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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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를 놓고 보도하는 경향을 보면 한국 언론의 지나친 서방 외신 따라 잡기에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이사태가 발생하자 한국 언론은 카다피의 반대편에 선 세력을 민주 시위대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영향을 받는 일부 언론에서는 그런 식의 보도를 했지만 캐나다나 영국은 이사태 발생초기부터 Uprising,혹은 Revolt라고 전했다.소요사태 내지는 반란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한국 언론에서도 최근들어 반군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리비아 및 북아프리카 사태의 본질은 서방의 오랜 식민 지배의 후유증과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사회의 생존경쟁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누차 지적했듯 현재와 같은 양적 완화 아래서는 국제사회에서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에 있는 나라가 피 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 나라보다는 그 생산 국가가 피해를 보며, 원천기술 보유국보다는 가공수출 무역국가가 피해를 보는 구조이다. 리비아는 원유수출국이지만 하부구조에 위치한 국가이다. 원유수출은 아다시피 3-6개월의 장기 계약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원유가가 올라도 산유국에 돌아오는 돈이 적은 것은 이들 원유를 매집하는 세력과 여기에 마진을 더해 거래하는 세력은 모두 서방의 자본이다. 카다피는 이같은 구조에 매우 분노한 사람중 하나이다. 공공연히 산유국 가격 결정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은 수년전 유엔 총회에서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앞에 놓고 피에 물든 미치광이 개라고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분명 독재자이다. 자신의 국민을 총칼을 앞세워 살해한 살인자이기도 하다. 카다피를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리비아는 공산권 붕괴전까지는 사회주의 국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방과 줄타기 외교를 한 나라이다. 때로는 서방에 종주먹을 들이대며 위협하기도 했고 상황이 불리하면 구 공산권 국가를 방문해 경제협약을 체결하며 서방의 위협을 누그러뜨리기도 한 사람이다.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듯 그는 미치광이처럼 보이지만 매우 영리하며 마그데부르크 사막 지대에 흩어져 살던 베 두인 부족을 통합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하다. 최근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많은 반정부 시위가 집권자의 부패 타파,독재타도,독점적 부에 대한 해체 요구 등이지만 리비아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리비아는 카다피 독재체제 퇴진이 주골자이다.독점적 부의 지배에 대한 해체 요구가 없다. 실제로 리비아는 원유 수출로 얻어진 막대한 수입을 사막 대수로 공사,주택단지 건설 등에 투자했다. 이 점이 이집트의 무바라크나 예멘의 살레 등과 다른 점이다. 실제로 언론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개인자산 액수를 보면 카다피의 숨겨놓은 자산이 무바라크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것을 접할 수있다. 리비아는 산유국에 국민 수도 많지 않으나 이집트는 산유국이 아닌데다 국민수는 아랍권 제1 국가이다. 무바라크의 고혈 빨아먹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비아는 사실 지금 내전상태라고 봐야 한다. 카다피와 반카다피간 부족 전쟁이다. 리비아 이전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는  10여개 유목 민족의 후예들이 떠 다니는 부족 국가같은 곳이었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이들 민족을 결합해 북아프리카의 별같은 영광을 되찾자고 나선 사람이 카다피였다. 40년 넘는 장기집권으로 많은 폐단을 낳은 것도 분명하지만, 다른 쪽으로는 40년 권좌를 지킬 정도로 국민의 신망을 얻었고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카다피가 말하는 아랍의 부흥은 무엇일까. 100년전만 해도 북아프리카 중동 일대에는 강력한 제국이 있었다. 300여년 가까이 서방의 제국주의에 팽팽히 맞서며 아랍 문명을 지켜온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었다. 오스만 투르크의 멸망과 함께 아랍 문명은 갈갈이 해체됐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레바논 등은 프랑스의 수중에 넘어갔고,리비아는 지중해를 사이에 둔 이탈리아로 넘어갔으며 이집트 등 중동의 중심 국가는 영국 손에 떨어졌다가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손아귀에 돌아간 셈이다. 이들 아랍 국가들은 인류문화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나라다. 한때는 세계의 절반 이상을 지배했다.그만큼 학문이나 문화적 수준도 높다. 아직도 이 지역에는 2000년 역사를 지닌 대학이 있는가 하면,서방철학의 뿌리라고 할 수있는 기독교 정경 및 외경 원본이 있고,기하학의 원형도 보존돼 있다. 