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잎새 자취를 감추고
찬 바람 불어 또 한 해가 가네

교정을 들어서는 길가엔
말없이 내 꿈들이 늘어 서 있다.”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9-6번지, 창덕 여자고등학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정을 가진 학교 중의 하나다. 잘 지어진 건물, 평화로운 운동장, 멋진 정원, 학교를 둘러싼 그린벨트...

‘이런 곳에서 국어선생을 하면서 살면 참 좋겠다.’

내가 창덕여고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창덕여고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의 토탈 점수를 올려놓은 강력한 힘이다. 유명 여고 중 하나인 창덕여고는 1989년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입주와 때를 맞춰 종로구 재동,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서 옮겨왔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산다는 프리미엄의 하나는 단지 안에 있는 창덕여고에 순조롭게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딸을 창덕여고에 보내고 그랜드피아노를 사준 날, 올림픽 선수촌의 아버지들은 소주를 한잔 마신다.

“크...기분좋~다”



◈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송파를 대표하는 매머드 아파트다.
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대지 위에 용적률 137%, 25평형~64평형으로 구성된 122개동 5,540세대가 앉아 있다. 층수는 6층에서 24층, 중앙상가를 두고 부채꼴 형식으로 펼쳐져 있는 2단지, 3단지는 선수촌이고, 일자형 배치를 한 1단지는 기자촌이다.

세월이 흘러 일반적인 명칭은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됐다. 사람들은 올림픽선수촌의 훌륭한 교육환경을 찾아서 몰려든다. 단지 안에는 유치원이 두 곳, 오륜·세륜초등학교, 남자중학교인 보성중과 남녀공학인 오륜중 그리고 전통명문인 보성고와 창덕여고가 있다. 모두 다 길을 건너지 않고 녹지를 따라 걸어서 통학할 수 있어서 정서에도 좋고 안전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들은 선수촌아파트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34평이 1,933세대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40평형이 1,400세대쯤 된다. 25평형은 1층에 43세대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대부분 30평대, 40평대, 50평대, 60평대의 중대형 아파트이고 경관이 수려하고 환경이 쾌적한 전원형 아파트다 보니 가격도 비싸고 사는 수준이 높은 편이다.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최근 복원된 생태하천 성내천과 오금천이다. 성내천 복원공사로 하천의 수량이 늘어나고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생기면서 말 그대로 자연친화형 명품 아파트가 됐다. 땅이 넓고 용적률이 적어 살기에 아주 편해서 노인들은 만족도가 높다. 올림픽선수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이고 떠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올림픽선수촌에 살아서 새 아파트에 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골조가 워낙 튼튼하고 두꺼우며 지하 주차장과 지상 주차환경이 충분해 리모델링만 되면 앞으로 50년도 끄떡없는 아파트다.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는 기세를 보이면 꼭 혜택을 보는 제대로 된 고급 아파트 단지다.
단점은 골조가 두꺼워 평면이 좁고 천정이 낮아서 답답하다는 것과, 워낙 세대수가 많다 보니 일부 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대표 아파트들이 갖고 있는 조망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가 겨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거실 창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년이 되다 보니 손볼 데가 늘어간다는 점도 중요한 사안이다. 40평형 이하의 아파트는 욕실 겸 화장실이 단 1개뿐이다. 당시엔 다 그랬지만 지금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올림픽 당시 파격적이던 따뜻한 회색(warm gray)의 아파트 벽 색깔은 화이트 톤으로 새로 칠했고, 각 세대별로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집들이 늘어간다. 조망 있는 아파트를 잘 찾아내서 장점을 살리고 멋지게 내부공사를 하고 살면 모든 것이 풍족한 아파트가 올림픽선수촌아파트다.


◈ 아시아선수촌아파트

툭탁, 툭탁, 툭탁...
지금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는 소란스럽다. 38평 입주자들은 베란다를 트고 안방에 화장실을 한 개 더 만드는 작업 중이다. 지금은 25평형도 화장실이 2개지만 86년도 아시아선수촌이 입주할 때는 38평형도 화장실이 1개였다. 너무 불편해서 매매가 안되기도 한다. 따라서 안방에 화장실 1개를 추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화장실 한 개인 30년 가까이 된 38평형 APT가 16억원을 호가한다.

툭탁, 툭탁, 툭탁...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금 모든 동의 엘리베이터를 교체 중이다. 18층이 최고층인 아시아선수촌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교체기간인 한달 동안 다른 곳에 가서 살기도 한다. 5스타급 명품 아파트 아시아 선수촌... 최고의 환경과 넉넉한 동 간 거리, A급 위치로 리모델링을 해서 보안과 설비, 부대시설을 보완하면 다시 국내 최고의 아파트가 될 수도 있으련만 주민들은 아직 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 중이다.

