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노트(11)

난 35년을 살면서 한번도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처음 구입한 분양권에서 작은 성공을 거두면서 인생에 오는 세 번의 기회 중 하나라고 여겼다.

무슨 몇 천 만원 수익이 인생의 기회냐고 반문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전혀 돈에 관심 없던 나에게 돈과 경제에 관심을 갖게 한 분명한 내 인생에 처음 온 기회였다.

과연 은비는 억세게 운이 좋아 성공만 하였을까...

만약 성공만 하였다면 지금도 하찮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분석 능력도 생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양권 구입 후 1천 만원 가량 호가가 오른 시점에, 분양권은 사기만 하면 다 오르는 줄 알고 또 다른 분양권을 찾아 보고 있던 중 이었다.

부동산에서 하는 말이 분양권은 입주가 다되어 가면 갈수록 급속히 오른다며 입주 3개월 정도 남은 주공 리버빌 2차를 권했다.

난 벌써 고수인양, 내 나름의 관점으로 부동산에서 소개 해주는 아파트를 관심 있게 관찰했다.

지하철 바로 옆이고 정남향에 평지이고 제법 대단지였다.

부동산에서는 시세보다 200만원 싸다고 P2600만원에 나에게 권했다.

난 6층은 너무 낮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어차피 고층보다 처음 구입시 싸게 사는 것이니 팔 때도 그만큼 싸게 팔면 똑 같은 이치 아니냐며 저층이라도 전혀 상관없다는 투로 얘기를 하였다.

친절하게도 현장까지 차로 안내해주면서 보여주었는데, 벼란다 맞은 편에 학교가 들어서고 있었다.

난 학교가 다 지어지면 앞이 가리지 않냐고 하였더니, 부동산에서는 학교건물은 4층이고 5층까지 올라 간다 해도 6층에서는 괜찮다고 구입을 권유했다.

현 시세보다 200만원 싸게 나와 관심을 가졌던 나는 그 물건이 다른 부동산에는 혹시 나와 있지 않을까 해서 알아보니, 이게 왠 일인가 100만원이나 더 싸게 또 나와 있지 않은가..

시세보다 300만원이 싼 물건이니 구입만 하면 300만원을 당장 벌고, 또 입주 임박하니 급격하게 오르리라, 또 1달만에 1천만원은 벌겠구나 싶었다.

그때까지 망설이고 있던 나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 갈까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림쌍용도 융자 받아 구입한 처지인지라 더 이상 여력이 없었지만, 부모님에게라도 권유하여 돈을 벌게 해 드려야겠다는 괴상한 효심이 발동하여 죽어도 안 하신다는 것을 끈질긴 설득 끝에 구입 시켜드렸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내가 구입하자 마자, 투자자가 대부분 이었던 이 물건은 입주가 다가오자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는 데 도저히 가격이 맥을 못 추었다.

급한 마음에 손해만 안보면 팔아야 겠다고 애를 썼지만 많은 물량 중에 팔리는 것은 로얄층 부터 하나 둘씩 빠졌고 6층인 내 물건은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앞에 학교 건물은 아파트의 층고 보다 훨씬 높아서 5층이라도 아파트 7층은 되어 보였고 정확히 학교 복도와 내 아파트 벼란다가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당시만 해도 아파트라면 사죽을 못쓰고 덤빌 때라 다행이도, 결국 2개월 만에 천신만고 끝에 5백만원 손해를 보고 처분하였다.

엄청난 마음 고생을 하면서 다시는 아파트 거래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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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에서 배운다 >

리버빌 2차에서 실패를 경험한 나에게는 또 다른 내공이 생겼다.

첫째,

하수에겐 부동산은 자신이 구입한 가격 이하로는

단 돈 100만원이라고 싸게 시장에 내놓기는어렵다.

둘째, 시장에 나올 물량을 예측해야 한다.

물건 선택시 과연 분양권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실수요자 인가,

아니면 투자자가 더 많은가의 파악을 먼저 하여 물량을 예측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격 예측시 이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정확도도 높다.)

리버빌2차의 경우 중도금이 무이자 였으며, 화명동 주변의 서민들도 가격 저렴해 전혀 실입주 목적 없이 많이 소유하고 있다 보니 입주 임박시 올라야 할 가격이 많은 물량에 맥을 못 추었던 것이다.

셋째, 물건은 돈을 더 주더라도 왠만하면 로얄층인 가장 좋은 물건을 구입해야 매도가 쉽다.

특히 내가 구입한 6층은 오직 투자 목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리석기 그지 없었다.

1,2층은 노인이나 애들이 있는 가정은 선호 할 수 있고, 3, 4층만 되어도 바쁠 때 걸어 다닐 수도 있는데, 6층은 이도 저도 아닌 투자 가치는 별로 없는 것이었다.

네째, 입주 임박시 전매목적으로 절대 구입하지 마라.

리버빌 2차 처럼 위에 열거한 여러 이유들 때문에 상승장임에도 입주 임박시 가격이 무조건 오르지 않았다.

다섯째, 아무리 역세권이나 입지가 좋아도 서민 아파트는 오름 폭의 한계가 있다.

여섯째, 꼭 매도해야 할 경우 남들보다 훨씬 싼값에 과감히 매도하라.

리버빌 매도시 처음에는 손해를 안 볼 요량으로 시세에 내 놓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전체의 가격이 내려갔고, 그 때는 내가 가격을 다운 시켜도 평균시세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일곱째, 투자에 실패 했다 해서 전세를 주지마라.

만약 나중에 더 오르겠지 하는 심정으로 당 아파트 전세를 주었다면 지금의 나는 상상도 못한다. 좀 더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처분할 건 해야 한다.

여덟째, 투자 목적의 아파트와 실수요 목적은 철저히 구분하라.

요즘 추세가 실 입주를 하면서 투자를 겸비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마 이 항목은 이의를 달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살기 좋은 집과 가격의 상승 여력이 있는 투자가치 있는 집은 엄연히 다르고 나중에 수익율도 차이가 크기 때문다.

아홉번째, 부동산업자를 너무 믿지 마라.

요즘은 부동산에서도 신용을 위주로 하기에 속이는 것은 드물지만, 그래도 물건을 팔 욕심에 부풀려 매수를 권하면 충동 구매를 할 수 있고, 아무리 부동산에서 솔직히 조언을 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하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번째, 신중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과감하게 행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

물론 리버빌에서 실패를 맛 보았지만, 아파트라는 상품은 과감한 행동에 대한 댓가인 성공에 비하면 실패를 하더라도 못 일어 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은비노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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