서울시는 재건축이 가능한 연도를 공식으로 만들었다.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지어진 아파트들의 재건축 가능연도 = (준공연도-1982)x2 22다. 1982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들은 20년이 200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했다.
서울시의 공식에 따르면 1986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30년 후인 2016년에 재건축이 가능하며, 1991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40년후인 2031년에야 가능하다. 1992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모두 준공 후 4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일단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난 아파트이면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주택법과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만,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 전매 제한이 없고, 해당 시군구청에서 용적률을 완화해줄 수도 있다. 즉, 재건축은 용적률을 준수해야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허용 용적률과 관계없이 30%까지 전용면적을 늘릴 수 있다.
조합결성도 재건축의 경우 주민 동의율이 80%(동별 3분의2 이상)가 돼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3분의2 (동별 3분의2 이상) 즉, 67% 이상이 되면 가능하다. 단, 리모델링은 실제로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 시ㆍ군ㆍ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얻어야 한다.

재건축은 건물을 헐고 무한정 세대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적률의 제한을 받게 돼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이다. 예컨대 100평 대지에 4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1층당 면적이 50평이라면 건물 연면적은 200평이 된다. 이 건물의 용적률은 200평(건물 연면적) 나누기 100평(대지면적), 즉 200%다.
만일 기존 용적률이 현재의 허용 용적률을 초과한다면 세대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예컨대 용적률이 400%까지 허용된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현재의 용적률이 250%로 바뀌었다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처럼 용적률이 180%인데 현재 허용 용적률이 250%라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얻을 여지가 커진다.

재건축에 대한 정책적 규제는 ▲ 연면적 증가분에 대해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야 하며 ▲ 공사 후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부분을 `초과이익 환수' 정책에 의해 당국에 헌납해야 하고 ▲ 세대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새로 짓는 가구수를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2:4:4= 전용면적 18평 이하 20% 이상, 18-25.7평 40% 이상, 25.7평 초과 40% 이하)로 지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기준을 다 지키면 기존에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조합원들의 아파트 평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올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분 아파트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늘릴 수는 없지만 용적률 제한에 관계없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다.

진한무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1부장은 '현재 용적률 200으로 지어져 있는 아파트를 보면 재건축은 당국에서 3종주거지역으로 봐도 230밖에 주지 않는다'면서 '이 경우 30% 여유만 갖고는 재건축을 해봐야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리모델링은 현행 230으로 돼 있는 허용 용적률을 260까지도 완화할 수 있으므로 사업성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서울 광장동 모 아파트의 경우 일부가 녹지지역으로 묶여 신축은 4층밖에 못한다. 그런데 현재 12층 아파트가 올라가 있다. 만일 주민들이 이것을 재건축하면 현행 법규에 따라 4층으로 지어야 한다. 층수가 턱없이 줄어드는 것이다. 주민들은 당연히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이다.
특이한 것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재건축은 사업시행 인가 후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리모델링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들에서는 리모델링시공사 입찰자격을 어떤 건설사에 줄 것인지를 둘러싸고 추진위원회와 일부 주민들 간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반포동 M아파트의 경우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결국 시공사 입찰자격을 기존에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4개사에 줄 것인지, 아니면 2006년도 도급순위 10대업체에까지 입찰자격을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최근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추진위 측은 이때문에 조합창립을 위한 주민총회를 6월초에서 7월초로 한 달 연기했다. 추진위 측은 '결과는 77%로 입찰자격을 확대하는 쪽의 찬성이 많았다'면서 '이제는 걸림돌이 없어져 내년 6-7월께에는 주민 이주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차이점은 건축기준 완화 여부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건축기준의 적용을 완화받을 수 있다. 즉, 용적률, 건폐율, 건축선, 대지안의 조경, 공개공지확보, 높이제한, 일조권 등에서 해당 시군구청으로부터 융통성있게 완화받을 수 있다. 예컨대 방배 삼호아파트의 경우 3종주거지역으로 서울시조례에 따라 230%의 용적률을 적용받지만 서초구에서 용적률을 260%로 높여줬다.

