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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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가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해 애널리스트를 심층 인터뷰 하는 [리포트 인터뷰] 코너를 시작합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이 매주 추천한 리포트들 중에서 조선비즈 증권부가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1957~1974년 출생한 세대)’의 상단에 자리한 ‘58년 개띠’가 만 58세에 접어들며 은퇴를 앞두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구 비중이 높은 이들의 은퇴가 국내 경제와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은 이들의 은퇴로 한국의 생산성이 둔화될 것이고, 그로 인해 오는 2018년이면 국내 자산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인구절벽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곧 주택시장 붕괴의 신호로 이어진다. 특히 일본이 1989년부터 베이비 붐 세대 은퇴가 시작되며 1990년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 뒤 장기불황에 빠진 모습을 우리나라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19일 ‘58년 개띠의 은퇴, 경제와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구변화가 우리나라 부동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팀장은 일본을 ‘특수한 경우’로 보며 디플레이션 위협이 부각되던 1990년대 초반 금리인하를 하지 않은 일본 중앙은행의 실수, 정부의 ‘대규모 주택착공’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내수 위주의 경제 구조 등을 일본 자산시장 붕괴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또 베이비 붐 세대 은퇴 시기를 이미 겪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여전히 주택시장 호조를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홍 팀장은 국내 부동산 가격이 ‘버블’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한국 부동산이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주도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일 조선비즈 회의실에서 홍 팀장을 만나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리포트에서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즉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저금리다. 다른 국가들은 앞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겪을 때 대부분 고금리를 유지했다. 미국은 46년개띠들, 일본은 30년대생들이 베이비 붐 세대다. 이들이 은퇴할 즈음 미국 금리는 5.2%, 일본 금리는 6%까지 갔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집을 팔아서 예금이나 즉시 연금 등을 들면 죽을 때까지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다. 그래서 당시 해당 국가들의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은퇴 당시 엄청난 주택 매도 세력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은퇴하고 시장에 나가면 금리가 1.25% 이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 베이비붐 세대들이 한가지 선택하게 된다. 임대소득을 얻기 위해 오히려 집을 사는 것이다. 또 주택연금 제도가 잘 돼 있어서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다. 집을 사도 생활비가 나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래도 인구가 줄어들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 같은데.

“인구 변화는 인구 감소를 어느 정도 둔화시키는 2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외국인 등록 인구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1년에 거의 10만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주 새로 나온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등록 인구는 136만명에 이른다.

보통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한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등으로 결혼, 귀화 등으로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빠진 결과다. 그런 사람들 빼고도 이 정도인 것은 엄청난 규모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5% 수준에 이른다. 서구 선진국들의 외국인 등록 인구 수준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다. 한국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이것도 일본과 또 다른 점이다. 일본은 국적 문제에 유연하지 못하다.

두번째는 기대수명이 이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수명이 우리나라처럼 늘어나는 곳도 없다. 현재 만 45세 기준으로 해서 기대 연명이 36~37년정도가 됐다. 81~82세까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2005년의 인구추계 당시에는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2010년 인구추계에서는 인구 감소 시기가 2030년으로 변경됐다. 2015년 인구추계가 곧 나올 텐데 여기서도 더 늦춰졌을 수 있다.”

- 리포트에는 우리나라 은퇴세대인 50대, 60대가 오히려 집을 사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58년 개띠(베이비 붐 세대)에게 자산이라고는 집밖에 없다. 현재 50대, 60대 자산 구성을 보면 80%가 집이다. 이때 은퇴를 하게 되면 첫번째 선택지는 예금이나 채권이다. 하지만 금리가 너무 낮다. 그래도 ‘원금이나 까먹고 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젠 너무 오래 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하나다. 80%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부동산이다. 외국인 인구가 매년 10만명씩 늘어나는 상황이고,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사는 1인가구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임대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는 9억 미만 자가를 소유하면 가입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들자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없던 집을 사는 사람들이 생긴다.

