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상가분양 당시 분양제안서에 업종을 지정해 분양하고 같은 상가에서 점포주와 상가번영회의 동의 없이는 지정업종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애초 분양계약자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동일 업종 난립업종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런 조치로 상가 내 다른 점포를 분양받거나 세 든 사람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김모씨(45세)는 인천에서 상가분양을 받으려고 하는데 분양계약서에 약국 업종을 지정해서 받으려고 한다. 1층의 다른 점포나 3층 클리닉 층에 다른 사람이 같은 업종인 약국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1층에 상가 2칸을 약국독점지정 조건으로 계약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독점이 보장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또한 편의점 등의 다른 업종으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이 아무런 동의도 없이 업종을 변경해 영업권을 침해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경우 우선 시행사가 건물에서 특정업종을 독점적으로 지정하여 계약해주느냐가 중요하며 그럴 경우 분양계약서에 반드시 “몇 층 몇 호, ○○㎡를 약국으로 지정해 독점업종으로 분양하며 이전 이후라도 타 점포를 약국으로 분양하지 아니한다”는 특약을 작성한다. 시행사, 즉 건물주의 직인을 받으면 되고, 상가 오픈 후에는 상가운영(관리)위원회가 결성돼 관리규약을 만들 때 중복업종 금지를 명문화하면 된다.

분양계약서에 지정 독점업종만 가능하고 그 업종이 표시되지 않았다면 같은 업종으로 분양되었다고 하더라고 피분양자는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입찰 시에는 대부분 업종을 지정하지 않고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의료시설 등으로 구분해 분양하며 개수에 대한 법정규정은 없다. 업종보호, 영업허가, 용도변경에 관해서는 낙찰자 책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업종관리나 상가에 대한 업무일체는 분양시에 시행사가, 입점 후에는 상가 자치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며 입찰에 떨어졌을 경우에는 100% 환급된다.

업종제한이 상가관리단의 규약으로 정해진 경우에는 집합건물에 따라 그 규약에 동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분양받은 자의 특별승계인과 점유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관리단은 구분소유 상가의 경우 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법정단체다. 소유자뿐 아니라 상가세입자가 일부 포함된 상인들의 모임인 상가번영회는 그와 성격이 조금 다른 개념이다. 질문처럼 다른 업종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약국영업을 하면 분양회사는 이를 금지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분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또한 분양회사가 이런 독점권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하고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긴 뒤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영업권을 침해당한 분양계약자는 분양회사에 금지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분양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금지업종을 어긴 영업자를 상대로 직접 영업금지 가처분이나 영업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단지내상가의 경우는 1998년부터 세대당, 이격거리당 설치기준과 업종 변경 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규제가 폐지되고, 업종별 신고․등록․허가로 인해 입점 업종이 중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행정적인 문제일 뿐이다. 상가 활성화와 입점자들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스스로의 규약을 정한 자치관리규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42540 판결)를 보자.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권장영업을 정하여 분양한 후에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 계약서에서 약정한 업종 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상호 간의 업종 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점포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가 상가자치관리위원회의 동의도 없이 업종 제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하여 동종 업종의 영업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판결하였다. 다시 말하면 내 소유의 점포라고 하더라도 동의를 받지 않는 동종 업종변경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동종업종으로의 전환보다는 상가 내에 없는 신규업종의 전환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해결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