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결혼한 30대 초반의 김영은 씨는 한 중소기업 경리팀 대리다. 연애결혼한 남편도 중소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한다. 결혼하면서 전세나마 25평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여섯 달 정도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는 불안해졌다.

 

남편은 신문 경제면을 그냥 넘기는 사람이다. 금융상품, 주식, 부동산 등 모든 재테크 분야에 ‘관심’만 있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속으로만 읊조리는 형이다. 그때까지는 김씨도 재테크에 문외한이었으나, 남편은 김씨보다 배는 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남편만 믿고 있을 수 없었다.

 

김씨는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무심히 넘기던 신문 경제면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재테크 동호회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두세 군데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씨가 처음으로 한 행동은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었다. 동호회 회원이 소개해준 재무설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자산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리고 김씨는 재무설계사의 조언으로 부동산에 좀 더 관심을 두기로 했다. 초보자를 위한 지침서를 사 보고 동호회에서 많은 정보를 캤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보러 나섰다.

답사 절차는 간단했다. 찾아간 동네에서 제법 커 보이는 중개업소에 들어가 집 보러 왔다고 말하고 몇 군데 아파트를 돌아보고 가격대를 알아봤다. 그리고 소개해준 중개사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연락처와 원하는 가격대를 알려주고 좋은 집이 나오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몇 주간 이렇게 하자 지역별 특징과 아파트 구조, 가격대, 거래 현황 등이 어렴풋하게나마 머릿속에 그려졌다.

서울과 신도시의 기존 아파트를 둘러본 다음에는 각 분야 심화학습에 들어갔다. 재건축 아파트, 재개발 예정지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현장에서 만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둘도 없는 스승이 돼주었다. 그 사람들과 몇 번 만나다 보면 예외 없이 해당 지역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씨는 어느 날 부동산을 재미있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재테크에 눈뜬 지 1년 만인 2006년 8월, 김씨는 ‘1차 행동 플랜’에 마침표를 찍었다. 계속된 규제에 시장이 잠잠했지만 몇 달간 사귄 재테크 고수들 중에는 ‘지금이 매입 시점’이라고 귀띔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김씨는 전세를 끼고 서울 마포구의 25평 아파트를 3억 원에 샀다. 전세보증금 1억5천만 원 이외의 실투자금 1억5천만 원은 자산을 리모델링하면서 예금과 적금을 헐어 마련한 목돈 7천만 원과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전셋집을 낮춰 가고 2천만 원 정도 대출을 줄일까 싶었지만, 당시 살던 집이 계약이 만료되기 이전이어서 자신이 중개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터라 이사 나가고 들어가면서 양쪽에서 60만 원이라는 만만찮은 중개수수료를 물어야 하는데다 이사 비용까지 따져보니 대출받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생각을 바꾸었다.

 

그런데 김씨 부부가 집을 산 지 두 달 뒤부터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몇 달 사이 4천만 원이 올랐다. 전세보증금 시세도 2천만 원이나 뛰었다. 2007년에 들어서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To-Income) 규제도 시작됐다. 결국 김씨는 규제는 피하고 호재를 찾는 재테크를 한 셈이다. 부동산은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실행하는 만큼 돌아온다.

 

한경부동산플러스 부동산 투자 길잡이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