◇ 비용대비 효과 = 일각에서는 리모델링이 무조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여러가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리모델링은 세대 증설이 없고 순수하게 자기 돈으로 자기 집을 넓히는 사업인 만큼 개발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 사업성을 갖기 위해선 대상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 후 미래가치가 높아야 가능하다. 예컨대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현재 시가가 1억5천만원 수준인 30평형대 아파트라면 1억원을 들인 리모델링 후 40평이 됐을 때 그 시가가 2억5천만원 이상이 돼야 사업이 가능하다. 물론 금융비용 등을 따진다면 리모델링 후 시가가 3억원 이상이 돼야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사비. 현재 주택업계에서 내놓고 있는 평당 공사 금액은 300만원 수준으로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일반분양 수입 없이 공사비를 주민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므로 공사후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주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리모델링 공사 비용은 대체로 계약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면적 평당 얼마라는 액수가 제시된다. 계약면적이란 전용면적과 지상 공용면적을 더한 `분양평형'에, 지하주차장, 놀이방, 노인정 등 편의시설 면적을 세대수로 나눈 `세대당 편의시설 면적'을 더한 넓이다. 예컨대 34평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공급면적(분양평형)이 45평이지만 세대당 편의시설 면적이 5평이라면 계약면적이 모두 50평이 되고 주민들은 50평에 대한 공사비를 내야 한다. 평당 공사비가 300만원이라면 1억5천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 공사비에 비해 별로 싸지 않은 이유는 건물 골조만 빼고 신축과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공사를 하는 데다,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부족한 기존 아파트의 경우 지하 주차장 신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진강도 보강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일부 아파트들은 늘어나는 공사비 때문에 갈등을 빚다가 결국 리모델링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수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리모델링 비용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대해 '당초 리모델링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계약이 이뤄져 바로 사업 시행이 되면 비용 증가가 없지만, 조합이 주민 동의율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시일이 1-2년 지체되면 그 사이에 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올라 사업시행에 들어갈 때쯤이면 공사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 리모델링이 유리한 아파트는 전용 비율보다 공용 비율이 높은 아파트다. 공용 면적을 전용 면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계단식 아파트에 비해 복도식 아파트는 공용 부분의 면적이 넓다. 층마다 긴 복도가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한 곳에 집중돼 있어 1층의 필로티 부분도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파트는 복도와 발코니가 전부 전용면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

만일 용적률 증가가 여유있는 중ㆍ저층 아파트라면 당연히 재건축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재건축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9월부터 일반 분양분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받게 되고, 소형주택, 임대주택 공급이 의무화돼 있어 개발이익이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에따라 재건축이 유리한 아파트들중에서도 일단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한 뒤 추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을 때 재건축으로 돌아가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다.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공사 후 이익을 남기거나 재산가치를 늘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삼성건설의 권혁우 차장은 '서울시내 모든 아파트가 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리모델링으로 평수를 늘릴 때 들인 비용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⑤ 추진절차와 현황 (2007-06-04)

'공사비 낮추려면 설계와 시공 따로 분리해야'
추진위 구성은 50개 단지, 조합은 10개 불과

일단 주민들이 리모델링추진위원회를 만들면 리모델링이 완료될 때까지 다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절차 = 리모델링의 절차를 개괄적으로 보면 1. 리모델링 추진 결의 2. 추진위원회 구성 3. 안전진단 4. 창립총회 5. 건축심의 6. 조합설립 인가 7. 행위허가 8. 관리처분 총회 9. 이주, 철거, 착공 10. 준공과 해산의 순서다.
리모델링은 입주자 대표회의 명의로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리모델링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동의율이 100%가 돼야 하므로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추진위원회 명의로 하면 주민 3분의2의 동의만 얻어도 총회를 열어 조합으로 발족할 수 있다. 시ㆍ군ㆍ구청장이 조합설립 인가를 내준다. 총회의 의결사항은 ▲ 사업규모(평수, 금액) ▲ 리모델링조합 규약 ▲ 시공사 선정 등이다.

