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도 위치에 따라 집값이 차이가 나서 풍경이 좋은 바닷가 근처 집(20%)은 15만 달러에 집값이 형성되고,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 집(20%)은 5만 달러에 거래될 것이다. 나머지 60%의 보통 집은 10만 달러에 거래가 될 것이다. 입지가 열악한 5만 달러짜리 집에 살던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5만 달러를 더 벌면 보통 집에 들어갈 수 있고, 여기서 5만 달러만 더 보태면 입지가 좋은 곳으로도 이사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섬나라에서 갑자기 희귀광물이 발견되어 수출을 하였더니 1000만 달러의 이익이 남았다. 이에 따라 이 나라에는 1000만 달러가 새로 유입돼 기존의 1000만 달러와 함께 2000만 달러의 돈이 유통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평균 10만 달러이던 집값이 어느새 20만 달러(2천만 달러/100채)가 되어 버렸다. 입지가 나쁜 집도 유동성 증가에 따라 10만 달러로 100% 집값이 올랐지만 입지가 좋은 집도 100%가 올라 30만 달러가 되었다.

 

옛날에는 10만 달러만 더 모으면 입지가 나쁜 곳에 사는 사람도 좋은 곳으로 이사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만 달러를 더 모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일이고 서민들에게 실의를 안겨준 부동산 양극화의 정체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정부가 개입을 하여 세금 폭탄을 투하한다고 해도, 현재 5만 달러의 자산으로 입지가 나쁜 곳에 사는 사람이 입지가 좋은 곳으로 ‘갈아타기’하는 데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만 더 거두어가는 정부만 이익을 보는 것이다.

 

섬나라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반대로 이 섬나라의 경제 상황이 나빠져서 이 나라에 흘러다니는 돈이 500만 달러로 줄었다고 해 보자. 그러면 평균 집값은 5만 달러로 떨어지고 입지가 좋은 곳은 7만5천 달러, 입지가 나쁜 곳은 2만5천 달러로 떨어질 것이다. 그 차이가 5만 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현재 입지가 나쁜 곳에 사는 사람이 입지가 좋은 곳으로 갈아타기가 쉬울까.

 

과거보다 적은 돈으로 갈아타기가 가능하니까 이론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자보다는 서민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 때 5만 달러를 마련하기가 옛날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IMF 시절이라고 부르는 외환위기 때는 현금 1억 원이라고 하면 아주 큰 돈이었다. 정말 유용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금액이다. 그러나 지금 1억 원의 가치는 그 때에 비하면 큰 돈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 봉급생활자의 경우 1억 원을 모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반면에 한 달에 3천만 원씩 저축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수 년간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렸다. 외환위기 이후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리고자 정부에서 돈을 시중에 많이 풀었던 시절도 있었고, 그 이후에는 수출이 잘 돼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기도 하였다. 여기에다 현 정권 들어와서는 연간 10조 원이 넘는 돈을 지방의 땅값 보상으로 풀기도 했다. 올해도 19조 원이 토지수용 대금으로 풀릴 것이라 한다. 이 돈들이 다 어디로 가겠는가.

 

물론 집값의 오르내림에는 정부의 정책, 수요와 공급의 문제, 경기의 흐름, 심리적 문제 등 여러 변수가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지난 몇 년간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쳤던 것은 유동성의 증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