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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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이맘때는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소도시였는데 대학이 3개나 있는

말 그대로 조용한 동네였죠. 한국인들도 거의 없어서 고생 고생 했는데 인종차별도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2학년까지 기숙사에서 살다가 맘이 맞은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아파트 (미국에서는 아파트라고 칭하지만 사실 미국의

주택 시스템으로 따지자면 순수 임대용 물건으로 우리나라에 비교하자면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콘도 정도입니다.)에

월세 계약을 하러 갔습니다. 둘이서 사는 곳이었는데 월세 550달러, 그리고 디파짓이라고 나중에 방 빼줄때 혹시라도

살던 곳에 계약 전과 비교해서 새로 생긴 '하자'가 있다면 수리비로 내 줘야 하는 보증금이었는데 그것도 한달 월세분을

더 받습니다. (집주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한국 세입자들에게는 절대 이해가 안되겠지요.)

 

 그런데, 아파트 매니저 (주인도 아니고 그냥 관리하는 아줌마)가 약간 까탈스러워서... 이것 저것 따져 묻더니 갑자기

'저 친구는 여기 살면 안되네'라고 결론을 지어버리는 것이지 뭡니까! 인종때문이었는데 당시엔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문화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그것도 결국 차별이지만) 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억울하고 분했지만

결정이 그렇다는데 법적으로 소송을 할 수도 없고 (당연히 소송은 가능하고 소송하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돈이

아까왔죠) 해서 다른 곳을 열심히 알아보다 겨우 535달러짜리 괜찮은 곳으로 계약을 하고 졸업때까지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세입자가 참 편하고 무엇보다 선진국에선 절대 이해도 안되고 존재하지도 않는 전세 제도가 있고

막장 세입자들이 큰 소리 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한번이라도 외국에서 눈물 젖은 빵과 월세 세입자로써의

서러움을 맛 보았다면 '임대차보호법'이란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그리고 전세가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우리나라도 외국의 월세 시스템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다시 미국에 돌아가거나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된다면..... 이번에는 임대를 주는 입장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도

임대를 주는 입장이긴 하지만, 외국에서 임대를 주는 것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간에 자산과 자본이 있는 쪽은 언제나 유리한 게임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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