2011년 대비 2015년 4년 사이에 인구 구성별 주택 순매수를 보면 50대, 60대가 전체 매수 집단의 20%를 넘게 됐다. 현재 두 인구 집단을 합쳐서 35.6%를 나타내고 있다.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가 전보다 더 집을 사고 있다. 반면, 20~30대 신규 매수세력은 확 줄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집이 비싸서 못사고, 노인들만 집을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 리포트에서 일본은 중앙은행이 정책 대응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인구 변화 때문에 주택시장이 불황을 겪은 것은 일본만의 특수한 상황이라는 건가.

“특수한 상황으로 보인다. 일본 사례랑 다른 나라가 너무 다르니까. 인구 감소가 시작됐을 때 경기가 나빠지고 부동산 시장이 망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많다는 게 포인트다. 이를 보면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주택연금 등을 시행한 것이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노후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름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 인구보다는 경제성장률이 주택시장에 더 큰 영향 준다고 했다.

“100%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전 세계 30여개 선진국 통계와 세계은행 통계에 있는 생산활동인구(15~64세) 변화 또는 경제성장률을 이용해서 추계해 봤는데, 생산활동인구의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설명력이 10% 정도 된다. 나머지 90%는 뭐냐 궁금해서 경제성장률로 돌려보니 이게 26% 설명하더라. 즉, 생산활동인구 변화가 절대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 말고도 다른 변수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홍콩, 프랑스의 경우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했을 때 주택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특히 홍콩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서다.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시장이 끝장 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제주도가 있다. 제주도 인구가 감소해서 부동산 시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중국인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중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같은 선진국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 현재 중국인 1만6000명이 제주도 주택 구입했고, 전국 부동산 가격도 제주도 가격이 제일 많이 올랐다”

- 부동산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 공급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을 줄이면 되고... 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가.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일본이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 주택 가격은 1989~1990년 버블이 정점이었다. 이때 일본 인구는 1억2000만명인데 연간 160만호, 170만호를 공급했다. 어마어마하게 공급이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작년에 역사상 최대 공급이라는데도 70만호 공급했다. 우리나라 인구가 일본 인구 40% 정도 되는데. 일본 주택 최대 공급치가 1988~1990년까지 이어지면서 버블이 붕괴됐다. 그렇게 되면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데, 그 뒤인 1991~1997년 7년에 걸쳐서도 매년 140만~160만호 수준이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 일본 정부는 왜 그랬나.

“정부가 건설경기를 부양해서 경제를 자극하고 불황을 이겨내자는 정책을 펼쳤다. 주택 시장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다른 정책이 필요했다. 세계 최대 규모 사장교를 건설하고 지방에 교통량이 별로 없는 곳에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과잉 건설투자를 지속했다. 1991년에 주택 공급이 줄다가 다시 늘어나는데, 정부가 인센티브를 줬다. 이때 임대 아파트도 많이 늘었다. 이전 수준보다 2~3배 늘었다.

그런 걸 보면 일본은 정부 대책이 문제가 있었다. 첫째, 버불이 붕괴됐는데 금리를 안내렸다. 그게 제일 컸다. 두번째로 버블 전에 공급을 방치했다. 세번째, 버블이 붕괴돼서 경제가 망가지는데 거기에 공급을 더 늘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망쳐놨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반면, 미국은 3억명 인구인데도 연평균 공급이 150만호 밖에 안된다. 단독주택도 2배 차이난다. 2008년 버블 붕괴 후에도 공급을 보면 50만~100만호 수준이다. 주택시장은 이렇게 관리하는 것이 맞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오르고 있다.”

- 우리나라도 공급물량 축소한다고 한다.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보나.

“모르겠다. 한국 부동산인허가 건수를 보면 보통 인허가 후 2~3년 후에 입주하는데, 우리나라 경우 가격상승률 올라가면 인허가가 확 증가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인허가가 확 줄어든다. 가격이 상승하면 2년 있다가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꺾이는 것이다. 이것이 되풀이되고 있다. 몇년 길게 보면 평균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다.