잠실 최요지 4만8,000평에 1986년식 용적률 150%, 9층에서 18층의 도심 전원 아파트인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나이에 맞게 수목이 울창하고 2만평 아시아 공원을 앞마당으로 둔 대한민국 최고의 웰빙 아파트다. 아시아 선수촌 주민들은 아시아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차를 마시고 사람들을 사귄다.

2000년까지 대한민국 APT의 선두를 달렸던 럭셔리 아파트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2000년 송파구가 8학군 배정에서 제외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는다. 학군이 아파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실험적으로 보여 준 대표단지이다. 강남구의 내로라하는 고등학교에 배정받던 아시아선수촌 남자 중학생들은 잠실 2단지 내의 잠신고로 배치받게 됐다. 잠신고는 15평, 13평으로 구성된 잠실 2단지 내의 학생들이 배정받던 학교로 38평~66평형의 대형 평형에 거주하던 아시아선수촌의 주민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았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멈추고 왕좌를 강남구의 APT에 내줬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이제 잠실 2단지가 헐렸다. 12평형에서 48평형 새아파트로 재건축중이다. 2008년이 되면 38·48평형 등 중대형 평형이 들어오는 단지가 된다. 잠신고에 대한 기대수준도 올라간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57평과 66평에게는 지하 주차장을 줬다. 1대씩 자기 자리가 있고 등기까지 나와있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황제 아파트 내에서도 귀족이 된다. 당연히 차들도 좋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입주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됐다. 최대 평형인 66평형은 올해 10억이 올라 30억원이 됐다.


◈ 잠실의 기억

2006년 겨울, 저녁 7시면 잠실역 롯데캐슬 골드앞에는 250m의 긴행렬이 늘어선다. 1115번 대성리, 마석, 도농행 좌석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잠실은 1970년까지 섬이었다. 1945년까지 뽕나무 밭이던 잠실은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오이, 배추 밭, 땅콩 밭, 참외 밭으로 모습을 바꾼다. 360만평의 ‘잠실도’에는 200가구의 사람들이 살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삼성동과는 신천강으로, 삼전동과는 송파강으로 인해서 나뉘어졌다. 여름이면 강물이 넘쳐 상습침체구역이던 잠실도는 1971년 2월의 매립공사로 바로 옆 샛강 건너 약 30만평의 ‘부리도’와 함께 매립지가 되고 육지가 된다. 두 개의 섬과 두 개의 강은 메워져 750만평의 공유수면매립지가 되고 아파트 분양으로 새 개발지가 됐다. 그 강의 흔적은 지금 석촌호수로 남아있다.



1975년도에 잠실 시영아파트가 완공 되었으며 1976년에 잠실 주공1·2·3·4단지가 들어섰고, 1978년에 잠실 주공5단지가 완성되었다. 이어서 당시 중대형 28~65평 3,600세대의 장미아파트와 진주아파트 1,500세대, 미성아파트 1,230세대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잠실은 서울에서 가장 큰 주거단지가 된다. 1980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고 1984년 9월 잠실 종합운동장이 완공되었으며 1988년 잠실역에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문을 연다. 그러나 잠실은 소형 평수가 많고 도심에서는 조금 멀어서 지금까지 강남·서초구에 뒤지는 지역이었다. 이곳이 요즘 급속도로 고급화되고 있다. 저밀도 노후 아파트들은 헐려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유명 브랜드 중대형 아파트가 공사 중이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잠실역 주변에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으며 국내 최대 빌딩 롯데슈퍼타워가 인허가를 진행 중이다.


◈ 잠실 슈퍼타워

잠실 네거리의 상징물 슈퍼타워 건립이 다시 난항을 맞고 있다. 롯데가 잠실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2만6,000평의 부지를 마련하고 10년 가까이 추진 중인 사업 112층 롯데슈퍼타워 건립은 항공기 고도 확보를 위한 국방부의 반대와 교통대란 유발 등의 문제점으로 지지부진하다가 2005년 교통영향평가 통과와 2006년 초 건축계획안심의 통과로 한발 다가섰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군 측의 비행안전구역 확보를 위한 반대와 교통지옥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총 연면적 16만9,000평으로 계획된 롯데슈퍼타워는 백화점, 호텔, 오피스를 모두 다 집어넣은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한발한발 건축허가 쪽으로 다가가는 슈퍼타워는 인근의 잠실 주공5단지와 롯데캐슬골드, 갤러리아팰리스, 잠실 주공1~4단지, 잠실 시영, 장미아파트 등의 아파트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대표적 이슈이다. 112층 555m에 달하는 슈퍼타워가 본격적으로 착공될 경우 삼성역에서 끝나는 테헤란로 업무시설과 엄청난 유동인구가 잠실역까지 연장되고 수도권의 중심이 강남역에서 잠실역으로 옮겨 올 수도 있는 대형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년째 63빌딩을 넘어서는 고층 빌딩이 지어지지 못한 서울에 새로운 활력소가 더해지리라는 기대 또한 크다. 10년 가까이 인허가를 빌미로 시간을 끄는 사이, 1988년 1월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819억에 사들인 땅은 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됐다.


