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수교 남북단 한강 물 위에 조성될 각각 2500㎡ 규모의 ‘수상정원’ 가상도. 이곳에는 어린이놀이시설, 편의시설, 소형선박 계류장, 수상조각품, 부교(浮橋), 카페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6일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이 구상은 그간 자동차 중심이던 한강 교량을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교통영향평가조차 거치지 않아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구상=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은 한강의 접근성을 높여 수도 서울의 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내년 하반기 잠수교를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바꾸고, 그 이듬해 말까지는 양화·마포·한강·동작·한남대교 등 5개 한강다리 상하행 1개 차로씩을 줄여 보행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강 인근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 곳곳에는 무인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해 시민들이 무료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 7월까지 여의도지구와 잠실지구 주변에 1∼3곳씩 설치된다.

한강 주변을 생태적이고 친환경적 공간으로 가꾸는 사업도 추진된다. 시는 현재 방치돼 있는 여의도 샛강 4.6㎞를 2009년까지 생태공원으로 복원키로 했다. 또 한강 둔치의 콘크리트 벽면에 초화류와 덩굴식물을 심고 야생화 군락지를 만들어 푸른 수변 경관을 연출할 계획이다.

▲한강다리 보행로 조감도(왼쪽), 낙하 분수

◆교통혼란 불가피= 시는 이번 청사진을 마련하면서 당연히 선행해야 할 교통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도로 전체가 보행구간으로 바뀌는 잠수교는 물론 보행로 확충으로 차로가 줄고 버스정류장까지 설치되는 5개 한강다리에서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시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잠수교 보행전용화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한다”면서 “반포대교 남단의 1개 차로를 확장하고 접속도로 간 연결을 유도하는 등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왕복 4차선인 잠수교의 시간당 이용가능 교통량은 차선당 1600대씩 총 6400대에 이른다. 설사 시에서 검토 중인 1개 차로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잠수교 이용차량의 4분의 3에 대해선 대책이 없는 셈이다. 또 양화·동작대교는 상하행 1개 차로씩 주는 데다 교량 위 4곳에 버스정류장이 설치되므로 심각한 병목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공단 안계형 연구위원은 “보행을 하나의 교통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잠수교 등 한강 교량에 대한 면밀한 교통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교통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기자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