하지만 서방의 지배를 받게 됐고 식민지 해방 이후에도 이 지역은 서방에 상당히 예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근대적 민주주의 체제를 실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은 20-30년씩 독재를 하며 절대 권력을 행사했고 민주적 외양조차 갖추지 못한 나라는 왕이 통치하는 전근대성을 유지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왕이란 불과 100여년전에는 떠돌이 부족장 정도였으나 원유가 나오는 바람에 왕국을 건설한,그 것도 서 방의 힘을 빌어 건설한 그런 존재였다. 문화적 학문적으로 밑바탕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수준은 매우 높으나 부를 지배층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심 한 나라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일대에 산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고학력자가 있는 가 하면 (아랍문자가 워낙 어렵기 때문인 지) 극빈층은 아예 문자해 득을 하지 못하는 문맹이 득실대는 두 얼굴을 이 지역은 갖게 됐다. 독재자들은 서방과 결탁해 이같은 구조를 즐기며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기에 여념없었다.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있기를 과거 종주국인 서방이나 해당국 독재자나 모두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양적완화로 전세계적인 인플레 바람이 불자 원유조차 갖지 못한 아랍권 국가에서부터 생활고에 기인한 시위가 발 생하게 됐다. 튀니지나 이집트 등 비산유국은 어업 관광 등이 주력 산업으로 유럽 및 서방 선진국 국민의 풍요로운 생활을 받쳐주고 그 로부터 떨어지는 수입으로 연명하는 나라다. 사우디나 쿠웨이트처럼 원유도 없고 한국이나 대만처럼 가공 수출할 기술이 나 자본도 갖추지 못했다. 태국처럼 농산물 등 자연자원이 풍부해 일단 먹고살 걱정이 없는 나라도 아니다. 현재 중동에서 불고 있는 바람은 서방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민주화 바람이 아니라 생업 및 생활 개선 요구이며 엄밀히 말해서는 서방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운동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서방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모순도 내포하고 있다. 그 것이 아랍 세계의 딜레마라고 할 수있다. 미국이 풀어 놓은 양적완화는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가장 하부구조에 위치한 취약국가부터 타격을 입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그 다음은 이 하부구조 바로 윗단계 국가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하면서 이같은 가능성을 몰랐을까. 100%는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나는 단언한다. 공산권이 1980년대 후반 몰락했지만 기실 그 단초는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세계적 인플레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 문이다. 1960년대까지 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팽팽히 맞선 두 진영은 1970년대 불기 시작한 자원전쟁과 인플레로 승패가 가 름났다고 할 수있다. 미국의 달러,독일 마르크,일본 엔을 앞세운 자본주의 화폐경제 시스템이 그 물량과 몸집을 키우면서 금융및 산업의 유기적 인 순환을 이뤄내고 이를 계기로 1960년대까지 면적으로나 자원 확보 면으로나 팽팽했던 사회주의권을 물리칠 수있었다 고 봐야 한다. 미국이 발동하는 전략이 누구를 겨냥하는 지는 미국 정책 당국자만이 알 수있을 것이며 그 결과가 어찔 될런 지는 그들 자 신도 알 수없을 것이다.그들 스스로 신자유주의가 공산주의의 몰락을 가져올 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테니까... 분명한 것은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에 위치한 나라가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위기 발생 직후 한국이 지나치게 성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잘 못될 경우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고 본 것이다. 앞으로도 국제사회는 매우 흔들릴 소지가 많다. 국제사회에 패권다툼이 벌어지거나 한 패권 국가의 권위가 도전받을 때 크고작은  소란이 있었다는 게 그동안의 역사이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가 끝난후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사 이래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평화적인(?,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신제국' 미국이 에이미 추아(한국에서는 이 사람이 교육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데...)의 말대로 출현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사조가 탄생하 며 국제적 분권형태인 지역 패권 국가들이 탄생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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