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개통지중 가장투자가치가 높은곳 흑석동

동네 중개업소에 가보면 ‘00역 5분 거리’ ‘00역에서 차량으로 10분’ 등 역세권을 강조하는 매물들이 유독 많다. 교육, 환경, 조망권, 편의시설 등 수많은 변수들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 역세권을 빼놓고는 집값을 논하기 힘든 탓이다. 지하철이 들어서기 한참 전부터 역세권 집값은 고공행진을 보이게 마련이다.

서울시내 지하철은 현재 8개 노선. 한동안 잠잠하다 드디어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개통이 눈앞에 다가왔다. 1단계(김포공항-논현동) 구간은 2009년 개통 예정. 최근엔 2단계 구간(논현동-방이동)까지 확정됐다. 2016년 전 구간이 개통되면 총 연장 38km에 정거장만 37개를 갖춘다. 특히 9호선은 서울시내 ‘동서축’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그동안 여의도를 중심으로 남북축의 접근성은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동서축 이동은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 동서축을 가로지르는 9호선이 인천공항철도와 연계되고 강남 접근성이 높아지면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업무지 가격이 본격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하철 9호선 주변에서 투자순위 ‘No. 1’ 지역은 어디일까. 전문가 설문을 통해 투자 우선순위를 매겨봤다.

동작구 흑석동이 단연 투자 ‘0순위’로 꼽혔다. 흑석동은 그동안 서울 중앙, 한강 옆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불량주택이 많고 대단위 아파트가 없던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바로 한강 건너편에 위치한 동부, 서부이촌동 등 용산 지역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9호선 개통으로 최대 난제였던 교통문제가 해결된다면 흑석동의 위상은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3차 뉴타운 중 하나인 흑석뉴타운 개발 역시 한창 진행 중이고 국립현충원의 자연녹지는 주거 가치에 ‘덤’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흑석동은 9호선 개통과 함께 흑석뉴타운 개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3가지 호재를 두루 입을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한다.

■ 흑석동, 뉴타운·한강프로젝트 수혜 ■

대표적 증권가로 알려진 여의도 지역이 다음 후보지로 꼽혔다. 여의도는 지하철 5호선이 지나고 있지만 강남 접근성이 떨어져 그동안 지역뿐 아니라 교통 면에서도 ‘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교통 개선 효과가 다른 곳보다 클 것이란 뜻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여의도에서는 한성자이를 비롯해 미성, 광장, 대우트럼프월드2단지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와 가까운 당산동 역시 9호선의 위력을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2호선과 환승할 수 있는 데다 남쪽으로는 5호선 영등포구청역까지 있어 사통팔달의 ‘트리플 역세권’으로 불린다. 서울의 3대 축인 강북 도심과 강남, 여의도권에 전철로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대중교통망이 완비되는 셈이다.

서부권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강서구를 포함한 서부벨트에도 수혜지는 꽤 많다.

먼저 김포권역은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데다 만성적인 교통난을 보이는 지역 중 하나다. 인근에 신도시가 추가로 건설돼 교통 문제가 취약했는데 9호선을 통하면 도심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다.

염창동, 가양동 등도 기대치가 높다.

교보타워사거리의 9호선 공사현장 모습

염창동은 강변북로와 성산대교, 서부간선도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 일대 한강조망 아파트들이 지하철에서 멀다는 단점 때문에 가격이 저평가됐던 게 사실. 단연 한강조망권이 형성된 단지들이 위상을 회복할 전망이다.

강남권에도 9호선 호재를 입는 곳이 꽤 많다.

그중 반포, 선릉권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특히 반포는 입지 면에서 용산과 강남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구 반포 지역은 다른 강남 지역에 비해 학군, 커뮤니티 등 주거환경이 우수하지만 대중교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준석 팀장은 “9호선 개통으로 여의도, 영등포, 잠실 접근성이 개선되고 지역 내 재건축 사업까지 완료되면 주거 수준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릉권은 2, 7, 9호선을 비롯해 분당선이 중첩된 역세권. 앞으로 분당-왕십리 간 도로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중심상업지대로 부각된다는 기대가 완연하다.

강남역에 인접한 교보타워사거리는 상권 개발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강남역의 편입상권’이지만 9호선 개통을 통해 독자 상권으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상권 중심에는 유동인구 7000명을 넘나드는 교보타워를 중심으로 리모델링과 신축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서-강남 접근성이 높아져 강서 수요층이 대거 유입되는 한편 신분당선 환승 효과로 교보타워사거리 시세가 점차 강남역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남권에선 반포·선릉·교보타워사거리 ‘빅3’ ■

그렇다면 9호선 개통과 서울 부동산시장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지하철 개통 이전에 아파트값은 이미 급등하지만 전세, 상업용 시장은 개통 후 서서히 변화 조짐을 보이게 마련이다.

1차 구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금부터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 수요자는 미래가치를 따질 필요 없이 현재 여건부터 고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수요자가 많은 강서구 전세금이 크게 뛸 수 있다.

상업용 시장에서는 노량진 주변이 큰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노량진’ 하면 단연 수산물시장과 학원가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9호선 개통으로 수산물시장으로의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샐러던트’ 즉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노량진 학원가 유동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

한편 9호선 개통 유망단지로는 마곡, 등촌, 방화 택지개발지구 내 대규모 주거단지와 함께 반포 주공, 잠실 주공, 당산동 삼성 래미안, 흑석동 한강현대, 가양동 한강타운 등이 꼽혔다.

다만 9호선 개통지 주변은 대체로 집값이 높은 게 아쉽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9호선 1~2단계 개통지는 강서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한강변을 지나거나 강남 도심을 관통하기 때문에 소액으로 투자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미 집값에 개통 호재가 반영돼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0호(07.11.1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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