◈ 잠실 레이크팰리스

석촌호수 옆 GS건설과 삼성물산이 공동시공한 잠실 주공4단지 재건축 단지가 12월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극심한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강남권에 26·34·43·50평형 의 지상 19~32층 35개동 2,678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 투하된다. 오랫만에 쏟아지는 새 아파트에 대한 반응 또한 뜨겁다.

34평형은 11억~12억원, 석촌호수 서호가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특급조망권의 50평형은 22억~25억원에 달한다. 34평형은 권리가액 5억1,000만원의 헌 아파트 17평형을 주고 새 아파트 34평을 받으니 2배 이상의 이익이 났다. 50평형은 대지면적 19평형의 17평형 헌 아파트를 주고 3억3,000만원의 추가부담금을 냈으니 무려 3배의 시세차익을 챙기게 됐다.

와~ 역시 재건축밖에는 없구나!
사람들은 재건축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단지내 상가 1층은 평당 2억원 이상을 부른다. 10평 상가가 20억원, 이제 몇십억원은 누구에게나 쉽게 입에 오르내리는 단위가 됐다. 잠실 34평 새아파트의 가격 12억원이 연봉 7,000만원 샐러리맨이 매년 3,000만원씩 저축해 40년 동안 모아야 하는 돈이라는 단순계산이 믿어지지 않는다.


◈ 잠실 주공3단지 트리지움

'트리지움'은 2007년 8월 입주하는 잠실주공 3단지의 새이름이다. 종전의 15평형 3,280세대가 25·33·43·54평형 3,696세대로 신축중이다. 총층은 19~32층이고 시공사는 현대, 현대산업개발, GS건설이다.

잠실주공 3단지는 평형비율이 다른 단지보다 알차다. 다른 단지에 없는 54평형을 비롯하여 선호평수인 25·33·43평형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트리지움은 입주를 앞둔 '레이크 팰리스'의 가격 폭등으로 발길을 옮긴 수요자들로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다. 단지안에 영동여고가 있고 신설 초등학교가 들어올 계획이다.

아파트가 재건축할 경우 단지내에 있는 학교들은 어떻게 될까?
잠실주공, 반포주공 등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단지내 학교들이 이슈가 됐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단지내의 정 중앙에 위치하지만 통학로를 내놓고 수업을 계속한다. 이번에 영동여고는 조합과의 소송으로 학교신축비용 160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 잠실 1단지와 2단지

연탄을 때던 잠실 아파트 저층 단지가 잠실 1단지를 마지막으로 모두 다 재건축 공사중이다. 전부 1975년 식인 이 아파트들은 2008년 5~6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중이다.

잠실 1·2·3·4단지 중 가장 좋은 위치에 입지한 아파트가 1단지와 2단지다. 한강이 보이고 전철역도 가깝고 단지규모도 크다. 1단지는 종전 7.5평~15평의 저층 아파트 5,390세대가 5,678세대의 25·33·45평형으로, 2단지는 종전 4,450세대, 13~19평의 저층 아파트가 12·24·33·38·48평형 5,563 세대로 재건축된다.

1단지 시공사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 삼성물산이고 2단지 시공사는 대우, 삼성, 대림, 우방이다. 1단지에는 잠실초등학교와 신설고등학교가 설립준비 중이고 2단지에는 기존이 잠신 초등·중·고등학교가 있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는 투자자에게는 잠실 1단지와 2단지를 권유해본다. 투자기간 만큼의 시세차익이 확실히 보이는 아파트 단지다.


◈ 잠실 시영아파트와 가락시영 아파트

국내 아파트 역사상 최대 단지 1위 기록은 잠실 시영아파트 6,000세대였다. 이 큰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추진위원회 설립에서 이주까지 약 15년이 걸렸다. 입주까지는 약 1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완성 후 세대는 6,864가구이며 두산, 대림, 쌍용, 현대, 삼성, 코오롱 건설 등 무려 6개의 대형 시공사가 시공에 참여 중이다.



