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도입, 전매 제한 강화 등으로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 그만큼 실제 거주보다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청약시장에서 많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이는 실수요 시장에서 투자성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 청약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청약가점제 도입으로 투자성의 비

중이 더욱 커졌다. 최근 청약경쟁률을 보면 무엇보다 투자성이 청약경쟁률을 좌우하고 있다.

청약경쟁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입지 여건, 가격, 브랜드, 단지 규모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가격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늘어난 전매제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메리트가 있어 전매제한이 풀린 뒤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에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것이다.

흥덕지구서도 청약 두 얼굴

최근 중대형(호반베르디움)과 중소형(한국아델리움)이 분양된 용인 흥덕지구. 광교신도시 인근으

로 신도시 후광 효과가 기대돼 입지여건이 괜찮은 택지지구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 분양된 중대형

과 중소형은 최고 40대 1이 넘는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중대형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는 이례적이다. 최고 100대 1의 경쟁률에 가까웠던

지난달 서울 래미안 용두에서도 중대형 경쟁률은 3대 1에 못 미쳤다. 용인 청약통장이 몰린 8월 용

인 동천래미안 역시 호반베르디움과 비슷한 크기의 경쟁률은 5대 1 안팎이었다. 호반베르디움의

용인 1순위 경쟁률이 32대 1이었으니 동천래미안보다 무려 6배나 높았다.

그렇다고 흥덕지구 물량이 모두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보인 것은 아니다. 앞서 같은 흥덕지구에 나

온 10년 임대는 중소형이든 중대형이든 3순위까지 대거 미분양 나거나 간신히 모집가구수를 채웠

다. 6월 분양된 흥덕지구 연립(우남퍼스트빌 리젠트)도 1순위서 일부 미달됐고 평균 경쟁률은 2대

1 정도였다.

지난달 분양된 파주신도시 주공 단지의 경우 신도시라는 입지여건 메리트가 무색하게 청약경쟁률

은 예상보다 낮았다. 남양주 고읍지구와 진접지구에선 대규모 개발지역인 택지지구 물량임에도

청약자가 많지 않았다.

남양주 진접지구와 양주 고읍지구에서 대거 미분양이 났을 때 전매제한기간(중소형 10년)이 너무

 길어 청약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말이 일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흥덕지구 분양결과를 보면 전매제한기간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입지여건도 마

찬가지다. 가격이 청약결과를 갈랐다. 흥덕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비해 20~30% 낮았다. 전

매제한 기간이 중소형의 경우 진접·고읍지구와 똑같이 10년이지만 싼 가격에 이끌려 청약자들이

몰렸다.

중대형 역시 전매제한 기간이 계약 후 7년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에 전매제한기간은 가렸다.

진접·고읍지구의 중대형은 입주 후 바로 전매할 수 있었지만 청약경쟁률은 저조했다.

고읍·진접지구는 주변 시세 이상인 분양가에 괜찮은 입지여건이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주신

도시 주공단지도 그렇다. 비록 주변 시세보다 싸긴 했지만 흥덕지구만큼 크게 차이는 나지 않아

수요자들이 적극 청약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흥덕지구에서도 임대와 연립의 경쟁률이 저조한 것은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시세차익

기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전매제한 해제 이후 가격상승분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다. 청약가점제로 자신의 점

수에 따라 당첨 여부를 대략 가늠할 수 있게 되면서 ‘돈될만한’ 단지에 더욱 몰리는 것이다. 그만

큼 깐깐해 졌다는 얘기다.

흥덕지구의 최근 높은 경쟁률은 저렴한 분양가와 괜찮은 입지여건의 합작품이다.

은평뉴타운·송도 청약경쟁 치열할 듯

이렇게 볼 때 앞으로 나올 단지 가운데 청약경쟁이 치열할 곳은 서울서는 은평뉴타운이다. 은평뉴

타운은 상한제 적용으로 전매제한기간이 7~10년이지만 분양가 메리트가 있다.

중소형은 3.3㎡(평)당 1100만원, 중대형은 14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주변에 분양된 새 아파트

나 분양을 앞둔 재개발 단지의 시세를 보면 중소형이 1300만원이 넘고 중대형은 1500만원 이상이

다.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되는 괜찮은 강북지역 재개발단지의 중소형도 웬만하면 1500만원은 나간다.

 길음뉴타운 중대형 분양가가 1700만원대였다.

수도권에선 송도가 단연 눈에 띈다. 올 들어 송도 분양가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았지만 주변 시세

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8월 1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송도자이바뷰 중소형 분양가는 평당

 900만원대로 주변 시세의 60% 정도에 불과했다. 앞으로 나올 물량도 비슷한 선에서 책정될 것 같

다. 올해 송도에 나올 물량은 상한제를 피해 전매제한 기간도 입주 때까지로 짧다.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전매제한 기간도 짧은 데다 청약 문이 수도권까지 열려 송도의 청

약경쟁률은 하늘을 찌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파주신도시와 청라지구의 청약경쟁은 그렇게 치열할 것 같지 않다. 파주신도시 분양가가

 주공단지에서 나타났듯 주변 시세보다 그렇게 싸지 않을 것이어서다. 한꺼번에 상당한 물량이 동시

분양돼 청약자들이 흩어지기도 한다.

청라는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이지만 주변 입지여건은 송도에 떨어지는 편이다. 주변에 비교할

 만한 적당한 아파트도 드물다. 송도와 비슷한 시기에 청약이어서 청약자들이 송도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외에 해당 지역 거주자들만을 대상으로 분양되는 수도권 민간택지 물량 가운데 인기지역이나 브

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지는 청약경쟁이 뜨겁지는 않아도 분양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 신봉·

성복, 고양 덕이·식사 등 대규모 민간도시개발사업장과 서울 재개발 단지들이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