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을 빼놓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논하기는 어려웠고 이 전 시장은 ‘경제정책’을 무기로 싸웠으며 결국 성공했다.

이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정책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른바 ‘경제 대통령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가 경선운동 과정에서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강조한 ‘경제 살리기’란 화두는 한나라당 당원뿐 아니라 정치적인 지지 성향과 무관하게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상당수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 그를 범여권이 아직 대항마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한나라당 후보로 올라서게 했다는 평가다.

■7·4·7 경제성장론과 경부 대운하

이른바 ‘7·4·7’ 경제 성장론이란 정책 비전을 빼놓고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언급하긴 어렵다. 이를 구체화하는 공약이 ‘경부 대운하’ 계획이다.

‘7·4·7 성장론’은 향후 10년 간 7%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7강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구상으로 그가 현대건설을 경영하고 서울 시정을 이끌면서 과시한 저돌적인 추진력의 완성판이라 할 만하다.

한편에서는 과거 산업화시대의 ‘개발독재’ 발상에서 탈피하지 못한 ‘장밋빛’ 구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7·4·7 성장론’을 구체화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경부 대운하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해 국토의 활용성을 높이면 약 10조∼20조원의 생산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경제성장이 이뤄질 때 복지와 분배도 잘 이뤄진다”고 말해 집권하면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사회 안전망의 강화가 빠진 성장 위주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기업규제 완화 공약 ‘파격적’

대표적인 재벌규제 정책인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은 매우 명쾌하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답게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범여권 주자들과는 달리 출총제는 즉각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출총제를 즉각 폐지하는 것은 물론, △법인세율을 20% 수준까지 인하하고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전환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금융 부문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금융산업의 규모가 확장되고 산업의 서비스 질도 향상시켜 국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에 의욕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기조인 ‘감세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담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펴야 한다는 기본인식 아래 법인세 인하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법인세 인하를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해 관련업계의 기대가 높다.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경쟁국보다 높아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이 후보는 현재 25% 수준인 기업 대상 법인세율을 20% 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세목 전반에 걸친 재검토를 한 뒤 감세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부동산 가격, 공급 통해 해결”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를 과도하게 막기보다는 공급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향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또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은 시장원리에 맡기는 대신 서민들이 사는 주택은 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혼부부와 평생 무주택자에게 정부가 적당한 값에 주택을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에 그런 생각이 반영돼 있다.

이 후보는 “양질의 주택을 일관되게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여 부동산 정책을 대폭 손질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공공 부문은 검토해 볼 수 있지만 민간 부문까지 강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고 문제가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