잠실시영아파트는 성내역을 끼고 있고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단지내 잠실고가 있고 2개의 초등학교가 신설된다. 총66개동 매머드 단지로 입주시점인 2008년 8월경 잠실주공 1·2단지 입주와 맞물려 잠실권에 초대형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가 물건을 살때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볼것도, 사연도, 세대주도 많은 아파트다. 나는 한달에 한번쯤 가락시영 아파트 골목시장에 간다. 정감어리고 재미있는 곳이다. 쭉 늘어서 있으나 바닥이 질퍽거리지 않고 제법 깨끗한 500m 골목시장에서 사람들의 얼굴감정을 렌즈에 담는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12만평 6,600세대의 잠실시영 못지않은 초대형 단지다. 1차는 1980년식이고, 2차는 1982년식이다. 시공사는 당시 최고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삼익건설. 지하철 8호선 송파역에 맞물려 있다. 낡을대로 낡은 저층아파트 17평형이 전세가격 8,000~9,000만원을 웃돈다.

1995년에 재건축 추진위를 결성해서 10년을 표류하고 있는 서울최대 재건축 사업, 가락시영 아파트. 잠실 시영과 2년 차이라는 시공시기와 늘어진 추진과정으로 개발이익 환수제와 임대주택 25%, 기반시설 부담금, 용적률제한 등 온갖 규제를 덮어쓰게 됐다. 거기에 일반주거 2종 지구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가락시영 1차아파트 17평형과 가락시영 2차아파트 17평형은 대지지분 0.2평 차이로 인해 40평형대와 50평형대의 입주 예상평형 배정에 차이가 보이자 조합원이 반발하는 등 조합 내부문제까지 얽혀 당분간 진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아파트 가격은 올라간다. 그만한 위치에 그만큼 좋은 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2차 19평형은 최근 2억원이 올라서 10억원이 넘어간다. 주거가치는 거의 없어 전세가격이 1억원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인 아파트...전세가 비율이 내려갈수록 재건축이 임박했다는 신호이지만 더 이상 내려갈 비율이 있는지 의문이다.




◈ 잠실 주공5단지

잠실주공 5단지를 알면 이 시대 재건축의 흐름과 방향을 알 수 있다. 잠실주공 5단지는 1978년 3월에 입주한 15층 34~36평형, 30개동 3,930가구의 대단지이다. 2000년도 3억원이던 잠실 주공5단지 36평형은 15억원을 넘본다. 35평과 34평형도 1~2억 차이가 날뿐, 곡선은 크게 차이가 없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데다가 상업적으로 용도변경도 불가능한데 왜 가격은 오르는가?

잠실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언젠가는 서울공항이 이전할 것이며 그 곳에 국내 최고급 주택 단지가 들어설 것이며 대각선 빈 땅엔 112층 롯데슈퍼타워가 들어올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누가 봐도 주상복합 자리이며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서울엔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믿음이다. 저밀도 아파트 지구이던 잠실 주공1·2·3·4단지도 주민들의 민원으로 고밀도 단지가 되지 않았던가?

대지면적이 98,641평에 달하고 용적률은 138%인 주공의 고층 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는 땅이 넓어 대지지분도 많다. 2,280세대에 이르는 34평은 23평, 300세대인 35평은 25평, 1,350세대인 36평 또한 25평이다. 이곳 땅값을 평당 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실제로 12억~13억의 집값이 나온다. 단 상업지역으로 변경가능하다고 믿을 경우에 그렇다. 용도지역이 현행 아파트 지구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뀔 경우 허용용적률은 현재 230%에서 800%로 늘어나고 40~60층 이상의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건립이 가능해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에 사람들이 솔깃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재건축이 될 경우 안전하게 큰 평형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지지분이 같아도 1억원이 비싼 36평형을 산다.



◈ 갤러리아팰리스와 롯데캐슬골드

잠실 네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갤러리아팰리스는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밤의 황태자가 된다. 가장 높고 돌출되어 있어 수백개의 창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을 잠실역에서 보면 정말 장관이다.

지상 46층 3개동의 호텔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팰리스는 2001년 9월 분양을 시작해 부동산 붐을 타고 순조롭게 분양을 완료했다. 2005년 2월 입주 시점에는 2배가 올랐다. 그 상승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잠실역에서 3분 거리의 한양쇼핑 잠실점 자리에 세워진 송파의 대표 주상복합이다. 바로 옆에는 롯데마트아울렛이 있고 그 옆에는 롯데월드 백화점이 있다. 석촌호수와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연말이면 바로 옆에 잠실 주공4단지가 입주를 시작한다.

