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시장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 실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총 3회에 걸쳐 부동산 시장을 살릴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 편집자주 |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하락세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파트 값이 가장 높았던 지난 2007년 1월과 비교한다면 서울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은 -3.42%.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매매가 변동률이 3.83%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하락했을까? 이는 2006년 3.30 부동산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대출 규제 강화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 대출 규제로 갈아탈 수 없는 A씨
<서초구 반포자이 입주를 앞둔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자금계획은 반포자이 이주시 지급받았던 이주비로 투자했던 송파구 아파트가 팔리면 그 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 하지만 송파구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매매가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자신도 언제 새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중도금 대출 40%를 받았기 때문에 추가 대출은 어려운 상황으로 입주시점에서 남은 잔금을 담보대출로 전환한다 해도 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입주를 앞둔 A씨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갈아타기를 위해 선매입했던 투자자들의 발이 묶이면서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급매물이 등장해도 전 같지 않게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 대출 규제 어떻게 이뤄졌나?
처음 대출 규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 3.30 부동산대책부터였다. 3.30대책에서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 담보대출요건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 이내로 제한되면서 대출 규제는 시작됐다.
이후 11.15대책에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현행 규제상 60%까지 가능) 강화와 DTI 투기과열지구 확대 적용으로 규제는 강화됐다. 이어서 지난 2007년 1.11대책에서는 투기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을 기존 1인 2건에서 1건으로 제한하기에 이른다.
이런 대출 규제는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종전까지 대출에 대한 규제는 담보물 가치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LTV만 규제 대상이었다. 즉, 담보물의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금액은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2002~2006년 부동산 활황기에는 대출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가 수월했던 것이다.
그러나 DTI 규제가 강화된 현 시점에서는 담보물 가치 상승보다는 사는 사람의 연봉이 얼마인지에 따라 대출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 투자금액은 높아졌다.
또 기존 1인 2건까지 가능했던 담보대출이 1인 1건으로 제한되면서 투자 목적의 다주택 매입이 사실상 막혔다고 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처음으로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적용된 2006년 3.30대책 이전까지는 서울 전체 아파트보다 6억원 초과 아파트의 상승률이 더 높은 양상이었지만 이후 6억원 초과 아파트의 변동률은 서울시 전체 변동률보다 점차 더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출규제로 자금줄이 막혀 매수세가 사라지자 서울시 전체 아파트에 비해 수요층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하락하는 것이다.
>> 대출 규제 강화,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2007년 기준 중소기업의 연봉정보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 평균 연봉은 20대가 2천2백86만원, 30대 3천3백92만원, 40대 5천6만원, 50대 5천3백29만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봉에 따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B씨가 현재의 대출규제 아래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다음과 같다.
B씨가 6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할 때 대출 가능한 금액은 1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일 때 1억3천5백68만원, 2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이라면 2억7천1백36만원이 된다.
즉, 최소 3억3천만원~최대 4억7천만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6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연봉 3천3백92만원 근로자가 3억원이라는 금액을 모으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까?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 동안 저축했을 때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따라서 현 규제 상황에서는 외부 도움 없이 순수 자력으로 6억원 이상 내 집마련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서울시 100㎡~132㎡의 1/4가 6억원 이상
그렇다면 서울시내 100~132㎡ 아파트에서 6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2008년 8월 기준 서울시 100~132㎡ 아파트 총 가구수는 48만여 가구로 이중 6억원 이상은 총 12만여 가구로 조사됐다.
서울시 100~132㎡ 아파트의 1/4이 6억원 이상인 것이다. 이 중 70%인 9만3천여가구가 강남권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강남권 100~132㎡ 진입을 염두에 둔 대부분의 매수자는 자금줄이 막혀 진입이 쉽지 않은 것이다. 매수할 수 있는 수요층이 줄어들면서 아파트값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주택자산가치 하락은 결국 소비심리를 위축 시킬 수 밖에 없고 이는 경기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어떨까?
지난 2007년 3월 금융감독원은 제1, 제2 금융권에 전국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에도 DTI를 확대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대출 금액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억원 이하 주택이라면 DTI 최대 60%이하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1금융권인 은행권에서는 40%만 적용된다.
즉,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B씨가 6억원 초과 주택 대신 서울시내 3억원 아파트를 매입하고자 할 때에는 최대 2억3백52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며 은행권에서는 40%인 1억3천5백68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원리금 균등상환, 10년 만기 일 때)
3억3천만~4억7천만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한 6억원 초과 주택과 달리 최소 9천6백48만~ 최대 1억6천4백32만원의 자금만 있다면 매입 가능한 것.
이 때문에 실 거주용이든 투자용이든 훨씬 매입이 수월한 강북권 등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려 강세가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후폭풍은 없나?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면 자금줄에 얽매였던 매수세가 고개를 들면서 거래 활성화에 물꼬를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출규제를 무조건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06년 이전처럼 대출규제를 풀어준다면 급작스럽게 늘어난 유동성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는 높아질 것이고, 부동산 매매가 상승은 임대료 상승 및 토지비 상승 등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지면서 더 큰 경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근심만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2006년 이전처럼 대출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 우리나라 경기를 위협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 완화는 거래 활성화에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 때문에 시장상황을 고려한 지속적이고 유연한 대출 규제 완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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