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 각오를 다지며 세우는 계획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공기 그릇을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시간표 만들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플래너 다이어리 쓰는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신년 계획 세울 때 빠지지 않는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바로 독서다. 가장 평범하고 진부하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독서 계획,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을까.

독일의 물리학자 오스트발트가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조사했는데 첫째는 긍정적 마인드이고, 둘째는 독서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독서운동가 시미즈 가쓰요시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목숨 명(命)자는 사람(人)은 한 번(一)은 두드려(叩) 맞는다는 뜻으로 이루어졌지요. 그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를 독서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운명개조에 특효약인 독서의 효과와 유용성을 높이고 갈무리를 하는 독서에 ‘왕도’는 없을까.

우선 독서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자.

독서에 있어선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말은 지워버리라. 독서에선 간 만큼, 읽은 만큼 이익이다. 서재에 있는 책, 내가 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독서의 고수들은 결코 완독의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한번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어야 찜찜하지 않다는 완벽주의가 오히려 자유로운 독서를 방해하고 흥미를 잃게 하기 쉽다.

책에 대한 편견 중 또 하나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려는 것이다. 책은 인정사정 없이 학대하라. 모 대학총장의 서재에 있는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분의 책은 한마디로 누더기에 가까웠다.

그 총장은 본인의 독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가지 메모,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느낌을 여백에 적고 흔적을 남겨놓습니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부분은 위쪽 귀퉁이를, 강의 때 참고해야 할 정도로 마음에 새겨둘 구절이 나오면 아래 위쪽 귀퉁이 모두를 접습니다.”

입력할 때 미리 출력을 염두에 둔다고 볼 수 있다. 책을 학대할수록 독서 건더기는 걸죽해진다.

중도포기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고, 보물단지보다는 애물단지 다루듯 책을 학대하는 태세를 갖췄다면 이제 남은 것은 시간배당이다.

자기계발 전문가인 공병호 박사는 “독서를 위해 시간을 마른 수건 짜듯 짜내야 합니다. 자투리 시간, 잠자기 전, 이동 시 언제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마십시오. 한 달에 몇 권을 읽을지 스스로 강제적으로 규칙화해 그것을 지켜나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책의 배치 역시 중요하다. 책 내용의 경중, 중요도에 따라 배치를 달리하라.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책을 동시다발로 보게 된다. 책의 성격에 따라 책의 위치를 회사와 집, 차안 등 크게 3분하거나 화장실, 거실, 서재, 침대 머리맡 등 동선에 따라 책의 배치를 달리해 보라. 눈에 자꾸 뜨여야 한 번이라도 책을 더 들춰보게 된다.

아무리 성의를 갖고 책을 읽었음에도 정리해 놓지 않으면 ‘한강에 배 지나가기’처럼 활용하기 어렵다. 한참을 새롭게 읽었는데 밑줄이 쳐져 있어 스스로 무안했던 느낌, 혹시 겪어본 적 없는가. 독서고수들은 대부분 정리의 대가들이다. 잠깐의 요약정리를 영양 만점의 에너지로 저장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맛있게 섭취한 독서의 사용처는 넓고도 깊다. 머리를 쓰게 만드는 것은 물론 화제도 풍부해 늘 좋은 사람이 모여들 테니 일석이조다.

불황에 맞서 조직에서 생존하게, 액운도 비껴가게 하는 행운의 독서, 새해엔 작심 삼백육십오일로 결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