조합이 설립된 뒤에는 역시 시ㆍ군ㆍ구청장에게 리모델링 가능성을 위한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한다. 예비진단이란 정밀안전진단에 앞서 리모델링이 가능한지를 구조 전문가가 육안검사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ㆍ군ㆍ구의 건축사나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건축위원회가 해당 아파트 단지를 심의해 용적률 등 건축 규정완화를 결정한다. 그 뒤 조합은 아파트 전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이때 검사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수행하며 건물의 상태와 안전성을 평가하고 증축에 대한 보강공법을 제시하게 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구조기술부위원장인 차광찬 ㈜건우씨엔씨 대표이사는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기존 구조물의 구조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리모델링 구조분야는 단순히 최저가 입찰에 의해 구조용역업체를 선정하지 말고 반드시 건축구조기술사를 보유한 구조 전문업체에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전체 소유자의 5분의4(80%: 여러 동이 있을 경우 동별 동의율은 3분의2 이상) 이상의 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설계의 개요, 공사비, 조합원의 비용분담 내역 등을 첨부해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행위허가를 신청한다. 행위허가란 재건축의 사업시행 인가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단, 이 과정에서 리모델링에 찬성하지 않는 가구는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 인가를 받아 설립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리모델링 조합이 행위허가 사업승인을 받으려면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는 가구 최대 20%에 대해 조합이 매도청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료단계에서는 공사 시작 전에 약 6개월에 걸친 이주가 진행된다. 이주비는 시공사보다는 조합 자체적으로 금융기간과 연계해 대출받는 형식이 많다. 공사가 완료되면 시장, 군수, 구청장의 사용검사를 받아 입주가 가능해진다. 입주 후 조합은 해산한다.

◇ 공사 = 공사과정은 우선 ▲ 모든 마감자재와 일부 구조체를 철거하거나 보수ㆍ보강을 한 뒤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 기존 1층도 지붕이 있는 `덱크(deck)'형의 주차장으로 신설하거나 필로티로 만들어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고 ▲ 세대별 전후면 또는 측면 발코니를 수평 증축하며 ▲ 마지막으로 필로티 신설에 따른 1개층 증축을 시행한다.

그런데 애초에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맡기느냐 아니면 같은 회사에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기느냐 하는 문제가 나온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시공업체에 일괄적으로 맡길 때에는 대개 경험이 많고 기술력이 있는 대규모 건설사들에게 맡기게 된다'면서 '대기업들은 사업추진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용을 경감시키려면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윤 박사는 말했다. 그는 '설계팀이 따로 설계해서 공사비를 뽑아낸 뒤 시공업체들에게 입찰 경쟁을 시키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그런 방법이 안되는 이유는 주민들이 재산가치를 고려해 브랜드 가치가 있는 5-6개 대형업체들에게만 입찰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아파트 브랜드가치 상승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단점은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한 리모델링 전문가는 '대형 업체들은 당연히 20-30위 업체보다 공사비가 높다'면서 '왜냐하면 큰 업체들은 광고 홍보 영업 품질관리 등 간접비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대 메이저 업체들의 리모델링 공사비를 평당 300만원-320만원, 중견업체들의 공사비를 250만원-280만원으로 추산했다.

◇ 현황 = 서울시내에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아파트 단지들은 50개 정도지만, 조합 창립까지 완료된 곳은 압구정 현대 등 10개 단지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1년 전에는 상황을 잘 모르고 너도나도 추진위를 만들었지만 이렇게 출범한 추진위들 중에는 사업이 정체상태를 보이는 곳이 많다'면서 '지금 추진위를 만든 아파트 단지들이 1년 전과 비교해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정부가 재건축을 너무 규제하다보니 주민들이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선 뒤 상황을 봐서 재건축이나 아니면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는 단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음 정권에서도 재건축의 가장 큰 변수인 용적률은 늘려주기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리모델링협회의 차정윤 사무총장은 지난 4월 2007구조기술정례포럼에서 서울지역 아파트들 중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준비 중이거나 추진 중 또는 완공한 곳들은 모두 69개 단지에 3만9천897세대라고 밝혔다.
이중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 아파트단지가 36개 단지로 절반이 넘는다. 이중 완공된 곳은 압구정동 아크로빌(56세대, 대림산업), 마포구 용강아파트(60, 대림산업), 방배동 삼호에버뉴(96, 삼성물산 건설부문), 방배동 궁전아파트(216, 쌍용건설), 이촌동 로얄맨션(72, 대림산업) 등 5개 단지다.

