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들 점점 높아지는 불안감

"집값이 너무 비싸 무주택자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하면 (분양가)내린다는데 믿어도 될까요?"(서울 노원구 최 모씨)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해 "Yes"라고 답해 왔다. 다음달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적용 등 분양시장에 대변화가 임박하면서 저렴한 내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공공택지지구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강남 목동 등 버블세븐 집값은 다소 떨어진 반면 정작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많아 무주택자 내집 마련 첫 주소지로 꼽히는 강북 지역은 되레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기다리기보다 유망 지역은 적극 청약하고 기존 주택시장에서 나오는 급매물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분양가 상한제 적용하나 마나인가

= 올해 수도권 최대 규모 동시분양으로 주목받고 있는 남양주시 진접택지지구.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수요자에게 실망스러운 소식이 들려 왔다.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3.3㎡(1평)당 760만~780만원 선으로 인근 시세를 크게 웃돌 것이란 예상이다. 금강주택 남양 반도 신안 등 동시분양 7개 업체는 지난 17일 이 같은 분양가 수준에서 분양승인 신청을 했다.

분양가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땅값을 감안해도 지나친 고분양가라는 지적이다. 진접지구 택지 공급 가격은 평당 350만원으로 용적률(180%)을 적용하면 3.3㎡당 194만원꼴이다. 최고 수준 건축비(3.3㎡당 500만원)를 적용해도 700만원은 넘지 않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택지인 진접지구 중소형(전용 85㎡ 이하)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분양가격이 기존 남양주시에서 분양된 민간 물량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진접 동부센트레빌(최고 780만원), 양지 e-편한세상(790만원) 등과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분양가 상한제 효과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주변 시세 기준 △원가 공개 수준 △지방자치단체 성향 등에 따라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변 시세를 따질 때 최근 분양된 민간 아파트 고분양가가 포함되면서 아직은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진접지구 업체들도 인근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수준을 거론하며 분양가가 높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진접지구 분양가가 3.3㎡당 7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가격 조정 여지는 남아 있다.

◆ 1ㆍ11대책에도 강북 아파트 올라

= 기존 주택시장을 둘러봐도 무주택자들은 답답하다. 정작 부동산 대책 효과는 서민과 거리가 먼 '버블세븐 지역' 집값 안정에만 도움이 되고 있다.

20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1ㆍ11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113만3833가구 중 평균 매매가격이 오른 가구는 65.7%인 74만4328가구였으며 하락한 가구는 20.9%, 보합세를 보인 가구는 13.4%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권 4개구와 목동이 포함돼 있는 양천구에서는 상승한 가구(34.1%)보다 하락한 가구(46.9%)가 많았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20개구는 77만8791가구 중 80%에 해당하는 62만3349가구 집값이 올랐다. 서대문구가 2만8291가구 중 2만6275가구 상승으로 가장 높은 92.9%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강북구(91.7%) 중랑구(91.4%) 동대문구(91.3%) 성북구(90.6%)도 10채 중 9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은 내집 마련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팀장은 "강북 지역 아파트는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전철과 뉴타운 등 각종 호재 여파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다릴 것인가 말 것인가

= 값싼 아파트를 기다릴지 여부는 청약가점에 달려 있다. 가점이 높다면 굳이 고분양가에 대해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고분양가를 자극할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러한 고분양가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진접지구에서도 업체들이 분양된 민간 물량 분양가 수준에서 고분양가를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무주택자일지라도 가점이 불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다릴수록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유망 지역 물량에 적극 청약할 필요가 있다.

[문일호 기자]