우리나라는 평균으로 보면 대략 연간 50만호 공급되는 나라다. 이것보다 많으면 집값이 안 오르고 적으면 오른다. 평균 공급량은 2008~2010년 많아졌다가 2013~2014년 적어졌다. 과거 7년 사이 공급량이 평균보다 매우 적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 내년까지 인허가량 많은 상황이다. 이 물량이 나오는 2018~ 2019년쯤 되면 부동산 가격은 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그때까지 경제성장률을 3% 넘도록 잘 관리하면 이 정도 공급물량에도 가격이 안빠지고 버틸 것이다. 수요가 강할 테니까. 반대로 성장률은 마이너스인데 공급량이 너무 나오면 부동산 가격이 완전 빠질 수 있다.”

- 집값이 많이 하락하면 경제에 당연히 안 좋다.

“그렇다. 일단 은행이 어려워진다. 일본이나 미국의 버블 붕괴 당시 가장 고통받은 곳은 은행이었다. 은행이 담보대출해줬는데 부실화 되니까 악순환을 일으켰다. 은행이 망하면 대출을 다른 데서 회수하려고 하니까 경제 전체에 신용경색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는 의도는 찬성한다. 다만, 집값을 잡고 싶다면 공급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가계부채 총량을 통제하려는 정책은 별로다. 58년 개띠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람들이 오히려 신용도가 좋다. 30년의 누적된 사회생활로 신용도가 굉장히 좋은 것이다. 20~30대는 자산도 없고 신용도도 떨어진다. 20~30대는 부모 도움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종합대책의 의도는 매우 좋으나 방향에는 반대 입장이다. 집값을 잡고 싶다면 차라리 정부가 공공임대를 늘리거나 대규모 택지 조성을 해서 주택공급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수도권에 교통이 좋아지고 제2순환도로를 만드는 등 인프라도 구축되고 있으니까 입지 좋은 곳에 공급 늘리면 되지 않겠나. 또 뉴스테이 제도 도입해서 용적률을 200%를 300%로 올렸다. 재건축 수익성이 한꺼번에 50% 정도 개선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인센티브를 줘서 재건축을 활성화시키는 등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래도 주택 가격이 안 잡히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가가 너무 낮아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금리는 마지막 수단이다. 정말 답답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했던 것을 강화해야 한다.”

- 가계부채 총량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 안 하나.

“주된 요인은 아니지만, 잠깐 말하면 첫째, 경제규모가 커지면 가계부채도 커진다. 당연한 얘기다. 둘째, 우리나라가 400조원에 달하는 전세가 있었는데 그 규모가 매년 줄고 있다. 현재 전체 가구를 100으로 봤을때 자가는 54~55%다. 또 26~27% 정도가 반전세부터 월세이고, 전세는 20%까지 떨어졌다. 전세는 사금융이다. 5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는데 4억원에 전세를 주고 있었으면 4억은 사실 은행한테 안 받고 세입자로부터 대출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전세가 줄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사금융의 가계부채가 제도권 가계부채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 가계부채 문제 등을 주도하는 세력은 자영업자들이다. DTI를 확대해 주니까 고금리 부채로 2금융권 사채를 쓰던 자영업자들이 부동산담보대출로 갈아탔다. 이는 가계부채 입장에서는 더 건전해진 것이다.

마지막 네번째는 집과 전세가가 바짝 붙으면서 갭투자(전세끼고 집사기)가 늘어났다. 이것은 가격 상승에 모든 것을 베팅한 것이다. 레버리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위험하다. 집값이 떨어지면 크게 손실을 본다. 지금 최대 문제는 전세가 집값에 붙어가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갭투자가 활발해진다. 문제 많은 갭투자를 잡는 방법은 보유세와 주택 양도차익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지 않고 그대로 뒀어야 하지 않나. 지금 증세 논란도 있는데.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릴 수 없는 게, 한국은 전세계 주요국들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중이 큰 편이다. 그런데 보유세인 재산세율은 낮고 거래세율이 높다. 그래서 집 가진 사람들이 재산세를 얼마 안 내는 것이다. 거래를 많이 하는 갭투자자들은 거래세를 많이 낸다.

갭 투자자들은 보유세를 조금만 올려도 못 버틸 텐데, 그럼에도 갭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기에 지금 집값이 싸고, 특히 전세가격이 집값을 밀고 올라간다는 생각이 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면 주택공급 확대 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책(종부세)은 이미 우리나라가 부동산 관련 거래세가 엄청 쎈 나라인데 또 추가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였기 때문에 큰 반발을 불렀다.”