한편, 리모델링 시장은 현재 약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5-10년 뒤에는 상당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 1990년대 초 한꺼번에 공급된 200만호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아 더이상 증축이 안되기 때문에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아파트의 용적률은 곳에 따라 200-400%다. 2종주거지역은 7-12층밖에 지을 수 없는 곳으로 용적률이 200%이며, 3종주거지역은 250% 정도다. 아파트 용적률은 1970년대 후반 400%까지 올라갔다가 80년대 전반에 180%로 내려갔고, 80년대 후반에 250%, 90년대 초반 400%로 올라갔다가 다시 90년대 후반 300%, 2000년대 들어 250% 등으로 내려갔다. 현실적으로 용적률 400%로 지은 아파트들은 재건축이 어렵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면 용적률을 250%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세대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로 착공한 단지는 많지 않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2007년도 리모델링 수주계획은 24개 단지에 1만2천여 세대에 이르고 있으나 착공계획은 3개 단지, 750여 세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아파트 단지형 증축 리모델링이 성공한 사례는 쌍용건설이 시공한 서초구 방배동 쌍용예가클래식(옛 궁전아파트)과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방배에버뉴(옛 삼호14동), 용산구 이촌동 로얄 등 5~6곳에 불과하다.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⑥ 문제점 (2007-06-05)

'리모델링 건축기준 완화필요' 목소리 높아져
'조세 금융 지원책, 수직.수평 증축 허용해야'

리모델링이 노후 아파트 재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려면 해결돼야할 법적, 제도적 문제점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는 주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의 틀을 만들어 왔지만 아직 리모델링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 운영의 절차와 기준들은 미비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리모델링은 수주 이후 실제 인허가를 받고 착공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관련 제도의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건축기준이 자꾸 새롭게 강화되는 상황에서 신축이나 재건축은 강화된 기준을 따를 수 있지만 리모델링 같은 경우는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건축기준을 리모델링에는 신축적으로 적용하거나 완화시켜야 하는데도 무조건 똑같이 적용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리모델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에대해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곧 리모델링협회와 업계의 건의사항을 모아 법적ㆍ제도적 문제점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프링클러.충격음 차단 규정 = 리모델링을 하는 아파트들은 과거에는 15층 이상에서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했지만 지금은 규정이 바뀌어 11층 이상의 아파트는 전층에 전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스프링클러는 필연적으로 천정두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방바닥에서 천정까지의 이른바 반자높이가 낮아진다. 반자높이는 법적으로 2.2m이상 돼야 한다.

