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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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출신 경영자가 뜨는 이유
요즘 나라의 리더십이 실종 상태이다 보니 통솔력과 실천력을 강조하는 전통적 리더십 모델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재계에서도 ROTC(학군단) 출신 스타급 CEO(최고경영자)들의 활약상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CEO의 3분의 1 정도가 ROTC 출신이다. 휴대폰산업의 주역인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는 ‘일벌레’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부실 회사 되살리기 전문가인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오너 중에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강영중 대교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한 우물만 집요하게 파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경영인으론 외국계 유통업체를 제압한 구학서 신세계 사장, 작업시간을 쪼개가며 감원(減員)을 최소화시켰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치밀한 관리력으로 회사를 부활시킨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풍부한 해외 경험을 자랑하는 우남균 LG전자 사장, 만년 2위인 하이트를 1위로 도약시킨 윤종웅 하이트맥주 사장, 한국인으로 일본 본사의 등기이사가 된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등이 모두 ROTC 출신이다.
상장 회사 임원급에는 ROTC 출신이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업들의 신입사원 모집 요강에도 어김없이 ‘ROTC 출신 우대’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군사정권이 끝난 지 오래건만 기업들의 ROTC 출신 선호도는 식을 줄 모른다.
물론 모든 ROTC 출신이 유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책임감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수행할 줄 알며, 각종 이벤트를 통해 부하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의 어느 사장은 “소대장 시절 부하들을 리듬 있게 통솔하며 기(氣)를 살려주는 방법을 익혔다”면서 “요즘도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기억을 되살린다”고 말했다. 기초 리더십을 쌓기에는 소대(小隊) 규모가 그만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리더십이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저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저자인 램차란 하버드대 교수는 “리더십이란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야 제대로 길러진다”고 지적했다.
리더십이란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시키는 것이며, 조직 내 다른 사람을 정죄(定罪)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자세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 공격적인 본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기에 반드시 훈련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을 때 어떤 사회 봉사와 서클활동을 했는지 살피는 이유도 바로 ‘진정한 리더십이란 차근차근 길러진다’는 철학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학창 시절에 그런 프로그램이 별로 없으니 어쩌면 ROTC 과정이 가장 기초적인 리더십훈련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초보적인 리더십훈련도 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간 리더가 너무도 많다. 평생 투쟁만 하다가 어느날 파워를 움켜잡은 386세대의 실태를 보라. 훈련받지 못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한다.
ROTC 출신은 ‘남에게 핑계를 돌리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도자들을 향해 요구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새겨두자. 리더십이란 어릴 때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하는 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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