- 거래세를 낮추면서 세금을 더 거뒀어야 했다는 말인가.

“그렇게 했어야 했지만, 거래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쉽게 낮출 수 없다. 지방정부가 반발하니까. 정말 어려운 문제다.”

- 그래서 종부세를 결국 지방에 나눠줄려고 했는데 지방정부간 형평성 문제 등 때문에 반발이 있었다.

“그렇다. 그랜드 바겐이라는 주고 받는 정책을 썼어야 한다. 당시에는 단지 투기꾼 때려 잡겠다는 정책이었다. 그 사람들이 이미 집을 사거나 팔면서 어마어마한 세금 냈던 것을 고려 안했다. 그러니 저항이 강했다.”

- 리포트에서 한국 부동산이 저평가 돼 있다고 했는데, 지금 수준이면 집값이 높은 것 아닌가.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과 소득증가율을 비교하는 게 맞나. 보통 도시 근로자 평균소득으로 몇 년 일하면 서울에 집 살 수 있나 같은 수치를 쓰는데.

“이건 내가 만든 기준이 아니고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만든 기준이다. IMF에서 2003년에 ‘버블이 붕괴되는 날(When bubbles burs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 있는 버블 지수를 내가 업데이트 한 것이다.

보고서 등 통계들을 보면 지금 한국 부동산시장이 버블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1996~2014년 사이에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증가율보다 79.5%포인트 낮았다.”

-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과 너무 다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버블이 가장 심했던 때는 1970~1980년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작점에서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것이다. 1970년대 후반이 우리나라 버블이 가장 심했다. 전국 지가상승률이 1974~1977년 4년간 연평균 70%씩 올랐다. 때문에 우리나라 부자는 대부분 1970년대 도시 근처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 그때는 왜 그렇게 올랐나.

“첫째는 우리나라 건설붐 때문이다. 그리고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중동 건설시장에 뛰어들도록 해서 큰 성과를 거뒀다. 모든 건설 기자재들을 중동으로 보냈는데, 그러면서 당연히 우리나라에는 집을 못 지었다. 공급 부족이었다. 인플레이션 문제도 있었다. 물가가 연간 20~30%씩 오르던 시절이었으니까.

1960년대 후반, 1966~1968년에는 집값이 연간 80%씩 올랐다. 정부가 그걸 1960년대말 강남 개발로 해결했는데 이게 197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서 집값을 잡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오른 것은 정부가 못 잡았다. 그래서 일단 우리는 출발점이 집값이 비싼 나라였고, 현재는 소득 대비로는 점점 싸지는 중이다.

- 소득이 늘었으니까?

“그렇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나라 1975년 인구센서스를 보면 90%가 단독주택 이었고, 1980년에도 70% 이상이 단독주택이었다.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준 잣대로 강남 또는 서울의 아파트만 생각하는데, 수도권과 상류층 주거지역 주택은 어느 나라나 비싸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이 서울 강남, 목동 또는 상계동이나 환경 좋은 신도시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 강남 이외 서울 지역이나 지방은 싼 곳이 많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특히 단독주택과 빌라가 싸다. 그런데 아파트만 왜 생각하나. 아파트가 가격이 제일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주택가격은 가중평균이다. 아파트 가격이 특별히 높게 상승했다고 그 때문에 전체 가격이 높다고 보면 안된다. 우리나라는 대략 1986년 이후에 아파트 기준으로 가격이 3배 올랐다. 단독주택은 50%도 안올랐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은 감가상각이 빠르다. 단독주택은 30년 지나면 수리 안하고 못 산다. 일단 단열이 형편없다. 사실 단독주택 매매하면 터값만 받는다. 이런 걸 생각하면 단독주택 가격은 못 오른다. 토지 가격만 오르는데 토지 가격은 또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오른다.”

- 앞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공급이 매우 탄력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지금 가격이 좀 오르고 있지만, 내년은 몰라도 내후년 쯤 가면 또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집값이 다시 내려갈 가능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앞서 말한 요인들을 감안하면 ‘폭락’은 없을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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