얇은 슬라브(층간 콘크리트)를 추구했던 20여년 전의 아파트에서 경향은 층간 높이를 2.6m로 하는 것이었다. 층간 높이란 물론 슬라브 두께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당시 지어진 아파트들의 층간 슬라브 두께는 115-150㎜가 대부분인데 그중 135㎜인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목포대 오양기 교수(건축학)는 최근 건설교통 R&D 포럼에서 현행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리모델링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층간 높이 2.6m는 스프링클러(150㎜)와 바닥슬라브(135㎜)를 포함하는 것이다. 스프링클러와 바닥슬라브를 합할 경우 그 두께는 285㎜다. 따라서 반자높이 2.2m를 맞추기 위해서는 나머지 115㎜에 바닥완충층(차음재), 단열층(단열재), 바닥지지층(기포콘크리트 등), 온돌층 (파이프배관 등), 바닥마감층(마감재)이 모두 설치돼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사의 한 실무자는 '소방방재청 요구대로 하니까 아파트 천정고가 너무 낮아진다'면서 '방재청 사람들도 현장에 와서 보고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아파트를 있는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리모델링하는데 방재청이 현장을 모르고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오 교수나 건설 실무자들은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경과조항을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동주택에 관한 현행 법규중에는 음향부문이 많다. 주변 가구들의 소음이 너무 시끄럽다는 거주자들의 강한 불만 때문에 생겨났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아파트 건설 초기에는 일조권 문제가 많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20cm의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집인 양 생활하기 때문에 소음 관련 다툼이 심하다'고 말했다.
법규는 예전에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있으나 마나한 내용이었지만 이것이 2005년 개정돼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 중량 충격음은 50데시벨 이하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을 건교부 장관이 먼저 연구해서 표준바닥구조라는 것으로 법령에 고시했는데, 업체들이 표준바닥구조를 하지 않으려면 먼저 충격음 차단 구조를 자체개발한 뒤 당국으로부터 그 성능을 인정받아도 된다. 즉, 표준 바닥구조를 적용하던지 아니면 자체개발해서 당국으로부터 인정받든지 하라는 것이다.
당국이 정한 표준바닥구조는 콘크리트 두께 210mm 이상이다. 즉, 바닥 슬라브 두께를 210mm 이상으로 하라는 것이 모든 벽식 아파트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1970-80년대에는 어떻게 바닥을 얇게 가져갈 수 있는 가가 큰 이슈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파트가 135mm, 어떤 것은 120mm까지 얇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아파트들을 리모델링할 때에는 충격음 규정을 지킨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왜냐하면 리모델링 아파트의 표준바닥구조인 210mm까지 두껍게 하면 반자 높이가 2.2m가 안돼 주택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표준바닥구조가 불가능한 것이다. 인정바닥구조도 현재 슬라브 구조 150mm이내의 인정구조는 하나도 없다.
한 전문가는 '개발하면 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가 연구개발해서 가능하다면 굉장히 많은 인정구조가 신청됐을 텐데 아직 하나도 없다'면서 '4대 건설업체 담당자를 인터뷰해보면 150mm 미만 벽식구조는 중량 충격음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오양기 교수는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줘야 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한주택공사에서 조차 150mm 미만 슬라브에대해서는 충격음 표준실험실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슬라브를 개발한다고 해도 실험실이 없어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슬라브 두께가 150mm 이하인 기존아파트들중 경량 충격음 58데시벨 이하, 중량 50데시벨 이하인 아파트는 전체의 5%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 조세 금융 지원책 미비 =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자금 세 가지는 이주비(전세)와 시공비, 관리유지 운영비 등이다. 이 자금은 주민들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는 소득과 재산가액을 평가해 그에 맞는 대출을 해주는데, 주택투기지역은 40% 범위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즉, 대출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주민들이 시공비와 이주비 등 초기에 거액의 자금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이다.
그래서 리모델링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H건설의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일반 분양분이 없어 주민들이 돈을 다 내야 한다'면서 '집은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금융 지원이 없으면 자금 마련이 어려워 리모델링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주택기금을 리모델링쪽에 융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10년 간 수도권 지역의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 가격으로 주택공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주택기금을 신축주택 쪽으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리모델링 쪽으로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노후 아파트 적체현상에 대비하려면 국민주택기금 융자 등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대부분의 리모델링 사업 자금이 민간 금융을 통하여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현재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민간 금융을 활용해 리모델링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할 필요성도 있다.
리모델링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는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살고 있지 않는데 왜 재산세를 내느냐'고 항변한다. 또 등록세는 증축된 부분에 대해 내는 것이 맞지만 취득세는 현재 일괄적으로 전체 공사비의 몇%로 정해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세도 증축된 부분에 대해서만 내야 한다는 것이다.

◇ 증축 =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세대수 증가를 위한 수직 또는 수평 증축을 불허하고 있다. 다만, 세대수 증가를 동반하지 않으면서 지상층에 필로티 구조를 설치하는 경우 최상층에 수직 증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세대수를 유지하는 한도에서 수직 또는 수평 증축의 범위를 좀더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필로티구조를 지상 1개 층에만 허용할 것이 아니라 2개 층까지 확대 적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여 리모델링의 효과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전문가는 '그랬을 때에 아파트 외관, 공간활용도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2개층에 부대복리시설을 들이고 위층에 증축되는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ㄱ' 또는 `ㅅ'자형과 같은 아파트의 꺾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있는 한 아파트가 발코니를 넓히면 옆에 있는 다른 아파트는 발코니를 넓힐 수가 없다. 이 경우 별도의 수직 또는 수평 증축을 허용해 한 쪽 세대가 증축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출처 : NAVER CAFE - 우리도 100억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