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지역 뉴타운 등 재개발 시장에 ‘지분값 거품’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새 정부의 도심개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서울 강북지역의 재개발 지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관리처분(지분의 가치평가 및 아파트 평형, 동·호수 배정) 과정에서 시세보다 지분의 감정평가액이 크게 낮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묻지마’식 투자가 성행, 시세는 날로 급등하고 있는 데 비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지분 감정평가액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시세와의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재개발지역의 경우 지분평가액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 ‘반토막 지분’도 나오고 있다. 지분 평가액이 시세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투자자들은 조합원아파트를 배정받을 때 그만큼 추가부담액이 커져 자칫 투자 원금도 못 뽑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지분평가액이 시세보다 크게 낮은 일부 재개발 지역에서는 손절매된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8구역의 경우 지난해 10월 관리처분 과정에서 감정평가액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 지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79㎡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대지지분 25㎡짜리 일부 지분(빌라)은 시세가 지난해 말 1억4000만원에서 9300만원으로 35%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이 빌라지분을 매입, 79㎡ 아파트(기준층 기준 분양가 2억7500만원)를 배정받을 경우 지분 보유자는 1억8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5개월 전만 해도 3.3㎡당 1800만원에도 매물을 구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관리처분을 거치면서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실망매물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가재울4구역도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곳 역시 지분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면서 추가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액이 2억원 수준인 65㎡의 일부 지분 보유자는 조합원 배정아파트의 분양가가 4억3000만원인 112㎡를 분양받으려면 1억8000만∼2억3000만원을 내야 된다.

당초 예상됐던 추가부담금보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이 구역은 이로 인해 전체 조합원 2200명 중 1200여명이 관리처분 취소 소송을 낸 상황이어서 사업 추진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관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 동대문구 전농7구역도 3.3㎡당 1000만원 이상으로 예상됐던 지분 감정평가액이 800만원대 초반으로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많이 쌓이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관리처분에 실망한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형성됐던 호가보다 10%가량 값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안 된다”고 전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일부 지역의 경우 재개발 기대로 내재가치보다 시세가 훨씬 높게 형성된 지분이 있다”면서 “초기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지분값이 오를 대로 오른 현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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