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의 질'을 위한 몇 가지 질문들

우리는 자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는가?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좋은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가? 하루 중 어느 한 때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는 시간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은 다시 계획되어야 한다.

이제 '삶의 질'은 부가가치의 문제에서 생존 차원의 문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이다. 무엇보다 실제로 하루 2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의무와 책임, 유혹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결국 양(量)적인 완벽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2)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로부터의 자유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들은 우리의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물건들'이다. 풍수이론에 의하면 집과 정원, 직장에 새로운 에너지와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오래된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꼭 풍수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광고의 유혹에 져 구입한 수많은 물건들 중 정말 유용하게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과연 몇 가지나 될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의 리스트는 한정없이 길어지게 될 것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물건들과 의무,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양적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삶의 질에 집중하기!
 그것이 삶과 일에서 더욱 크고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1년 이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 있다면 무조건 버려야 한다. 지금은 옛날처럼 물건 그 자체가 귀한 시대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물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분명 우리는 그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몇 걸음만 옮기면 필요한 식품들을 그때그때 구입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재난에라도 대비하는 것처럼 집안의 식품창고를 꽉꽉 채워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남이 갖고 있는 것이라면 다 가져야 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쉽게 버리지를 못한다. 이제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 리스트를 1년 단위의 관리 파일 안에 분류해 기입해 보자. 만일 1년 중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은 과감히 버리자.

3) 수많은 의무로 뒤덮인 '일상'으로부터의 자유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은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의무들이다. 집에서건 회사에서건 우리에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양적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정말 내가 해야 할 일들만을 조금 덜 완벽하게 처리해 나간다면 시간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훨씬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먼저 집안일의 경우를 보자. 먼저 더 큰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집의 크기와 행복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 더 큰 집을 사기 위해 절약에 몰두하는 일은 일상을 더욱 번거롭게 만드는 스트레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인테리어나 청소에 집착하는 것도 양적인 완벽주의에 속한다. 집안에 먼지가 좀 쌓이거나 커튼이 달리지 않은 유리창이 있다 해도 우리의 삶의 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집안일에 대해 좀더 유연한 생각을 갖도록 노력하자.

마찬가지 이유로 아이들의 일까지 모두 떠맡아 해결해 주려는 태도도 버려야 할 습관이다.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것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치워 준다거나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교 생활을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는 것은, 자신의 삶은 물론 아이들의 인생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 말 그대로 바보 같은 짓에 불과하다.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집안일을 의무적으로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교 성적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적응력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아이들 인생의 주인은 아이들 자신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당신의 의무 리스트에서 삭제하도록 하자.

또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습관을 들이자. 집에 일거리를 가져온다거나 주말에도 회사 일을 하는 것, 집에 있는 시간 내내 끊임없이 회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 등은 역시 양적인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태도다. 퇴근 후에는 회사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지내는 사람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며, 더 능률적으로 일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 '관계'와 '갈등'으로부터의 자유

마지막으로 버려야 할 것은 삶을 지속시키는 다양한 '관계'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갈등'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부관계다. 존 고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갈등의 70%는 평생 해결되지 않는, 즉 ‘영원히 지속되는' 문제들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은 아무리 격렬하게 싸워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렇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갈등하고 싸워 나가는 일은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일 뿐 아니라 삶을 한없이 복잡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에서도 양적인 완벽주의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에 반드시 해답이 있다는 착각을 버리자. 또 모든 계획을 원안대로 실현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자.

조금은 느슨한 계획, 그리고 많은 것들을 흘려 보낼 수 있는 조금은 유연한 태도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해 보자. 예전에 몰랐던 행복이 당신의 가슴을 새롭게 채워 줄 것이다. 또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당신의 머리 속을 꽉 채워 줄 것이다. 이제 많이 버릴수록 더 큰 것을 얻는 버리기의 경쟁력을 체험해야 할 때이다.

- 필자

이수연 /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