대지면적 7,145평에 한화와 삼성이 공동시공한 용적률 800%의 주상복합 건물로 아파트 33~96평형 741세대, 오피스텔 20~36평형 720세대의 총 1,461세대의 대형건물이다. 건폐율 35%라지만 단지내 여유공간은 아주 적어 보인다.

요즘 갤러리아팰리스가 조금 소외받는 중이다. 잠실 일대 부동산이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갤러리아팰리스만 보합세를 보인다. 주상복합 열기가 주춤한데다, 갤러리아팰리스의 상업부분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2001년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분양한 지하1층, 1층, 2층 상가들은 절반이 부동산으로 채워져 부동산전문 상가가 됐다. 1층에 20개, 지하1층과 지상2층과 오피스텔에도 각각 2개씩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들어와 있어서 주민편의시설로서 럭셔리 아케이드를 기대하던 주민들을 실망을 금치 못한다.

결국 상가의 침체된 경기와 특수업종의 난립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타워팰리스처럼 삼성이 소유하고 에버랜드가 임대관리를 맡아 적정업종으로 구성과 배치를 하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스타일로 고급화에 성공한 주상복합상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타워팰리스를 끌어가는 힘의 한 축이 식당가 등 꼭 필요한 편의시설을 담은 상가부분임을 감안하면 갤러리아팰리스는 시행사인 한화건설의 생각이 부족했다. 갤러리아팰리스의 또 하나의 단점은 지나치게 불편한 아파트 평면이다. 삼각형과 미로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평면이 화려한 실내와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감점요소이다.

롯데캐슬골드는 잠실역 향군회관 쪽에 위치한 황금색 주상복합 건물이다.
전체 빌딩은 1동이지만 타워는 2동이다. 주상복합건물이 성공할 수 있는 최소의 여건 “2개 이상의 타워가 있는 건물을 사라” 라는 요건은 맞추고 있다. 롯데건설은 10층 정도 상업용 건물을 사다가 부도를 낸 롯데쇼핑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site를 인수해 롯데캐슬골드로 분양했다. 결과는 청약률 400:1, 때를 잘 만나 또 하나의 지명도 있는 주상복합이 탄생했다.

롯데캐슬골드의 지하 1층, 지상1, 2층은 상가로, 지상3~7층은 오피스로 임대했다. 오피스에는 KTF 본사가 입주해서 사용중이다. 8층은 40평~66평의 사무용 오피스텔, 9층은 스포츠 센터와 클럽하우스, 10~36층은 50평형에서 99평형 400가구의 대형 아파트다. 엄청난 유동 인구가 있는 잠실역의 요지에 세워진 롯데캐슬 골드는 상가부문을 롯데쇼핑에 넘기고 1, 2층에 아울렛 개념의 오픈매장을 들여놓았다. K부동산 컨설팅 회사가 상업시설의 책임 임대를 맡고 교보문고와, TGI Friday, 패션 브랜드 등으로 대부분의 공간을 잘 채워놓아 아직까지는 제대로 가는 듯하다. 근처에 매머드 백화점 롯데쇼핑 잠실점이 있지만 롯데캐슬 후면의 장미 아파트와 오피스 타운 등에 잠실네거리를 건너오기 불편해하는 기존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인근 한라시그마, 월드타워 등 고층빌딩들이 대부분 세대의 조망을 방해한다. 땅의 모습에 따라 가득히 건물을 담다보니 평면또한 네모나지 못하다. 그래도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과 112층 슈퍼타워를 호재로 분양가 대비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 미래도시 송파

새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송파가 점점 더 고급화되고 있다. 112층 슈퍼타워가 건립되면 잠실역은 강남역, 삼성역 보다 더 상업적인 지역이 될 듯하다.

아파트도 상위랭킹 시공사가 줄줄이 시공중인 엄청난 물량이 입주될 계획이다. 2008년까지 잠실 재건축 및 장지지구에서 10만가구, 2013년까지 송파신도시 5만 가구, 거여 마천뉴타운, 문정지구, 동부지방법원 등 개발이슈가 있는지역 인근에도 새로 지어지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반시설도 점점 좋아진다. 가락시장도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고 잠실 종합운동장내에는 호텔과 컨벤션 센터, 대형할인점, 복합영화관 등 상업시설의 건립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수서역부터 가락시장, 오금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 연장공사도 2009년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중이다.

슈퍼타워가 확정될 때 송파의 아파트를 사라. 그 어느것보다 확실한 투자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신동아 12월호, 봉준호의 아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