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건설업체 홍보팀에 같이 근무하는 N이사와 L차장은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IMF에 서로 상반되게 대처함으로써 부자와 가난한 자로 갈렸다.
N이사는 회사내에서 엘리트로 통한다.실력도 있고 인간성도 좋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른다.
그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97년초에 집을 두채 가지고 있었다.하나는 강동구 명일동 28평 아파트고 다른 하나는 강서구 등촌동의 46평짜리 분양권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친구들 중에서 그럭저럭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으로 통했다.무일푼으로 서울에 올라온 그는 인천에서 6백만원짜리 전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리비아 해외근무 4년(87-90년)를 통해 악착같이 모은 돈을 부동산으로 굴려 집을 두채나 가질 수있었다.특히 명일동 28평짜리 아파트는 지난 88년 집값이 폭등하기 직전 매입해 그에게 자산의 밑천이 됐다.
당시 집값은 4천만원.그는 전세 2천만원을 끼고 매입해 그집을 매입했다.90년 3월 그가 귀국할때는 집값이 1억5천만원으로 급등해 있었다.
이후 집을 넓혀가기 위해 90년대초 등촌동 46평 분양권을 1억8천만원에 매입했다.분양권 값은 95년 입주시 3억5천만원까지 뛰었다.

이 두채의 집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그는 현재 10억원대 이상의 자산을 가진 중산층이다.
그러나 그는 IMF 외환위기 때 두집을 모두 팔아버렸다.당시 등촌동 집의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세입자는 전세금 1억원을 빨리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세입자는 전세가격이 폭락한 상황이어서 다른 집으로 싸게 전세를 가려고 했다.
남에게 폐끼치는 것으로 극도로 싫어하는 N이사는 그는 집을 급매물로 팔아 전세금을 내줬다.그는 파는 김에 다른 한 채도 정리해 버렸다.
나라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빠질 것만 같았고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웬걸.집값은 99년부터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하더니 2001년부터 폭등해 버렸다.그는 회사에선 성공한 직장인 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아빠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곤 한다.그는 지금 고양시 화정에 38평짜리 아파트(99년 봄 2억2천 매입)에 살고 있다.

이에반해 L차장은 외환위기 때 버티기에 성공함으로써 지금은 완전히 경제적으로 자유인이 됐다.
그녀는 외환위기 직전 재건축 재료를 가진 여의도 백조아파트 27평형을 가지고 있었다.재건축후 43평형을 무상으로 갈 수 있는 아파트였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있기직전인 97년 상반기 평소 알고지내던 중개업소 권유로 파주에 평당 28만원을 주고 땅을 매입했다.돈이 모자라 땅값의 30% 정도는 은행 대출을 끼고 사들였다.
그러나 예상치도 않게 외환위기가 닥쳤다.은행 대출금리는 20%대로 치솟으면서 큰 부담이 됐다.근무하고 있는 회사마저도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잘못하다간 파산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편은 백조아파트를 팔자고 졸랐다. 땅은 아무리 헐값에 내놔도 살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환금성이 있는 아파트를 매도해 우선 급한 불부터 꺼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L차장은 아파트를 절대 팔 수없다고 고집했다.그녀는 이같은 위기 상황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남편은 완강한 그녀의 고집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다행히 두사람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던 지라 그럭저럭 은행 이자를 내면서 버텨나갈수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28만원을 주고 산 땅은 1백만원을 훌쩍 넘는다.파주의 LG필립스 LCD 공장과 가까워 금싸라기 대접을 받고 있다.
백조아파트는 롯데케슬엠파이어로 변신중이다.오는 2005년 4월 입주할 예정이다.가격은 6억5천만원을 호가하고있다.
그녀는 이외에도 집값 급등기인 2001년과 2002년에 백조아파트 인근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2개를 잽싸게 사들여 수억원의 돈을 추가로 벌어들였다.

요즘 경제가 IMF 외환위기때보다도 더 어렵다고들 한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파트시장 전망도 비관일색이다.그렇다보니 집을 두채이상 가진 사람이나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서울시내 아파트 분양 물량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적다.이 영향은 2-3년뒤 입주때 나타난다.입주하는 물량이 적어 전세값이 다시 들썩이고 전세값은 매매값을 밀어올릴 공산이 크다.

때맞춰 경제마저 회복되면 아파트값은 급등할 수도 있다.경제라는 것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외환위기 때 보지 않았는가.영원히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되는 것이 경제다.
버틸 여력이 있으면 버티는 것이 좋다.집을 팔아서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