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3-17 18:19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경제 위기론’을 제기할 정도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원유·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치솟고 있어 우리 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의 급등으로 이어져 내수경기를 침체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세계경제의 둔화와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회수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것은 민간소비 위축을 부를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불안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것이긴 하지만 그 여파가 멈추지 않고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1.90원 폭등한 달러당 1029.20원에 거래를 마쳐 2005년 12월12일(1033.70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상승폭도 1998년 8월6일(67.00원) 이후 9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원·엔 환율도 지난 주말보다 66.27원 급등한 100엔당 1061.58원을 기록해 2004년 10월25일(1062.54원)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032.00원까지 치솟자 “환율 상승 속도가 다소 빠른 감이 있어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82포인트(1.61%) 떨어진 1574.44로 거래를 마쳐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30일(1589.06)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이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 지수가 3.71% 급락한 것을 비롯,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60%), 홍콩 항셍지수(-5.14%), 대만 가권지수(-1.91%) 등도 하락했다.

한편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할인율을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 안호기·김준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