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10년 만에 최고인 63%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1년 수도권 전세가율이 67.7%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처럼 주택가격이 바닥을 다진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국민은행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2.6%로 200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로 2009년 2월 이후 45개월 연속 오름세다.

서울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세가율은 비수기인 8월 52.6%에서 9월 53.3%로 0.7%포인트 오른 뒤 지난달 54%를 나타냈다. 지난 1월(51%) 이후 3%포인트 오른 셈이다. 강북권보다 강남권의 전세가율 증감폭이 더 크다. 강북권 전세가율은 9월 55.6%에서 지난달 56.2%로 오른 데 비해 강남권은 51.4%에서 52.1%로 뛰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서비스단 팀장은 “강남권은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락시영(6600가구)과 잠원대림 신반포1차 등 재건축 단지 주민 이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수급이 단기 불균형 상태”라며 “매매가격은 여전히 약보합세인 데 비해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6개 광역시 전세가율은 67.4%로 수도권에 비해 높았다. 특히 광주와 대구는 전세가율이 각각 77.6%, 73.7%를 기록하는 등 70%를 훌쩍 넘어섰다. 광주 전세가율은 국민은행이 조사한 이래 최고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진 상태”라면서도 “대구 광주 등 전셋값이 집값에 가까워진 지역은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